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박근혜 전 대표, 4대강 문제 정부와 거리 둘 것”
“조선일보와 박근혜 전 대표, 4대강 문제 정부와 거리 둘 것”
  • 승인 2010.07.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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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진단 연속인터뷰>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2

- 김 위원장은 보수단체로부터 구타를 당하기도 했는데.

▲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나가려던 참에 좋지 않은 상황과 마주했다. 기자회견에 가려고 나가다가 폭행당했다. 보수 단체들도 당연히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다. 참여연대를 비판할 수도 있고,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할 수도 있다. 다만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를 넘어 서서 다른 집단을 용인하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스통, 신나, 화염병으로 위해를 가하는 행위는 매우 부적절하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반감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 상황은 참여연대가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만에 1000여 명이 참여연대 회원으로 가입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것은 무엇을 얘기하는 것일까.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국민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 우리 사회 이념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인 것 같다.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 보수, 진보의 이념 갈등이 어떤 면에서 비정상적으로 격렬하다. 민주국가에서 다 있는 일이지만, 한국의 경우는 좀 다르다. 다른 의견에 대해 어떤 물리적 위해를 가하는 행태가 나타나는 것은 굉장히 천박한 것임에 분명하다. 더군다나 다름에 대한 문제를 넘어 용납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실 민주주의의 기본원칙과 시민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보수와 진보가 원래 이념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보수가 스스로 자유주의 이념을 말하고 있지 않나. 보수가 그것에 투철하기만 하면 사실 서한을 유엔에 보낸 참여연대와 같은 활동은 표현의 자유로서 비판하고 다른 견해를 내놓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보수 스스로가 자유주의 원칙과 이념과 철학에 위배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는 자유주의 자체가 한 번도 뿌리내린 적이 없다. 분단 이후에 북이랑 싸우면서 자유민주주의라고 규정했으나 사실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극단적인 반공이데올로기에 경도돼 극우 파시스트적인 이념과 정서가 한국보수를 지배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으로부터는 한국보수가 자유롭지 못하다.

- (파쇼적 의미가 아닌)‘사회통합’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고 보나.

▲ 보수와 진보는 민주주의적 가치에 있어서는 입장을 공유하면서,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경쟁해야 한다. 보수도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민주주의의 퇴행이 곳곳에서 발생한다. 사회가 진보와 보수 통합의 이념적 가치적 기반을 상실하고 있다.

그래서 빨리 보수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확고히 수용해야 한다. 그런 조건에서 사회·경제적인 문제에 있어서 차이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그걸 놓고 국민의 선택을 구하는 경쟁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 이전 단계에서 합의해야 할 원칙과 가치에서 불일치가 존재한다. 때문에 계속 충돌하게 된다.

자유주의가 철저해지면 합리화 되는 것인데, 그런 합리적 보수가 보수 내에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을 때야 사회통합의 가능성이 보일 것이다. 우리는 분단 구조 하에 보수 헤게모니가 강화되면서 진정한 자유주의적 합리적 보수보다는 수구 냉전적인 극우가 헤게모니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남북관계 정상화, 한반도의 평화와 교류가 정상화되고 공존의 흐름이 역전 불가능한 단계까지 갈 때면 보수 진영 내에서도 합리적인 세력들이 변화하고 헤게모니도 변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는 보수 진영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한국 사회로 보면 불행한 일이다. 분단의 대가다. 사회 내적으로 대가를 치르고 있다.

- 천안함 사태의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나.

▲ 아직까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참여연대도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전까지 북한 소행 가능성이 50%가 넘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우리의 의구심을 부채질 한 것은 5월 20일 정부의 발표였다. 시점도 선거운동 개시일에 맞췄다. 게다가 그 내용조차도 도저히 합리적이지 못해 의혹 제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국방부 장관이 스스로 못 봤다고 했던 물기둥이 갑자기 있었던 것으로 바뀌고 봤다는 증인이 4명씩 나오고 했다. 무슨 특별 조사가 필요하지도 않은 일을 한 달 반 동안 없다고 하다가 물기둥 있다고 했었다. 이외에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들이 많다.

미국에 있을 때 나이아가라 폭포에 간 적 있다. 그 낙폭이 100미터가 안 되는데 불과 몇 백미터 안으로만 근접해도 온 몸이 완전히 물에 흠뻑 젖더라. 그런데 바로 물기둥 밑에 있었던 병사가 얼굴에 물 한 방울 안 튀겼다? 말도 안 된다. 가스터빈을 인양하고도 숨겼고, 어뢰 흡착물질도 결정적 증거라고 하는데 도저히 과학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것을 보면서 의심을 하게 됐다.

