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냐고? 그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
‘왜 하냐고? 그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
  • 승인 2010.07.1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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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어린 시절 계획한 ‘걸어서 세계 일주’를 행동으로 옮기고, 또 그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책을 펴내기도 한 한비야. 그녀는 세계 일주를 한 뒤 자신이 꼭 하고 싶었던 긴급구호가의 길을 걷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월드비젼’에 들어가 긴급구호가로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이미 기자의 지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모든 젊은이들의 롤 모델(roll model)이 된 한비야. 그만큼 책에서는 그녀가 전해주는 뜨거운 열정과 잔잔한 감동을 한껏 느낄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정말 힘들지만 계속 하고 있는 이유는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무한한 감동을 느낀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가 감동을 느낀 몇몇의 구절을 소개 해볼까 한다.

그녀는 전국에 자신의 자식이 3명이 있다. 매 달마다 빠져나가는 6만원이 자신은 대단히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 6만원을, 그녀는 자신이 지출하는 돈 중에 가장 힘 센 돈이라고 표현한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지출도 아니고 남는 것도 없는 지출이다. 이것으로 나마 굶주려가는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게 기쁘다는 한비야의 깊은 뜻이 있다. 기자는 그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지출을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한비야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마냥 부끄러울 따름이다.

라말라 난민촌에 오빠를 잃은 아홉 살짜리 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오빠는 이스라엘 탱크에 돌을 던지다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죽었다. 오빠는 겨우 열한 살이었다. 아이는 착한 오빠를 죽인 이스라엘 군을 자기가 크면 다 죽여 버릴 거라며 적의를 불태우며 말했다.

한 초등학교의 열세 살짜리 팔레스타인 여자아이가 등굣길에 20발 이상의 총을 맞아 즉사했다. 등교할 때 지각할까봐 지름길로 가느라 이스라엘 초소에 가까이 갔다는 게 이유였다. 이스라엘 군인은 아이를 보고 우발적인 행동으로 보인다며 먼저 머리에 두 발의 총을 쏜 뒤 탄약이 떨어질 때까지 총을 쐈다고 했다.

아이들이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자란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한비야는 이 부분을 얘기함으로서 그 곳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을 영상으로 담아 전해줄 PD가 현지에 왔다. 그는 한비야에게 “방송으로 나가는 것이니 이왕이면 어릴수록 좋고, 예쁜 아이일수록 더 좋다”고 주문했다. 한비야는 그런 PD가 원망스러웠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으러 온 것이지 방송용으로 아이들을 찍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PD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이왕이면, 어리고 예쁜 아이를 찾았다. 찾은 아이는 배가 볼록하고 팔다리는 말라 전형적인 영양실조 상태였다. 촬영을 하는 도중 아이는 갑자기 엄마 품에서 헉헉 거리며 숨차했다. 혹시라도 아이가 죽을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굳이 우리에게 감동을 전해주려고 예쁜 아이들을 고르려 하다니 잘못된 생각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기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현지의 상황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픈지 알게 됐다. 읽는 도중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왜 그렇게 젊은이들이 한비야를 외쳤는지도 알게 됐다. 한비야의 진심과 사랑이 담긴 이야기, 꼭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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