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홍석의 사진으로 보는 세상>

수잔 손택은 “사진은 애수가 깃들어 있는 예술, 황혼의 예술”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추한 것이라도 사진에 담기는 그 순간 비애감을 띠게 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또한 “사진은 추하고 소외된 것들을 편애해 왔다”고 하였습니다. 사진가들이 카메라로 담아야 할 피사체가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진정한 의미 부여와는 다르게,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에 들어가면서 해넘이를 보고 있으면 그저 삼류 신파조의 서러움만이 밀려옵니다. 내가 아닌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편애하는 그런 연대의 애수가 아니라, 내 자신에게로만 향하는 슬픔이니 사진에 해넘이를 담으면서도 마음이 편하거나 가볍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문 해를 바라보고 있는 저 소년들의 뒷모습에서는 당당함이 묻어나옵니다. 내일 다시 저 해를 볼 수 있을까, 은근한 걱정이 깔려 있는 노인네들과 달리, 저 소년들은 내일은 더 찬란한 태양으로 짙은 어둠을 뚫고 희망의 해가 솟아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자신감 넘치는 젊은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고홍석님은 전북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포토아카데미(http://cafe.daum.net/photoac)를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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