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대강사업저지천주교연대’ 조해붕 신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종교계가 들고 일어났다. 지난 8일 천주교 사제단 1100여 명은 명동성당 앞에서 4대강 사업중단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불교계 역시 대중과의 접촉을 늘려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을 확산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급기야 천주교·불교·개신교·원불교 등 4대 종단(운하백지화종교환경회의)은 지난 15일 낙동강 상주보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공동 기도회를 열고 “6월 선거에서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해 정부여당을 당혹케 하고 있다.

‘4대강사업저지천주교연대’를 이끌고 있는 조해붕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는 “환경, 생태 문제는 정치적 입장을 넘어 종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사제적 양심을 걸고 환경과 생태 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암물질 기준치 20배 검출

조해붕 신부는 “항간에는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개발국가’로서의 위상을 드높였다고 하지만, 동시에 생태파괴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4대강 사업의 경우 환경, 생태파괴의 결정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해붕 신부


그는 “4대강도 한강처럼 자전거 도로 등을 만들면서 환경이 파괴된다면 다시 복구하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할 수 없다”며 “이는 신앙인의 관점에서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 신부는 “4대강 사업의 장점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찾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정작 필요한 것은 환경도 보존하고 수질도 개선시킬 수 있는 지방 ‘소하천 정비’”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중국과 UNEF(UN 환경계획)으로부터도 국가적 망신을 당하고 있다”며 “황하나 양쯔강에 둑과 보를 쌓아서 매년 수십만명씩 재해를 당하고 있는 중국은 우리 4대강을 보면서 비웃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신부는 “사업을 꼭 해야겠다면 한군데씩 해보고 평가 결과에 따라 진행 여부를 판단하면 되지 않겠는가”라며 “환경이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이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전부 엎어버리겠다는 심보가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조 신부는 새만금의 실패를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조원 넘게 투자한 새만금에서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얼마나 많은 손해를 봤었나”며 “지금도 수백억씩 쏟아붓고 있는 새만금 문제 등 한번 망가진 자연을 복원하려면 ‘망가뜨리는 과정’의 수백, 수천배의 노력과 비용이 든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현재 4대강 공사 현장의 오염퇴적토는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낙동강 함안보에서는 발암가능물질인 디클로로메탄이 기준치의 20배가 넘게 검출되기도 했다. 조 신부는 “강을 오염시키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고 땅을 계속 팔 경우 당연히 더 오염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신부는 “지난해 11월 4대강 사업이 시작되고 이렇게 빨리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며 “환경단체들이 지속적으로 4대강 문제를 언급해왔지만 당시 용산참사 문제가 더 시급했던 상황이라 4대강 문제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개발 정책을 통해 건설‧토목 재벌들에게 이윤을 나눠주고 있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이에 앞서 사업 진행에 있어 최소한의 과정과 법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조 신부는 “우선적으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실정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그런 내용은 전혀 알리지 않고 자신들 입맛에 맞는 내용만 홍보하고 있으니, 기득권자들인 기업하는 사람들만 반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경제만능 국가라는 것을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했다.

“문제점, 신자들에게 알릴 것”

언론의 태도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 신부는 “방송 신문을 비롯해 많은 매체들이 이 부분들을 방치하고 있었다”며 “아직까지도 동계 올림픽 결과에 끊임없이 매달리는 등 어떻게든 이슈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계에서도 나름대로 노력은 하겠지만, 엄청난 물량에 바탕한 ‘정부 홍보’를 따라 갈수는 없다”며 “일간지나 공중파에서 계속해서 다루지 않는다면 종교인들의 목소리도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국민의 70% 가량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진행과정이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흔치 않다는 지적이다. 교회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조해붕 신부는 “신자들도 4대강 사업의 내용과 문제점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사실적 근거에 바탕한 내용과 실체를 좀 알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치인들이나 시민단체 쪽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부르짖다보니 종교인들의 행위들도 본질이나 사실이 왜곡된 게 많다”며 “신앙인들은 사제들이 왜 목청을 높이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천주교를 비롯해 기독교, 불교 단체 등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4대강 죽이기 사업’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단순히 거리로 나와 구호만 외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천주교를 예로 들면, 미사 시간을 통해 신자들에게 4대강 사업의 본질을 알리겠다는 얘기다.



신부, 목사, 스님 등의 발언이 신자들에게 미칠 파급력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6.2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을 지지하겠다는 선언도 한 상태다.

그러나 조 신부는 “이 문제를 정치적 사안으로 보면 안 되며 신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미 오래전부터 종교인들은 생명과 평화의 중요성을 전파해왔다. 성경에도 나오듯 인간의 욕심이 결국은 세상을 망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선거 정국에서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운 논의다. 이에 조 신부는 “공적인 자리에서 신자들에게 특정 후보나 정당을 홍보하거나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게 아니다”며 “다만 우리는 사제적 양심을 걸고 환경과 생태 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교황님조차도 신년 담화문에서 환경 관련 문제에 대해 90% 할애했다”며 “이는 종교적 사명이자 교회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조 신부는 “‘종교인이 왜 신자들을 선동하느냐’고 물음에는, 반박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선동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4대강 죽이기 사업’을 막지 못한 정치인들의 직무유기에 대한 성토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군 이래 최악의 프로젝트”

불교계는 4대강 사업을 “해탈, 생명,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시대착오적이고 순리 역행적인 단군 이래 최악의 프로젝트”라고 규정하고 오는 10월까지 전 사찰을 대상으로 환경 법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4월에는 1~2만명의 신도가 참여하는 대규모 강 살리기 기도회를 준비하고 있다.

불교환경연대와 에코붓다는 지난 4일 대한불교조계종의 후원을 받아 대규모 심포지엄을 열고, 학계·시민사회·문화계 인사들과 함께 4대강 개발에 대한 정책 권고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은 “신중을 기해야 할 대규모 국책 사업이 법적 절차도 무시하고, 충분한 여론 수렴도 없이 졸속적으로 추진됐다”며 “이로 인해 생태계 파괴는 물론 교육·의료·복지 등에서 심각한 민생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수경 스님은 지난 11일부터 남한강 여주에서 ‘여강선원(如江禪院)’을 개원해 13일 개원 법회를 시작으로 무기한 천막 정진에 들어갔다. ‘강처럼 사는 집’이라는 뜻의 여강선원은 여주보 공사가 한창인 남한강 중류 신륵사 인근에 세워졌다.

‘천성산 지킴이’로 알려진 지율 스님 역시 지난해부터 매주 낙동강 도보 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과 함께 1박 2일로 진행하는 이 도보 순례는 다녀간 사람만 벌써 1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천주교·불교·개신교·원불교 등 4대 종단은 지난 15일 낙동강 상주보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공동 기도회를 통해 “4대강 사업은 강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것이며 그 결과 한반도 전체에 엄청난 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생명을 보살피는 일은 종교인의 신성한 의무인 만큼,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지금 ‘생명의 강’을 위한 4대 종단 공동 기도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종교계는 현재 서울과 부산 행정 법원에서 진행 중인 4대강 국민 소송 판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1000만인 서명 운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계획이다. 아울러 시민·사회단체 인사들도 4대강 사업 저지를 지방선거의 핵심 의제로 설정해 이에 찬성하는 정당 및 후보를 지원한다는 방침이어서, 다소 수그러들었던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본격 확산될 조짐이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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