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 문화‧예술 빼면 뼈다귀만 남아, 문화예술인 탄압 멈춰야”
“정치에서 문화‧예술 빼면 뼈다귀만 남아, 문화예술인 탄압 멈춰야”
  • 승인 2010.08.0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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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진단 연속인터뷰> ‘섬진강 시인’ 김용택-2


#김용택 시인

- 최근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반응이 좋다. 그동안 김 시인이 삼가던 사회비판적 발언도 담겨 있는데.

▲ 저는 농촌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오래했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교육이 구조적으로 정치적으로 잘못돼 있었다는 것은 저 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교직에 있었기 때문에 제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힐 수도 없었다. 제 뒤에 어린이들이 많기 때문에 정치권력에 휩쓸려서는 안 되었다. 어떤 파가 필요하고 진보니 보수니 하는 발언을 할 입장이 안 되었다. 그런 일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행동을 자제해 왔다.

책을 통해 잠언, 산문 형식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동안 정면으로 사회를 비판한다던가, 모순을 드러내는 데에는 방법상에서 제대로 된 공부가 안 돼 있었다. 사회를 진단함에 있어 논리적으로 이론적으로 버거운 것이었다.

- 현재 농촌의 교육 여건은 어떤가.

▲ 저는 시골에서 태어나 제가 자란 곳, 제가 나온 모교에서 교사 생활을 오래했다. 30여 년 간 있다 보니 제자들의 자식들도 가르치게 되었다. 그곳의 가장들은 결혼은 했지만, 경제·사회적으로 여의치 못해서 경제파탄, 가정파탄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시골은 다문화 가정이 많다. 여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민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울타리에 갇힌 아이들을 보면서 사회 양극화의 한쪽 끝에 그들이 서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가난의 대물림을 이루는 사회,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사회에 서 있었던 것이다.

- ‘김용택 식’ 대안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 대안이라는 말이 왜곡돼 있다. 대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모이는 곳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공교육에서 대안학교는 학교 운영에서 힘들다. 그래서 제가 처음에 시작했던 게 ‘교환 학교’였다. 도시의 아이들이 시골에 와서 자연을 체험하도록 했다. 이후 전국에 많은 시골 학교들이 체험 학교들로 바뀌었다.

도시 경쟁 교육의 염증을 느낀 학부형들이 아이들에게 농촌을 체험케 했다. 그런 부모들이 체험시켜서 다시 도시로 데려가면서, 일종의 작은 흐름이 형성되었다. 한두 달 있으면 별 의미 없고 1년 정도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변화를 몸에 익혀서 되돌아가는 방식이었다. 아이들은 비로소 세상에 봄이 있고 겨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 앞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나.

▲ 우리 아이들이 살아나갈 미래는 기계화된 사회다. 인간적인 조직도조차 기계화돼 있는데 이런 물질문명이 극대화된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들은 좀 더 자연적인 감성을 가진 이들일 것이다. 보다 인격적인 사람들이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래서 자연이 중요하다. 한 그루 나무도 아침, 저녁마다, 매순간마다 다르다. 매순간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한 생명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내는 힘의 바탕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러한 자연적인 경험을 시켜주면 어른이 됐을 때도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예술적 감성 또한 필요하다. 예술이라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보다 자세히 볼 수 있게 한다. 그것이 내 것이 되어서 인격이 되고 그런 것들이 많은 생각과 폭을 넓혀서 새로운 것들 창조하는 힘의 원천인 것이다.

우리 인간들이 잘 먹고 잘 살고 편안하게 살려다보니 지금까지 자연을 많이 훼손해 왔다. 화석연료의 사용은 지구를 점점 뜨겁게 만들고 있다. 대안은 자연 문화, 생태 문화의 순환적인 삶이다. 앞으로 아이들이 자연과 친해지는, 인류 미래에 대처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그런 교육이 필요하다.

