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새마갈노'의 생태이야기> 한국적 생태마을 만들기의 모든 것

‘생태마을’은 인간적인 마을이다. 사람이 생활하기에 적합하고 쾌적한 마을이다. 게다가 생태마을은 자연친화적이고 친환경적인 공간이다.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생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터전이다.

생태마을이란 오늘날 자본 중심 현대산업사회의 거대한 기능과 복잡다단한 특수성을 인간적 규모에 맞게 재구조화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을 하나의 소우주화된 사회를 간주하는 것이다. 생태마을의 공간구조와 생태계, 마을의 건물과 시설은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졌다. 마을주민들의 생산방식이나 생활양식까지도 친환경적으로 이루어진다.

결국 생태마을은 인간적 규모로서, 생활요소가 완결적으로 갖추어져, 인간의 활동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건강한 인간성이 개발되는, 무한한 미래로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정의되곤 한다.

여기서 ‘인간적 규모’란 공동체의 구성원이 서로 쉽게 알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낸다. 서로 긴밀히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규모로서 대략 500명 정도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지는 마을을 얘기한다.


▲ 원주 성남리 마을공동체가 매년 함께 치르는 마을잔치 ‘치악산산골음악회’


‘생활요소가 완결적으로 갖추어진 공동체 거주지’란 주거, 노동, 생활, 사업활동 등 일상적 생활의 모든 부분이 균형 잡힌 비율로 통합되어 존재하는 상태이다.

‘인간의 활동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는 말은 진정으로 ‘생태적(eco)’인 공동체라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과 다른 생명 사이에는 우열이 있을 수 없으며 한결같이 동등하다는 것이다. 감히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는 어리석은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인간이 할 일이라곤 제 분수에 맞는 자리를 찾아 자연과 조화를 꾀하는 노력이어야 한다는 충고다.

나아가 진정한 인간성, 건강한 인간성을 추구하지 않는 공동체는 성공할 수 없다. ‘건강한 인간성’이란 육체적, 감정적, 심리적, 정신적인 면이 통합되고 조화된 인간성이다. 어쨌든 이 사회(마을)은 서로 다른 인간성을 지닌 사람들끼리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 어느 사회든 결국 사람이 문제고, 사람이 희망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준다.

‘무한한 미래로 지속가능한 공동체’야말로 결론 같은 숙제다. 이게 되지 않으면 결국 공동체 외부 사회가 축적해놓은 자본과 반환경적 활동에 오로지 의존하게 된다.

한국에서 이와 같은 생태마을을 설계하고 계획하려면 가능하면 작은 규모의 농촌마을이 좋을 것이다. 물론 도시에서도 적당한 공간과 추진모임이 있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현대 대한민국의 자본주의사회에서 도시를 지속가능한 생태마을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생활과 생존의 터전을 너무 빨리, 많이 개발하고 만 것이다.

자연 위에 마을 디자인하는 작업

생태마을을 조성한다는 말은 결국 생태마을을 계획하거나 설계하는 행위에서 출발한다. 이는 결국 자연이라는 공간 위에 마을이라는 인공구조물을 디자인하는 작업과 같다. 따라서 생태적인 마을을 디자인하려면 우선 마을의 자연자원부터 보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한번 변형되거나 훼손된 자연환경을 재생하거나 복구하기는 불가능하다.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최소한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최선의 디자인기법일 수 있다.

생태마을을 조성한다고 할 때 무엇보다 우선 고려할 것이 ‘집’이다. 집은 ‘제2의 피부’로까지 불린다. 흙, 나무 등 자연과 공존하는 건축재료는 단순한 무기물이 아니다. ‘숨을 쉬고 인체도 보호하는 피부’와도 같은 역할과 기능을 한다.

생태건축이야말로 생태마을을 이루는 필수조건이고 핵심기술이다. 친환경 재료로 건축하고 재활용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땅과 지역 생태계에 최소한의 영향을 주어야 함은 물론이다. 주민들의 건강한 인간성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교류를 위한 공동 공간, 휴식을 위한 개인공간이 둘 다 균형있게 보장되는 것도 중요하다.


▲ ‘마을만들기’와 ‘귀농프로그램’으로 지역활성화를 꾀하는 진안군의 백운면 간판디자인 프로젝트


생태마을을 만들어놓는다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야말로 생태마을의 지속가능케 하는 최우선조건이다. 지속적인 소득창출을 담보하는 경제시스템이야말로 그만큼 철저히 기획되어야 한다. 지속적인 소득원 창출을 위해 생태마을 관련사업(Green Bisness)이나 생태마을 또는 주민간 경제거래 및 교환을 위해 지역화폐(Lets) 등의 대안도 준비해야 한다.

또 공동체의 주요 의사결정기구와 구조는 미리 적법하게 합의해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마을 구성원이 공동으로 책임질 부분과 각자 개인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명확히 구분되고 규정되어야 한다. 땅과 건물 등 부동산 자산의 소유권 문제는 특히 민감한 사안이다.

