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실태 일본과 국제사회에 알리고 중단시켜야”
“4대강 사업 실태 일본과 국제사회에 알리고 중단시켜야”
  • 승인 2010.03.1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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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환경 전문가들 ‘4대강 살리기 사업’ 현장을 가다

지난해 11월 영산강에서 ‘첫 삽’을 뜬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70% 이상의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각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 등에 가려 정치권이나 시민사회 진영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환경 전문가들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심각성을 토로해 주목을 끈다. 지난달 26일부터 3월 1일까지 국내 환경단체 관계자들과 일본의 환경 전문가들은 ‘4대강 한-일 시민조사’에 나섰다. 팔당 유기농단지와 이포보, 강천보, 병산습지, 구담보, 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합강리습지, 금남보 등지를 둘러본 일본 환경 전문가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사카대 법학과 오쿠보 노리코 교수(환경법)는 “한국의 ‘그린뉴딜’은 자연환경을 살리는 것이라고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 와서 보니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4대강 사업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줄 알았는데 곳곳에서 이렇게 많은 공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오사카대 법학과 오쿠보 노리코 교수

일본의 환경 전문가들은 “말로만 듣던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4대강 사업의 실태를 일본과 국제사회에 적극 알리고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나흘간 전문가들과 동행한 환경연합 마용운 국토생태팀장은 “일본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연 경관에 감탄을 표하면서도 때론 경악하고, 때론 안타까워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은 특히 안동 지역의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일대를 걸으며 하회마을과 병산습지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하지 않다가도 구담보 건설로 망가지고 있는 구담습지의 모습에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일본인 참가자만 12명에 이르렀을 정도로 일본에서도 한국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 <위클리서울>은 나흘간의 여정을 재구성해보았다.

“일본선 볼 수 없는 훌륭한 습지들 파괴돼”

‘4대강 한일 시민조사단’은 4대강 사업 때문에 변하고 있는 강의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한강과 낙동강, 금강 일대를 찾았다. 팔당 유기농단지에서는 졸지에 농지를 잃어버린 농민들의 아픔을 함께 했다.

한국의 환경운동가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환경운동가들도 분노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환경운동가 진나이 씨는 “일본의 이사하야 어민처럼 자기 권리를 주장하면서 싸울 수 있는 부분이 이번 4대강에서는 많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며 “그런 어려움이 있으므로 여기는 국제적인 부분으로 싸워야 한다. 이를 많이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치로 가즈오 씨는 “하천 중간에 댐을 만드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으며, 이는 분명 ‘미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이 나빠지면 바다도 나빠진다. 하구지역 어민과 함께 싸우는 방법도 모색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주지역 일대의 남한강에 이르러서는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되고 있는 강변 습지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하나와 신이치 람사르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처음에는 일본과 한국의 하천 모양이 많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한국 하천의 풍부한 자연이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해온 그는 4대강 살리기 사업 현장을 직접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신이치 대표는 “이런 방법은 21세기의 공사가 아니다”며 “이제는 한국 한 나라가 아니라 세계 전체를 보고 하천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장을 직접 보고 환경단체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4대강 사업이 이수나 치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환경 파괴 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공사가 진행되면 한강뿐 아니라 다른 강들의 생물다양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안동 지역의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일대를 걸으며 하회마을과 병산습지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하지 않다가도 구담보 건설로 망가지고 있는 구담습지의 모습은 한일 조사단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낙동강 중상류 병산습지 일대를 살펴본 오쿠보 노리코 교수는 “한국의 ‘그린뉴딜’은 자연환경을 살리는 것이라고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이렇게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강을 살린다는 이름으로 보를 건설하지만 결국 자연이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적인 부분과 부딪히는 일이 별로 없이 아주 빠른 속도로 공사가 진행되는 것 같다”며 “법적 절차 문제가 너무 많은데, 한마디로 좀 심하다. 한국의 각 지역 엔지오와 전국적 엔지오가 연대해 이를 잘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리코 교수는 지난해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보여준 사진을 보면서 처음 4대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훌륭한 습지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공사 현장에 와서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며 “새로운 대응책을 마련해 4대강 사업을 막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4대강 폐해, 일본에도 반드시 알려야”

강 주변을 둘러본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마모토 히로타케 교토대 명예교수는 하천 관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하천공학이 전공이어서 많은 댐과 보를 만드는데 관여했다”며 “그러나 한국의 4대강 사업 필요성이나 이유에 있어서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홍수 피해를 방지하는 치수에 있어 물을 빨리 흘려보내는 것이 중요한데 4대강 사업처럼 중간에 보를 만들어서 물을 가두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러한 공사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공사다. 가능하다면 이런 계획을 지지하는 한국의 하천공학자, 전문가 등과 토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나와 신이치 대표는 “2008년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 개회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의 습지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었다”며 “대통령은 람사르총회에서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일본 나고야에서는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리고, 2012년 루마니아에서는 제11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가 개최된다. 신이치 대표는 “이러한 국제회의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일본과 한국의 습지 엔지오들이 서로 협력하여 4대강 사업이라는 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사노 마사토미(람사르네트워크 사무국장) 변호사는 “람사르협약은 국제적인 습지를 지키자는 협약이고, 습지의 현명한 이용에 관한 협약”이라며 “일본 람사르네트워크와 한국습지엔지오네트워크간의 협력을 통해 열릴 생물다양성협약 총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어느 한 지역의 문제도, 한국 한 나라의 문제도 아니며 전 지구적인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전문가들은 환경문제는 국경이 없으며,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손을 잡고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환경운동가 요코야마 이치로 씨는 “현장에 와서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국의 국내 언론이 4대강 사업 문제를 제대로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며 “일본과 세계의 언론이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자국으로 돌아가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스게나미 씨는 “이명박 대통령 덕분에 여러분과 만나게 돼 기뻤다”며 “4대강 사업이 엉터리라는 것은 이미 밝혀졌고, 앞으로 힘을 모아 4대강 사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다나카 히로시 씨는 “이번 일정은 너무 짧아 4대강 사업의 문제를 다 짚기에는 부족했다”며 “특히 낙동강 하류 함안보 부분을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문제를 일본에도 반드시 알려야 한다”며 “이번 조사단을 통해 양국의 상황을 서로 알리는 것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비판 여론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어떤 제동이 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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