이것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잘못된 조사결과로 인해 훗날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이라크전쟁은 미국정부의 조작된 증거에 의해 일어났다. 64년 돈킹만 사건이 빌미가 돼서 월남전이 전면전으로 확대했는데 결국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 과거의 기억과 역사로 볼 때 우리는 어떤 결론도 원인도 예단하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 일관되고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는 게 의혹제기로부터 벗어날 길이라고 본다. 그런데 정부가 야당 국회의원들에게조차도 정보를 통제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서는 결코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태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없을 것이다.

-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 때문에 향후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이 앞당겨 질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몇 천 년, 몇 만 년 동안 살아가야 될 후세대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한반도의 생태환경을 파괴한다는 데 있다. 더군다나 국민의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민주적이지 않다. 또 국민들이 이번 4대강 사업 반대 의사를 투표를 통해 드러냈다. 이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박정희식 개발 의지를 거부했다는 점에서 이번 4대강 사업 반대 의사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계속 고집한다. 현실적으로는 그것이 본인의 레임덕을 막겠다는 것이겠지만, 오히려 갈등의 심화가 반대로 레임덕을 앞당길 것으로 본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 4대강 사업을 끌어안고 과연 다음 대선을 치를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 것이다. 특히 조선일보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쪽에서는 4대강 문제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와 거리를 둘 것이다. 결국 여당 내부의 갈등으로 가게 돼있다. 레임덕은 권력 내부에서부터 시작되고, 그렇게 되면 더욱 치명적이기 때문에 역대 정부의 임기말 레임덕 전통이 더 빨리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 이명박 정부의 공과 과를 구분하자면.

▲ 공은 평가할게 없다. 그게 아마 이명박 대통령을 누르고 있는 굉장한 부담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자신의 임기 동안 해 놓은 게 뭐냐고 할 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 대한 부담이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노무현 정부만 하더라도 정치개혁, 권위주의 타파, 그리고 충분하지는 않지만 사회 양극화 문제를 이슈화해서 복지정책의 전진을 남겼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나중에 당신은 뭐했냐고 할 때 내세울게 없다. 서울시장 할 때는 청계천, 버스 중앙차로 남겼는데, 대통령 5년 동안 남긴 게 없지 않느냐는 두려움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이다.

원전수유를 자기 업적이라고 얘기하면 코미디가 되는 것이다. 기업영역에서의 활동을 정부와 대통령이 성원하고 지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어느 대통령이나 해왔고 해야하는 것이다.

- 6.2 지방 선거 결과가 치러진 지 한 달여가 지났다. 향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 심판의 의지를 보여줬고, 그 결과를 통해 희망을 발견한 측면도 있다. 그런데 선거에서 나타난 것처럼, 오만함에 대해서는 국민이 용서치 않는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이 계속 오만해지면 앞으로도 계속 심판 당할 것이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이 싫어서 이긴 것이다. 정신 못 차리면 다음 선거에서 민주당이 심판 대상이 될 것이다. 정말 마음속 깊이 민심을 새겨서 어떻게 답할 것인가에 대해 각각의 정치 주체들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미래의 지도자상은 어때야 된다고 보는가.

▲ 지도자는 늘 포지티브한 가치를 지녀야 한다. 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지도자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고 역할이다. 한국사회에서 보수, 진보 포함해 이러한 긍정적인 가치와 비전을 지닌 지도자를 찾기 힘들었다. 올바른 정치 세력의 부재 내지 힘의 미약함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다. 그런 지도자와 세력이 나오길 기대한다.

- 최근 참여연대가 가장 신경쓰는 사안은 무엇인가.

▲ 참여연대는 여러 가지 활동들을 늘 동시적으로 진행해왔다. 민생경제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문제들을 고민해왔다. 다만 최근에는 의도와 상관없이 천안함 사태가 부각됐을 뿐이다. 천안함 사태 문제 말고도 할 일이 태산이다.

- 시민단체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자면.

▲ 시민사회라는 것은 민주사회에 있어 필수적이다. 다만 시민사회가 가졌던 정치적 영향력은 향후 축소될 것이다. 시민사회의 정치화는 애초 정치 사회가 파행화 되면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정치사회가 조금만 더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다보면 시민사회 진영의 역할도 줄어들 것이다.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사회를 감시한다는 측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 향후 참여연대 방향성의 큰 틀에 대해 말해 달라.

▲ 중장기 발전 전망을 논의하기 위한 TF 구성이 돼 있다. 거기서 여러 가지 논의가 될 것이고 여러 가지 방안이 나올 것이다. 전문성이 강화될 수 있고 대중성이 강화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선택을 두고 고민하게 될 것이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전문성과 대중성이라는 틀 안에서 다중적·이중적 역할을 해왔다. 두 가지를 병행해서 다 잘 하기에는 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어쨌든 이번 연말, TF를 통해 다소 패턴을 바꾸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들과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겠다. 기대해도 좋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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