자연환경 등 구성요소들 염두에 둬야

일반적으로 생태마을은 자연환경, 주민, 생활공간, 생산공간, 휴양공간, 마을운영조직, 마을공동체 등으로 구성된다. 생태마을 조성 계획과 설계에 임할 때 이런 구성요소들을 기본적으로 염두에 두고 구상을 하고 그림을 그리게 된다.

우선 자연환경이야말로 생태마을을 생태마을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자연환경은 인간이 새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주민(인간)들의 생활양식이나 태도, 가치관과 환경에 대한 인식 등이다.

생활공간은 마을의 인공적인 요소이지만, 그 자체가 친환경적으로 조성되어야 마땅하다. 또 농업생산활동이 이루어지는 농경지인 생산공간은 마을의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휴양공간은 일과 휴식과 놀이가 하나되는 마을을 가능하게 한다. 마을조직이나 마을공동체는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이고 동질적으로 마을을 함께 운영해나가는 사회적 조직이다.

생태마을 조성 계획을 세울 때는 물질순환이 원활한 마을, 에너지․물․식량 등의 자급자족을 이루는 마을, 자연생태가 잘 유지되는 마을, 환경오염을 유발시키지 않는 마을 등의 기본적인 개발모델을 염두에 둔다.


▲ 생태건축가 정기용 씨의 설계로 지은 무주 진도리 친환경농업마을의 흙토담 마을회관


‘물질순환이 원활한 마을’은 물의 재순환, 자원의 재활용, 쓰레기의 재활용 등이 잘 이루어지는 마을을 뜻한다. ‘에너지․ 물․ 식량 등의 자급자족을 이루는 마을’에서는 생태계가 안정된다는 장점이 크다.

‘자연생태계가 잘 유지되는 마을’에서는 주택이나 도로, 기타 인공시설들이 마을의 자연생태계와 조화되도록 해야 한다.‘환경오염을 유발시키지 않는 마을’은 농업생산활동 과정에서 농약이나 비료, 축산폐수, 각종 폐기물 등에 의한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같은 개발모델은 각각 따로 구현되기보다, 각 모델들의 특장점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통합적 생태마을의 모델을 계획하고 조성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대안대학 함양 녹색대학의 생태화장실



생태적으로 계획하고 설계해야

생태마을은 말 그대로 생태적으로 계획하고 생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생태적으로 설계해야한다는 말은 자연과 생활이 조화를 이루고 환경 훼손 또한 최소화시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생태설계는 곧 녹색설계, 지속가능한 설계(Sustainable Design)가 되어야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설계란 생물학적 다양성과 환경적 통합성을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생태마을 설계는 지역의 토착적이고 공간적 특징이나 재료 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 고유의 특징을 갖는 설계가 가능하다.

이렇듯 생태마을을 생태적으로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마을의 공간배치, 생태계시스템의 도입, 조경, 생산활동, 생활양식, 물질순환구조, 쓰레기처리 및 오수정화, 에너지공급, 건물 등의 계획을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생태마을의 공간배치는 자연에너지를 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오염없는 자연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자연에너지 중 가장 활용가능성이 높은 태양열과 바람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리의 전통풍수에서도 물과 바람 등 자연에너지의 활용 정도를 명당을 가르는 잣대로 삼았다.


▲ 간디학교에서 조성한 산청 갈전리 교육생태마을의 공동주거(Co-housing) 생태주택



태양열의 이용은 태영열 흡수력이 높은 약간 경사진 입지의 건물 남향배치를 통해서 가능하다. 또 바람을 에너지로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여름철에는 바람의 이동통로를 막지 않으면서 겨울철에는 바람이 차단되도록 건물과 수목이 배치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생태마을은 농촌지역의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건물의 형태와 규모, 재료 등을 자연경관과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정해야 한다. 안동 하회마을, 구례 상사마을 등 우리 전통마을에서는 자연경관에 순응한 이상적 마을 설계 및 배치 사례가 많다.

생태마을에서는 생활오수나 쓰레기를 오염 없이 처리해야 한다. 마을의 배치단계에서부터 생활오수의 자연정화 시스템과 중수시스템을 설치해두는 게 좋다. ‘중수’는 사용한 수돗물을 음용수 이외의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 등으로 재활용 하는 것으로, 수세식 화장실, 냉각용수, 청소 등을 위한 허드렛물로 다시 사용할 수 있어 절수효과가 크다.

자연생태계의 서식지는 마을의 입지 단계에서부터 훼손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을에서 공생해야 할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를 차단하지 않도록 배치하는 것도 잊지말아야 한다.

시공의 시작과 끝은 조경이 좌우

생태마을 시공의 시작이자 끝은 조경에서 좌우된다. 조경(gardening)의 사전적 의미는 ‘유용하고 아름다운 환경조성을 위해 토지를 계획, 설계, 관리하는 일’이다. 현실에서 조경은 마을의 얼굴이자 몸매이다. 마을의 인상과 이미지를 결정한다. 외래수종보다는 지역의 토종 자생수종의 수목과 야생화를 심는 등 지역경관이나 자연생태계와의 조화가 중요하다.

