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자연스럽게 두는 게 인간이 자연에 대해 취해야 할 내용”
“자연을 자연스럽게 두는 게 인간이 자연에 대해 취해야 할 내용”
  • 승인 2010.07.0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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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진단 연속인터뷰>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2

-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이들의 논리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지니나.

▲ 군색하다. 말도 안 된다. 예를 들어 낙동강 물을 10억 톤 채울 것이면 나중에 그 물을 어디 쓸 것인가라는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계획이 없다. 그리고 낙동강에서 2급수에 달하는 깨끗한 물을 개발하겠다고 했으면 그 물을 부산, 대구, 김천 등에서 먹으면 되는데, 별도로 2조원 예산 편성해서 댐을 더 만들겠다고 한다. 부산은 남강댐, 대구는 안동댐에서 물을 가져오겠다는 계획을 또 수립하고 있다. 물 확보의 허구성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홍수 문제도 설득력이 없다. 한국방제협회에 따르면 강 본류에서의 홍수 발생율은 6.3% 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지방하천, 소하천에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홍수피해가 많이 날 수 있는 곳에 가서 공사를 해야 하지 않나. 공사비도 4대강 사업 공사비용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적게 드는데 말이다.

2002년 태풍 루사때 국토가 쑥대밭이 됐었다. 낙동강은 피해가 없었다. 지류만 피해를 입었다. 한번은 토론회 때 기회가 있어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정부의 논리라는 게 지류에서의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본류에서 물의 양을 줄이면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하더라. 저는 그냥 입 다물고 있었다. 대책 없는 얘기들만 오갔다.

반대를 위한 반대? 반대하면 정치적이니 뭐니 온갖 덧씌우기를 해서 요즘은 참 어디 토론회 자리에 가서 친정부 성향의 사람들과는 말도 하기 싫어진다. 중․고등학생만 돼도 정치적 발언을 하는데 이 사회에 깊숙이 관여하는 어른들이 정치적 발언도 아닌 그 비슷한 어떤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친정부 성향의 사람들은 제가 4대강 반대 논리를 공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해도, 반대라는 이유로 공학적인 접근의 진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야 만다. 그래서 가능하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계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으려고 한다. 지방선거 때 야당 선거캠프에서 불렀는데, 일부러 안 갔다.


#박창근 교수


- 친정부 성향의 세력들이 주관하는 토론회에서 4대강 반대쪽 패널로 나온 적도 있는데.

▲ 조선일보에서도 토론회를 연 적이 있다. 하지만 토론은 하되 4대강 사업은 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그게 무슨 토론인가. 다른 토론회도 마찬가지다.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토론회는 그냥 면피용으로, 문제점을 제기하는 진영에 대해 ‘우리는 반대 쪽 얘기도 들었다’라는 것을 반영하는 명분용이었다. 물론 이 사람들이 제 얘기를 4대강 사업 계획서의 어느 부분에 반영했는지는 알 수 없다. 말로만 반영하겠다고 할 뿐이다.

만약 정말 이 사업이 백년대계 사업이라면 소통의 공간을 열어놔야 하지 않나. 4대강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워낙 논리가 없으니까 일부러 공학적으로 그 쪽 사람들 얘기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봤다. 그런데 아무리 고민해 봐도 도무지 찬성하는 쪽에서의 ‘논리’를 찾을 수가 없더라.

- 운하 경험이 있는 외국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오늘날 4대강 사업과 같은 대규모 강 사업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 100년 전에는 이런 사업들이 많이 이뤄졌다. 60년대까지 세계적으로 무식한 사업들을 많이 해왔다. 그때는 인간의 기술로 자연을 개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것이 한 국가의 국력을 상징하는 요소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자연의 엄청난 반격을 감당해야 했다. 인간이 자연을 기술로서 정복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인간이 자연에 대해 취해야 할 내용은 단순하다. 자연을 자연스럽게 두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 설정은 이제 정복의 대상에서 공생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그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공생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4대강 사업은 자연을 정복하겠다는 것이다. 구시대적인 발상이며 궁극적으로 이 사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사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든 강 살리기 사업을 2, 3년 내에 끝낼 수 없다. 영원히 완성할 수 없는 사업이다. 도중에 다른 목표가 계속 나올 것이다. 다시 말해 강 살리기 사업은 최종 종착역이 없는 사업이다. 그런 사업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삽질을 해서 강을 살릴 수 있다는 자만은 오히려 하천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치닫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학적으로 하천을 살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대안들에 대해 철저하게 점검을 해야 한다. 적어도 검토기간이 2년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 4대강 사업은 어떤 검증도 없이 마냥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가 벌어질 것은 뻔하다.



- 4대강 사업이 도시 사람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 보나.

▲ 여러가지 있지만 식수 문제가 가장 크지 않겠나. 지금과 4대강 현장에서는 탁수가 엄청나게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 알륨이라는 첨가제를 넣어 탁도를 낮춘다. 그런 약품을 넣었을 때 그것이 물속의 다른 물질과 어떻게 작용해서 유해물질이 생기는지 안 생기는지 분석해봐야 한다. 지금 이 물에 대해 어느 누구도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상식적으로는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물은 탁수가 아닌 물을 가지고 정수해주는 게 옳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에 직면할지 모른다. 정수 과정을 알 수 없어도 1차적으로 팔당댐에서 서울로 오는 물들이 똥물이라고 할 때, 앞으로 시민들이 어떻게 할 것인가.

