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육 어디로’-진보교육감 연속 인터뷰 6>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6.2 지방선거를 통해 6명의 진보·개혁 진영의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향후 교육계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재선에 성공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과 곽노현(서울)․장휘국(광주)․민병희(강원)․김승환(전북)․장만채(전남) 당선자는 모두 ‘국․영․수’ 중심 교육 해체, 무상급식 실현 등을 고수하는 진보 성향이다. <위클리서울>은 ‘우리 교육 어디로’라는 주제로 이들 진보 성향 교육감과의 인터뷰를 연속으로 게재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장휘국 광주시 교육감,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 장만채 전남도 교육감에 이어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과의 자리를 마련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민 교육감은 교육감 당선 이전까지 학교 현장에서 교육운동을 해왔다. 해직․복직을 거듭하다 교육 현장을 보다 빨리 바꾸기 위해 교육위원이 되었지만 그마저도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민 교육감은 “교육위원 자리에서는 현장을 개선하기가 힘들었다. 집행권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출마를 했고 변화를 바라는 도민의 선택으로 교육감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민 교육감은 “당선 직후 교육감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교육감은 ‘선생님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선생님의 꿈이다. 강원교육의 ‘올바른 변화’를 성공적으로 끌어내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행복한 강원교육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민 교육감은 “그동안 강원 교육은 돈만 많이 드는 교육, 학생 인권과 복지는 뒷전인 교육, 그러면서 성적은 꼴찌인 교육이었다”며 “고교평준화추진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고교평준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 또 급식과 교복, 체험학습비, 초등학교 학습준비물을 확대 지원하여 학부모 부담 교육비 제로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과의 일문일답이다.

▲취임을 축하드린다. 소감을 말하자면.

-아이들하고 함께 뒹굴고 노는 게 좋아서 교사가 됐는데 교육 현장의 문제점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교육운동을 했고, 해직․복직을 거듭하다 교육위원 활동을 하게 됐다. 교육 현장을 빨리 바꾸려고 교육위원이 됐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집행권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출마를 했고 변화를 바라는 도민의 선택으로 교육감에 당선됐다.

당선 직후 교육감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교육감은 ‘선생님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선생님의 꿈이다. 저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도민들은 ‘우리 반 아이들만이 아닌 강원의 모든 아이들에게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주라’는 역사적 소명을 저에게 주었다. 강원교육의 ‘올바른 변화’를 성공적으로 끌어내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행복한 강원교육을 만들겠다.

▲강원 지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교육청과 산하기관은 권위주의적인 조직문화로 지원과 촉진보다는 배제와 서열이 우선시 되고 있다. 교사와 도민이 볼 때 교육감이라는 사람은 너무나 먼발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마찬가지로 학부모가 볼 때 학교장은 너무나 어려운 사람이다. 이런 것을 고쳐야 한다고 본다.

조직문화가 유연해야 구성원들의 창조적 생각이 정책으로 반영된다. 자발성과 창조성이 없는 조직은 견고해 보일뿐 알맹이가 없는 것이다. 한 사람의 신념보다는 모두의 지혜가 모이는 체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저는 강원 교육구성원과 충분히 논의해 교육현장에 ‘사랑, 나눔, 배려’의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그렇게 노력할 것이다.

▲일제고사, 0교시 수업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제가 담임할 때 야간 자율학습을 자율에 맡겨 학생 대부분이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우리 반 아이들은 다른 반보다 성적이 좋았다. 학생들을 학교에 잡아두면 사실 교사들은 편하다. 감독만 돌아가면서 하면 된다. 그러나 학생들을 집으로 보내면 정말 힘들다. 일일이 전화하고, 가정방문해서 학생들을 챙겨야 하는 것이다. 자율에 따른 책임을 교사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학습은 자발성에 바탕을 두지 않으면 지겨울 수밖에 없다. 자발성은 교육의 기본 원리다. 이것을 무시하지 않는 교육이 필요하다.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라고 하지만, 저는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키워내려고 한다. 강제보충학습과 0교시는 자발성을 가로막는 교육적이지 못한 사례다. 앞으로 자율학습은 말 그대로 자율에 맡기고 0교시는 말 그대로 없어져야 한다.

교과부에서 주관하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의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그 시험이 전수평가로 바뀐 후 학교의 교육과정이 파행으로 흐르는 일이 무척 많아졌다. 교육과정을 보면 시간마다 아이들과 공부할 것이 정해져 있다. 아이들 나이에 맞게 제시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일제고사 때문에 현장에서는 진도를 아주 빨리 나간다. 어떤 학교는 한 달 먼저 진도를 나가기도 한다. 그러고는 시험지를 푼다. 교사의 친절한 설명 없이, 문제를 푼다고 교육과정이 의도한 성과를 얻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을 일제고사가 강제하고 있다. 일제고사로 학교를 평가하고, 시․군 교육청과, 시․도교육청 평가하면서 실제론 교육적이지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저는 이것을 정상으로 돌리고 싶다. 교육을 교육답게 만들고 싶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그것의 적정성을 평가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않고 평가를 하면 정확한 자료를 얻을 수가 없다. 저는 이제 교과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시․도교육감 협의회를 통해 교육과학기술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교원평가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원들의 전문성을 신장하고, 학생, 학부모, 교원 간의 소통과 협력을 이루는데 기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교원평가는 아직 법제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교육주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합의 없이 시․도교육청 교육규칙에 따라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먼저 우리 교육청의 규칙을 개정해 교원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교육주체와의 깊은 논의 없는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다. 학생과 학부모, 교원간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합리적인 평가 시스템 만들 생각이다.

