서울 대기오염소송 패소 판결 유감
서울 대기오염소송 패소 판결 유감
  • 승인 2010.02.1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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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최승국 / 녹색연합 사무처장



지난 2007년부터 3년간 법정공방이 진행되었던 서울 대기오염 소송에 대한 판결이 2월 3일 드디어 나왔다. 그 결과는 안타깝게도 원고 패소였다. 이번 소송은 대기오염으로 고통받고 있는 천식환자 23명이 원고가 되어 국가와 서울시, 그리고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진행한 국내 최초의 대기오염 소송으로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지만 재판부는 사회적 약자들이 아니라 국가와 서울시, 자동차 회사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 시민들 중 대기오염으로 인해 천식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 원인 중 상당부분이 자동차 운행 과정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잘못된 도로교통체계 때문에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번 소송의 원고인단은 주요 자동차 회사와 국가 및 서울시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한 것이다.

원고인단은 자동차 회사만이 아니라 정부와 서울시를 원고로 선택한 이유는 개인의 부담으로만 되어 있는 환경성 질환에 대한 책임을 우리 사회가 함께 져야 함을 강조하고, 또한 대기오염을 개선시켜야 할 책임이 정부와 서울시에 있음에도 그 책임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였다. 한발 더 나아가 대기오염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인해 천식과 같은 환경성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 대한 공공의 의료서비스의 기틀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도 이번 소송에 담겨 있었다.

실제 서울의 대기오염 규제 기준은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권고하는 기준에 못 미치고 있고 이로 인해 사회 약자인 어린이들과 천식환자들이 대기오염의 위험에 심하게 노출되어 있고 이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어오고 있다. 이처럼 천식과 같은 질환은 개인의 질병이 아니라 사회 문제로 인해 발생하고 있지만 그 책임은 고스란히 피해자인 힘없는 국민들이 짊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경제발전과 자동차의 이용증대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나 그렇다고 그 책임을 고스란히 피해자인 힘없는 국민들이 져야한다는 것에 대해 나로서는 결코 동의가 되지 않는다. 국가가 국민들의 건강권을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자동차 제조회사들도 자동차 판매로 생긴 이익의 일부를 피해자들의 건강을 돌보는 비용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환경문제로 인한 시민피해와 관련해서는 이미 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사례가 분명히 있다. 바로 녹색연합이 추진한 비행장 주변 소음 피해 소송이다. 군산 비행장 주변 피해주민을 중심으로 진행한 이 소송은 오랜 공방 끝에 원고가 승소하였고 이로 인해 많은 후속 소송이 잇따르고 있어 피해 주민들에게 작으나마 위로가 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10년간의 오랜 법정 논쟁 끝에 대기오염 소송에서 법원이 9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화해권고안을 제시해 원고 승소 결정을 내린바 있다.

그런데 이번 대기오염 소송은 이러한 흐름과는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법원은 사회약자인 원고의 입장을 존중하는 대신 정부와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리고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원고 패소 판결의 이유가 `입증 부족`이었다는데 있다. 천식 환자 등 사회약자 입장에서 충분한 자료를 모으고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의 판결 추이는 오히려 기업 등에서 인과 관계가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추세와 비교하면 이번 소송 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원고측 변호인단이 원고들의 거주력, 유전력, 질병력 등의 역학적 인과관계가 성립함을 입증시킬 만한 논거들을 분명하게 제시했음에도 이러한 판결이 난 것은 상식 밖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나는 이번 판결에 대해 원고인단은 물론 일반 상식을 가진 국민들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된다. 그래서 대기오염 소송에 참여한 원고들과 변론을 맡은 녹색연합 녹색법률센터 소속 변호인단은 즉각 항소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에 대한 항소와 더불어 수십만명에 이르는 대기오염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2차 원고인단을 모아 별도의 소송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소송의 결과가 쉽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 재판부에서도 원고 패소의 이유가 원고측 논거가 틀린 것이 아니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점이라고 지적한데서 대기오염 소송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다. 다시 말해 분명한 인과관계를 증명하거나 사회 분위기가 변하면 항소심이나 별도의 재판 결과가 바뀔 수 있음을 말한다.

나는 변호인단이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재판의 결과를 바꾸는 것은 변호인단의 책임만이 아니다. 나는 재판을 맡을 법원과 법관들의 판단 근거가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법의 정의는 사회약자를 보호하는데 있다. 분명 천식 등의 질병이 대기오염과 연관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사례나 소음소송에서처럼 재판부의 전향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나는 앞으로 있을 항소심과 별도의 재판 등에서 우리 사회가 사회약자에 대해 배려와 국민의식의 성숙함을 반영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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