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 자아내는 두 중견배우의 걸릴 것 없이 완벽한 연기
감탄 자아내는 두 중견배우의 걸릴 것 없이 완벽한 연기
  • 승인 2010.09.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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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죽이고 싶은’을 보고



틈만 나면 자살을 시도하는 남자 민호(천호진). 뇌질환과 끊임없는 자살 시도로 병원에 장기 입원중인 그의 병실에 상업(유해진)이 들어온다. 일생을 걸고 찾아서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고 싶었던 바로 그 놈. 기억 상실에 전신마비가 되어 만신창이의 모습으로 들어왔지만 결코 봐줄 수 없다. 성치 않은 몸의 민호, ‘놈’을 죽이기 위해 어떻게든 살려고 한다.
어느 날 눈 떠보니 병실에 누워있는 상업. 기억을 잃어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전신마비로 꼼짝 없이 누워있는 그의 옆 침대에 서슬 퍼런 눈으로 노려보는 민호가 있다. 같은 환자 처지에 왠지 거슬리는 그 놈. 밤마다 누가 린치를 가하는지, 아침마다 머리가 아프고, 삭신도 쑤시는 상업. 차츰차츰 돌아오는 기억 속에 민호에 대한 적개심은 더욱 커져간다.
박수와 함께 영화가 끝났다. 영화 <죽이고 싶은> 시사회다. 간담회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기자의 카메라엔 망원렌즈가 없다. 모든 기자들은 주연배우들의 땀구멍까지 찍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망원렌즈를 단다. 아직은 청소년 기자이니까 망원렌즈를 사용할 레벨은 되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래도 배우들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찍고자 이미 꽉 차 있는 첫째 줄 바닥에 철퍼덕 앉았다.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간담회는 예정보다 조금 늦게 시작되었다. 천호진은 무대인사엔 참석했지만 사정상 간담회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화려한 플래시를 받으며 주연배우 서효림, 유해진 그리고 감독 조원희, 김상화가 왔다. 분주한 분위기 속에 간담회가 시작됐다.
이 영화는 특이한 점이 많다. 그 중 하나를 꼽자면 두 명의 감독. 어떤 부분을 어느 감독이 맡았고, 같이 감독을 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그들은 “대학 선후배 사이다. 같이 감독을 하게 된 이유는 같은 발상을 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업은 같이 했고 시스템이 부족해 현장에선 1명씩 번갈아가며 촬영에 임했다”고 했다.
영화는 1984년도를 배경으로 했고, 야구 이야기가 나온다. 배경을 1980년대로 한 이유와 혹시 야구 광팬은 아닌지를 물었다. “영화의 병실상황은 현재는 불가능하다. 두 사람만의 고립된 느낌을 위해 80년대로 연출했다. 우리 둘 다 부산 출신이라 야구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유해진은 영화 내에서 마비환자로 나오지만 액션신도 있었다. 유해진은 “액션신은 원래 힘들지만 몸이 불편한 환자라 더 힘들었다”며 “서로 죽이고 싶어하기 때문에 더 처절하게 연기했다. 찍을 때 많이 고생했다”고 했다.
서효림은 여태껏 출연한 드라마에서 밝은 이미지로 일관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이미지다. 그는 “아직은 이미지변신을 할 단계가 아니다”며 “나와 가까운 캐릭터에 욕심이 있다”고 했다.
유해진은 한꺼번에 쏟아지는 질문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약간은 긴장한 자세로 고쳐 앉아 하나하나 다시 물어가며 대답했다. 선배인 천호진과 연기를 함께 한 소감을 물었다.
“연기를 할 땐 몰랐었다. 하지만 끝나고 난 뒤에 감정이 생겼다. 깊이 있는 연기를 하시는 것 같다. 내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서효림은 “대선배들과 연기를 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고 홍일점 역할이어서 좋았다. 막내여서 잘해주셨다”며 “아쉬운 건 또래가 없어 외로웠다는 점이다. 그래도 유해진 선배님과 가장 잘 지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두 감독은 “뛰어난 배우들과 스태프와 함께해서 감사하고 큰 행운이었다”며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고 입을 모았다.
천호진과 유해진의 뛰어난 연기력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표정 하나, 손짓 하나, 말투 하나 걸릴 것 없이 완벽한 연기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또한 스릴러물이지만 배우들의 재밌는 행동과 말투에 코믹한 부분도 많아 장내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영화의 마지막엔 예상치 못한 반전까지 있어 끝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영화 <죽이고 싶은>. 강력 추천이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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