▲교장공모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교장공모제는 기존의 승진임용과 더불어 교장임용 방식의 다양화라는 긍정의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정년퇴직 등 교장결원 예정학교 및 자율학교 중에서 혁신과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학교 등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다.

▲전교조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교육에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공동체의 미래는 구성원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교육에 관해서는 진보와 보수의 협력이 필수이고 또 그래야 한다. 실례로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우리 교육감 후보들은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누가 당선되더라도 친환경 무상급식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저를 ‘진보 교육감’이라고 하지만 저는 ‘도민의 교육감’이다.

교총이나 전교조 모두 교육의 본질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있는 교원단체라고 생각한다. 저는 편견이 없다. 교원들의 주장을 경청하겠으며,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교원단체들의 끊임없는 비판과 견제를 바란다.

▲선거기간 이슈가 됐던 교육비리 척결을 위한 방안은.

-강원교육 지표인 ‘행복한 학교 함께하는 강원교육’의 실현을 위해 무엇보다도 ‘불법찬조금 근절, 학생자율성 신장, 부적격 교원 징계강화’의 필요성을 느끼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동안 강원도교육청이 ‘교육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등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도교육청이 좀 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학교장의 책무성 발휘를 유도한다면 학교 현장에서의 교육 비리는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만약 학교현장에서 이와 같은 일이 생긴다면 책임을 철저하게 묻고 인사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그리고 부적격 교원에 대한 징계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성폭력, 성적조작, 금품수수 등에 대해서는 중징계할 것이다. 그동안 부적격 교원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에 그친 이유는 9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도교육청 징계위원회’ 위원의 3분의 2 정도를 당연직 위원인 도교육청 내부인사로 구성했기에 학부모와 도민의 눈높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본다. 따라서 외부인사의 비율을 3분의 2로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사회적 비난을 받지 않도록 할 것이다.

▲교육계 부패 체감 지수는.

-어떤 조직이든지 조직 안에서 오래 있다 보면 정상적이지 못한 일도 관행으로 보고 그냥 넘기게 된다. 학교도 그렇고 교육청도 그렇다. 어떤 문제가 언론을 통해 드러나면 국민들은 아주 심각한 문제로 본다. 그리고 엄격한 대응을 바란다. 그런데 조직 안에서 바라보게 되면 그냥 관행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악습이 관습화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도교육청 징계위원회 외부인사 비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 눈높이에 맞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저도 이제 조직 안의 사람이 되었다. 그렇기에 외부 전문가의 눈으로 강원교육계 전반의 부패 지수를 정기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꼭 그렇게 해서 옳지 않는 악습을 고쳐가도록 하겠다.

▲공약 이행에 있어 여러모로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행에 확신을 가지는가.

-그동안 강원 교육은 돈만 많이 드는 교육, 학생 인권과 복지는 뒷전인 교육, 그러면서 성적은 꼴찌인 교육이었다. 교사 20년과 교육위원 8년 동안 더 좋은 강원교육을 고민했고 그 결과를 도민들과 함께 공유하겠다. 고교평준화추진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고교평준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 그리고 급식과 교복, 체험학습비, 초등학교 학습준비물을 확대 지원하여 학부모 부담 교육비 제로의 시대를 열 것이다.

고교평준화는 이해당사자들의 반대가 있을 수 있고, 무상교육은 예산의 문제, 인권조례는 세대 간, 교육주체 간에 갈등이 있을 것이다. 이해 당사자들의 반대가 예상되는 정책은 민주적 절차에 따른 의견수렴으로 지혜를 모으겠다. 예산이 부족한 부분은 자치단체와 협의하여 추진하겠다. 도민의 뜨거운 의지와 요구가 담긴 공약이다. 도민을 보고 흔들림 없이 추진하도록 하겠다.

▲강원 지역 학생, 학부모, 교사 등에게 바라는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모님들께 먼저 말씀드리겠다. 교육은 기다려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믿고 기다려 주면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학력이든 다른 것이든 어떤 것이든 보답을 할 것이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건강하고 인성이 올바른 아이를 먼저 만들어 나갈 것이다. 모두를 위한 행복한 교육을 하려 한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 달라.

학생 여러분은 미래의 주역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주역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참된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 갈까를 많이 생각해야 한다. 공부를 할 때도 왜 공부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진정한 공부란 독서와 여행, 인생 선배와의 교류,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는 눈을 가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단지 청소년시기에만 공부한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평생을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이 평생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사회의 전체 구조 속에 어떤 자리를 지니고 있는지 고민하기 바란다. 여러분은 미래에도 행복해야 하지만 지금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마음껏 자신의 꿈을 펼쳐가길 바란다. 여러분을 위한 일이라면 어떠한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

끝으로 선생님들께 부탁드린다. 아이들을 사랑해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또 아이들을 이해해 달라고 부탁드린다. 그것을 바탕으로 학생, 학부모님과 믿음을 쌓아 달라. 그 믿음만 있다면 학습과 인성 모든 면에서 만족할만한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다른 모든 것은 제가 책임지고 돕겠다. 선생님들이 보람을 느끼는 행복한 학교를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한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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