- 현 정권 들어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탄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 근본적으로 자기 정치적인 견해는 당연히 반영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을 지지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예술가들은 정치적인 선택 이전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떤 표현을 하던 그들에게 어떤 힘이 닿아서 그들 영혼에 상처를 주면 안 된다. 보다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도와주는 게 정치가 할 일이다.

정치에서 문화, 예술 빼면 뭐가 남나? 뼈다귀만 남는다. 진보와 보수가 갈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역사적으로 많았고 거기서 파열음이 생겼지만 정부는 보다 폭넓은 가슴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게 아름다운 것이지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말을 했다고 상처 입히는 건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치하고 촌스럽다.

- 예술가들의 현실참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 너무 당연한 것이다. 예술가들이 그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 부조리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다. 반항하지 않으면 그 사회는 썩게 된다. 예술가들은 근본적으로 혁명가들이다. 물론 인류가 혁명에 성공한 적은 없다. 그러나 혁명의 실패 이후, 아름다운 남는 것은 예술가들뿐이다. 그들은 늘 그 시대와 불화를 겪었다.

- 김용택 시인이 생각하는 시란 무엇인가.

▲ 저는 쉽게 생각해서, 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고 본다.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치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경제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과 관련 있다. 시도 사람 사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시라는 게 본래는 말이었고 노래였다. 그런데 이 사회라는 곳에 권력이 생기고, 권력이라는 게 집단을 지배하는 힘이 되다 보니 시라는 예술도 서서히 변화하고 파편화 된 것이다. 정치적인 힘으로 결집 돼서 시대를 바꾸고자 하는 역할도 일정 부분 했다고 봐야 한다.

- 김 시인은 얼마 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이창동 감독은 시라는 게 자기 아픔을 통해서 세상의 아픔을 말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세상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애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고통과 슬픔과 아픔을 시로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것을 영화 시가 해보고 싶었던 시도라고 저는 생각한다.

사회에 흐르는 극단적인 모습을 시라는 영혼를 통해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이창동 감독은 개인적으로 봐도, 생각의 폭이 넓고 세상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품격이 있는 분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영화도 좋은 결실을 맺은 것 같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 지금은 그 동안에 써왔던 섬진강 관련 글들을 정리하려고 한다. 시로 쓰지 못했던 부분들은 산문으로 쓰기도 했다. 나머지 쓰지 못했던 섬진강 이야기도 함께 쓰려고 한다. 제 시가 섬진강 이야기지만 좀 더 압축해보자면 원래 제가 태어난 섬진강 ‘진매마을’에 대한 이야기다. 농촌공동체가 살아있을 때 체험한 그 원형을 보존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관련 전집을 만들고 있다.

퇴직 이후 고민이 많았다. 뭔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볼까, 하는 고민을 했었다. 남은 세월 그림이나 그려 볼까, 아니면 대학을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 날 안사람이 지금까지 해온 일 더 잘하면 되지 뭘 자꾸 시도하려고 하느냐며 핀잔을 주더라. 그래서 옳거니, 앞으로 글쓰기를 더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 새로운 일보다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더 잘하려고 노력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4대강 사업 이외에 현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그 정권이 가지고 있는 고집으로는 통제하기 힘든 사회가 되었다. 서울을 누가 통제하나? 스스로 굴러가는 거지.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와중에서의 소통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편 가르기가 너무 심하다. 전 정권도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요즘 따라 특히나 경직돼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남북관계도 그렇다. 특히 남북관계에 숨통을 트여줘야, 우리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마음이 편할 것 아닌가. 자기 편이든 남의 편이든 마음이 편한 삶을 살도록,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었으면 한다.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늘 싸우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가슴이 먹먹하다. 젊은 사람들이 지금 우리 정치인들을 얼마나 우습게 볼까? 마음을 활짝 열고 진보든 보수든 손을 맞잡고 하하 웃기도 했으면 좋겠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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