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에 아주머닌 예뻐요,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꽃집에 아주머닌 예뻐요,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 승인 2010.09.0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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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자> 우리의 이웃들을 찾아서: 꽃집 아주머니
역시 이번에도 기자만의 체감온도 100도의 날씨. 아스팔트는 이미 뜨겁게 달궈져서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에도 발밑이 후끈후끈하다. 이 더위가 언제 쯤 물러갈지, 혹시나 우리나라가 말 그대로 열대지방이 돼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다.
이번 이웃은 기자가 사는 동네에서 찾기로 했다. 인터뷰 요청을 했다가 이미 한 번 거절당한 뒤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어떤 이웃이 좋을지 거듭 고민을 하던 찰나, 이왕이면 기자와 아는 사이이면 접근이 쉬울 것이란 생각. 기억에 기억을 더듬은 끝에 떠올린 한 사람, 바로 꽃집 아주머니다.



기자와 기자의 아빠는 식물 가꾸기를 좋아한다. 기자의 경우 원래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지만 커 갈수록 흥미를 붙이고 있다. 기자의 집 베란다엔 식물원이 마련되어 있다. 하나 둘 씩 모으다보니 어느새 가득 차버렸다. 기자의 방 창가 역시 작은 화분 두 개가 나란히 놓여있다. 하나는 ‘레드 스팟’이란 식물. 이름에 걸맞게 붉은 점들이 예쁘게 자리 잡고 있다. 다른 하나는 이름은 모르지만 이것 또한 앙증맞고 예쁘다. 두 개 모두 이번에 만나볼 꽃가게 아주머니에게서 산 것들이다.




집에 가는 길 언제나 기분 좋게 양옆으로 예쁜 식물들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잠시지만 그 사이를 지나다보면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가끔 식물이라도 살라치면  어떻게 키워야 되는지 자세한 설명까지 잊지 않으시는 아주 친절하고 상냥한 마음씨의 아주머니. 기자가 꽃보다 더 아름다운 아주머니를 찾아 나섰다.
같은 자리에서만 7년 째 꽃집을 운영하고 계신다는 아주머니(아주머니는 이름과 얼굴이 공개되는 건 쑥스럽다고 하셨다). 20년간 가게 바로 인근에 있는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일을 하셨단다. 농촌경제연구원에서 명예퇴직을 하시고 나니 막상 할 게 없었다. 그래서 많이 알고 또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됐다. 바로 꽃집. 아주머니가 어렸을 적 어머니가 꽃집을 하신 것도 계기가 됐다. 이렇게 해서 아주머니의 꽃집은 태어나게 된 것이다. 아주머니의 꽃 사랑은 남다르다.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꼬박 12시간 씩 혼자서 일을 하신다는 아주머니. 아주머니의 집은 일산이다. 가게가 있는 경희대 앞의 동대문구 회기동에서 경기도 일산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 “우와~정말 부지런하세요!” 기자의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아주머니는 부끄러우신 듯 웃으셨다.
꽃꽂이는 따로 배우셨다고 했다. 졸업이나 입학 시즌엔 꽃다발이 특히 잘나간다. 평상시에는 주로 조그만 화분이 많이 팔리고 근처에 있는 기관 등지에서 화환과 화분 주문을 많이 한다.





아주머니의 식물관리법은 계절별로 차이가 있다. 요즘 같이 더운 여름에는 매일같이 물을 주고 영양제도 가끔 준다. 아주머니는 얘기 끝에 “그런데 영양제를 주기 전에 팔려야 좋은 거지~”라며 웃으셨다. 겨울철에는 다른 계절과 달리 식물들을 밖에 내놓지 못한다. 그래서 가게 안에 다 들여놓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곳이 꽃집인지조차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런 식물들은 어디에서 갖고 오는지 궁금했다. 아주머니는 “생화는 터미널 등지나 중간도매상에게 산다”며 “화분은 집과 가까운 원당에서 산다”고 하셨다.
이렇게 부지런히 일하시는 아주머니, 하지만 역시 힘이 드시는 모양이다. 일하는 것에 비해 돈은 잘  벌리지 않고 화분도 하루에 수차례씩 들었다 놨다 해야 되니까 손가락이며 어깨, 허리까지 아프시단다. 그런데도 일을 계속 하시는 이유는 따로 없다. 그저 식물을 보살피는 게, 식물이 꽃을 피워내는 걸 보는 게 좋아서 하시는 것이란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식물이 가끔은 걸림돌이 될 때도 있다. 바로 여행갈 때다. 살아있는 식물의 특성상 오랫동안 꽃집을 비워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엔 휴가 다녀왔냐는 질문에 아주머니는 “갔다 왔다”며 “덕분에 몇 개의 식물은 희생돼야 했다”고 안타까워하신다.
장사가 안 되면 요즘 활황중인 인터넷을 이용해 판매하는 것도 좋을 듯. 하지만 아주머니는 “인터넷에서 장사를 하다보면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다”며 “모두가 나쁜 건 아니지만 손님들이 직접 보고 고르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고 하셨다.
아주머니는 그래도 일하는 것이 행복하시다. 돈을 못 벌어서 흠이지만 말이다. 아주머니는 “행복이란 일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식물에 대해서 열렬한 애정을 보여주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다.
아주머니는 가족소개도 해주셨다. 남편은 그냥 평범한 회사를 다닌단다. 자식은 군대 간 아들과 딸이 있다. 아들은 군대에 가기 전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나중에 스포츠신문의 기자를 하고 싶어 한다.
아주머니는 “모두들 자신에게 주어진 일 열심히 하면서 지내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하셨다. 혹시 아들이나 딸이 꽃집을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 아주머니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둘 다 꽃집엔 관심이 없다”며 웃으셨다.
이야기를 마치고 가게 내부와 외부, 화분이 진열된 길을 촬영했다. 끝으로 아주머니께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인터뷰를 마쳤다.



많은 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분야에서 나름대로 행복을 느끼며 부지런히 일하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참으로 멋져보였다. 기자도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잘 골라서 돈에 욕심을 부리기보다 즐기면서 순수하고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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