생태마을은 인간과 야생동물이나 곤충이 공존하는 마을을 지향한다. 야생동물들이 서식할 수 있도록 소생물권(Biotope)을 조성하거나 조류의 식이수목을 식재하거나 덤불숲을 조성하는 조경이어야 한다. 훼손된 생태계는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 원래의 자연생태계로 복원해 주어야 한다. 물론 생태마을을 개발할 때 자연생태계를 훼손시키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


▲ 귀농인이 손수 지은 태양광 자가발전 귀틀집 평창 ‘방림재’


이렇듯 생태마을에서 조경이란 미적 효과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에너지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태양열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겨울철에는 일조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여름철에는 그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바람의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겨울철에는 바람을 막아주고 여름철에는 바람이 최대한 유입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주택 등 건물의 녹화지붕(vegetated roof)은 단열효과로 에너지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다.

주택 등 생태마을의 건물은 자연재료이면서 재활용이 용이한 생태적인 건축재료를 이용해야 한다.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단열시스템을 갖추고 지붕이나 벽면을 녹화하여 에너지절약과 생태적 효과를 거두는 게 바람직하다.

건물은 남향으로 하여 태양열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빗물 저수시설도 설치하는 게 좋다. 물을 전혀 쓰지 않는 발효식 재래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도 생태적이다.

또 생태마을에서는 물, 에너지, 자원, 유기물 등의 재순환이 활발히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농촌마을에서의 물은 농민들에게 생활용수 뿐 아니라 농업용수로 이용되는 중요한 자원이다. 빗물을 받아서 재활용하는 시스템, 사용한 물을 정화해 재활용하는 시스템도 갖추면 좋을 것이다. 생활오수는 자연정화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연, 부들, 갈대 등의 정수수초를 활용한 생태연못을 설치해 자연정화되도록 한다.

에너지는 자연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자연에너지중 가장 현실성이 높은 에너지는 태양열이다. 태양열을 에너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남향의 주택이어야 하고 일정시간 이상 태양열을 받을 수 있도록 일조가 확보되어야 한다. 지역과 여건에 따라 지열이나 풍력을 이용할 수도 있다.

마땅히 쓰레기발생은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발생된 쓰레기는 분리수거하고 재활용하도록 한다. 특히 음식물쓰레기와 분뇨(가축분뇨) 같은 유기물 쓰레기는 따로 발효시켜 퇴비로 만든다.

한국적 생태마을의 실현지

한국에서 생태마을로 조성하기 좋은 입지는 상수원보호구역 내의 마을, 그린벨트 내의 마을, 자연환경 보존지역 주변의 마을, 산촌마을, 전원마을 등을 들 수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내의 마을’은 상수원 수질보호를 위한 규제를 받는 곳으로 환경오염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생태마을로 조성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북한강 상류인 양평, 가평 등에 친환경농업을 기반으로 한 생태마을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린벨트 내의 마을’은 그린벨트 녹지 보존을 위한 개발 규제로, ‘자연환경 보존지역 주변의 마을’은 자연환경보존지역의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한 완충지역으로서 생태마을을 조성하기에 적합한 입지라 할 수 있다. 환경부에서는 지역주민의 공동노력으로 우수한 자연환경을 잘 보전하거나 훼손된 생태계를 우수하게 보전한 자연생태우수마을을 지정하고 있다.


▲ 스트로베일 벽체와 녹화지붕으로 건축된 산청 민들레공동체의 생태주택



‘임상이 수려한 산촌마을’은 숲의 생태계와 인접해 있어 마을의 생태계를 숲의 생태계와 연결할 수 있다. 산림청에서는 십수억원 안팎의 정부사업비를 지원해 낙후된 산촌지역의 생활환경개선과 소득기반 조성을 통한 산촌마을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의 전원마을 조성사업 지원 등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농촌마을의 전원주택단지는 입지조건상 자연환경이 수려한 지역에 자리잡게 마련이다. 따라서 생태마을로 발전하고 지속될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라 하겠다.

우리나라 전통주택이나 마을은 애초부터 다분히 생태마을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마루와 온돌 등 기후에 적합한 건축, 볏짚, 황토흙 등 생태적인 건축재료 사용, 남향의 건물배치 등 에너지 손실방지 및 보존, 재래식 화장실, 미나리밭 하천정화 등 물질순환, 풍수지리 등 생태계와 공존하는 자연관 등을 염두에 두고 마을을 만들거나 집을 지었다.

한국적 생태마을 만들기라는 숙제는 굳이 선진외국의 최신 이론이나 사례 속으로 들어가 답을 구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대로가 자연스러운 사람 사는 마을이었던 우리의 전통 농촌마을 속에 그 모범답안이 들어있으니까. 정기석 기자 tourmali@yahoo.co.kr 

<‘새마갈노(www.eswn.kr)’는 생태순환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자연의 순리에 적응하는 조화로운 삶과 서로 돕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진솔한 몸짓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