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에 따라 재빨리 준비를 하고 차에 올랐다. 둘째 날 코스가 너무 힘들었는지 아이들은 활기차야 할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녹초가 된 상태였다.
지친 우리를 위해 버스 기사 아저씨께서 뮤직비디오를 틀어주셨다. 뮤직비디오에선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이 연이어 나왔다. 꽤 연세가 드신 것으로 보이는 아저씨, 하지만 센스는 만점. 지쳐있던 아이들 모두 정신을 번쩍 차리고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르며 도착한 곳은 성산일출봉.
입구엔 우리보다 부지런한 학교의 학생들이 많이 와있었다. 성산일출봉은 제주도에서 일출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모양이 좀 이상했다. 산은 산인데 언덕 같기도 하고…. 아무튼 정말 멋진 곳이었다. 언덕에 우리 학교 전교생이 앉아 기념촬영을 했다. 아이들 숫자가 많다보니 그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든 카메라 안에 다 담아보시겠다며 쩔쩔 매시는 사진기사 아저씨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사진을 찍고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몸이 지쳐있는 상태이다 보니 정말 멋있을 게 틀림없어 보이는 정상까지 오르진 못하고 중간쯤에서 돌아 내려오기로 했다.
예쁜 꽃들 사이를 지나 돌아오는 길…최고의 절경이 펼쳐졌다. 성산일출봉 언덕은 한쪽으론 푸른 바다를 낀 채 우뚝 솟아 있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날아갈 것(?) 같았지만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친구가 기념사진도 찍어주고 날씨가 더워 슬러시 한잔씩을 사먹고 다시 차에 올랐다.
다음은 송혜교와 이병헌이 나왔던 ‘올인’이란 드라마 촬영지에 갔다. 바닷가에 성당이 있는데 원래 있던 곳은 아니고 드라마 촬영을 위해 만들었던 것이라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된다기에 주변에 머물며 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버스로 이동하는 내내 아이들은 10분이라도 틈이 나면 금세 잠에 빠져들곤 했다. 틀어놓은 뮤직비디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가 굉장히 컸는데도 말이다.(사실 나도 차에 타기만하면 잤다.)
이번엔 이름이 기억나진 않지만(무슨 오름이라고 했다) 수학여행 코스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이다. 입구엔 제주도의 상징 돌하르방이 우릴 반겼다. 약간 언덕진 길을 올라가다 보니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잔뜩 지쳐있던 아이들조차 두 눈을 번쩍 뜨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산꼭대기가 분화구처럼 움푹 파여 있는데 그 안은 나무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넓어 카메라로 한 번에 담을 수가 없었다. 정말 아쉬웠다.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 찍어봐도 내가 보는 이 풍경을 이 카메라 하나에 담기엔 무리였다. 자연 앞에 선 인간문명의 한계랄까.
그곳을 떠나 우린 마지막 코스인 어느 바닷가에 가서 바닷물에 발만 담근 뒤 떨어지는 태양과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숙소로 돌아왔다. 그 날 저녁도 라면으로 때우고 일찍 잠에 들었다.
이제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이다. 아침을 빨리 먹고 와서 우리가 3일 밤을 신세졌던 숙소를 깨끗이 청소했다. 짐도 꾸역꾸역 캐리어에 집어넣고 숙소와 작별인사를 했다. 버스에 올라타 신나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수학여행 마지막 날의 첫코스로 출바알.
#백공작
첫 코스는 한림수목원이었다. 수목원 내부엔 동굴도 있었고, 동물원도 있었다. 특히 눈이 부실 정도로 온통 하얀 깃털을 지닌 백공작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언제쯤 꼬리를 펼까…모두가 잔뜩 기대를 하며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결국은 기다린 보람에 보답이라도 해주듯 새하얀 꼬리를 활짝 펴준 백공작. 셔터를 누를 때마다 모델마냥 이리저리 포즈를 취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운 담임쌤
마지막 코스로 한라산 숲에 갔다. 숲은 정말 좋았다. 평상도 마련되어 그곳에 누워 약 30분가량을 쉬었다. 다른 아이들은 숲속을 돌아다니느라 없었다. 덕분에 친구 정현이와 둘이서 산새가 바로 곁에 다가와 지저귈 정도로 조용히 누워있었다. 정말 한적하고 좋았다. 우리 동네에도 이렇게 울창한 숲이 있으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공기도 맑고 조용하고…정말 평화로운 곳이었다. 그냥 평생 이렇게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드디어 모든 일정을 마치고 공항으로 돌아왔다. 비행기에 오르니 이미 태양은 저 멀리 서해바다로 넘어가고 있었다. 우린 비행기 안에서 멋진 일몰 광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김포공항에 도착하면서 보니 비행기 창밖으로 불빛 빽빽한 서울의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구나. 한편으론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힘들었지만 좋은 곳을 많이 구경하다 보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 수 있었던 기분 좋은 수학여행이었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