- 토목 관련 분야 사람들은 어떤 입장에 서 있나.

▲ 개인적으로도 우려스럽다. 토목 하는 사람으로서, 토목계에 대한 강한 역풍이 불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토목이라는 것은 문명공학이다. 우리 인류에 생활의 편리함을 준 것은 상당 부분 토목공사로 인해 이뤄졌다.

우리 사회 음지에서 국민들의 편리를 위해 노력해온 많은 토목인들이 있다. 그것을 긍지로 살아왔던 토목인들이 이게 잘못됐을 경우 엄청난 자괴감을 느낄 것이다. 쓸데없는 공사로 국민들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퍼질 경우 몇 사람의 토목 전문가들이 벌이고 있는 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많은 타격을 입을 것이고 다음 정권 들어서는 토목 관련 예산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물론 4대강 사업과 무관하게, 토목 관련 예산은 줄어들어야 하는 게 옳으나 이게 연착륙이 되지 않고 경착륙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시 되는 것이다.

다음 정권이 토목 관련 예산을 OECD 수준으로 맞추려고 하면, 엄청난 실업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것이 발생했을 경우 지금 이 4대강 사업에 관여한 사람들에게는 아무 피해가 없다. 앞으로 자라나는 세대들이 모든 것을 뒤집어쓰게 된다.

-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소신공양으로 입적한 문수스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순간적으로 멍한 느낌을 받았다. 문상을 두 번이나 갔다. 그런 극한 상황으로까지 가면서 메시지를 던져야 했는가 싶기도 했다. 한 시대를 앞선 선각자였지만 그 표현 방식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침묵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의 허구에 대해 뻔히 알고 있다. 전문적으로는 문수스님보다도 더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침묵하고 고개를 돌린다는 것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 기성세대가 이 하천을 죽이려고 작정했는데 만약 우리 세대가 이것을 막지 못하고 다음 세대한테 이 파괴된 하천을 물려준다면 우리 세대는 후손들로부터 떳떳하지 못한 세대로 남을 것이다. 후세 전문가들이 제자들, 그리고 저의 제자들이 공부를 더 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됐을 때 우리들을 어떻게 평가하겠나.



- 정부는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에도 눈 한번 깜빡하지 않는데.

▲ 사업에 대한 부당성, 파괴성 등을 우리사회는 충분히 알고 있다. 막을 수 있는 역량도 있는데 스님이 그렇게 가서 안타깝다. 용산참사에서 사람 몇 죽어도 눈 하나 깜빡 않던 정부였으니 오죽하겠는가.

국가정책을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그 죽음이 올바른 죽음이었든 의롭지 않은 죽음이었든, 그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면 우리사회 지도층이 거기에 대해서 책임 있는 반성을 해야 하는데 참 안타깝다.

문수스님이 비록 선방 수행자였지만, 대한민국 국민임에는 틀림없다. 이 사업으로 인해서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국민들도 있구나, 하고 다시 고민해보는 시간도 마련돼야 하지 않겠는가. 성찰하는 시간을 마련해보자는 립서비스라도 해주는 게 지도층들의 최소한의 도리인데, 이 정부에서는 그런 립서비스조차도 찾아볼 수 없다.

- 일각에서는 4대강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맞서기도 한다.

▲ 우리사회에는 양극단이 있다. ‘찬성을 위한 찬성’, ‘반대를 위한 반대’(최근까지 정치권 등에서 유행어처럼 쓰이는 이 말은 과거 박창근 교수가 처음 쓴 표현이다)를 하는 자들이 맞서고 있다. 이 극단에서 더 위험한 쪽은 ‘찬성을 위한 찬성’이다. 왜냐하면 ‘찬성을 위한 찬성’을 한 사람들은 어떤 사안에서든 반대쪽 얘기를 한번이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반대를 위한 반대’ 쪽에서는 최소한 상대방의 입장을 들여다보고 반대를 한다. 최소한 그 실상을 알고 반대를 하는 것이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찬성을 위한 찬성’은 사업의 경제성도 왜곡하고, 그 근거 자료들을 많이 부풀려서 사업을 극단적으로 합리화 시키고 있다. 이 사람들의 성찰이 참 부족하다.

-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향후 어떤 활동을 전개해 나갈 생각인가.

▲ 교수모임에는 다양한 학자들이 포진돼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서 향후 4대강 사업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법학과 교수는 이 사업 추진의 법적 타당성 문제를 검토하는 등 각 분야 전공 교수들이 기고나 토론회를 통해 사업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

일부 지식인층에서도 4대강 사업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 때 4대강 사업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현장 투어를 자주 나갈 계획이다. 또한 언어를 통해 많은 내용들을 알릴 것이다. 친정부 성향의 보수언론 앞에서도 당당하게 입장을 밝힐 것이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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