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의 서울인근산 샅샅이 훑기> 북한산 둘레길 탐방 2회: 솔샘-흰구름길-순례길 구간

# 솔샘길

지지부진하던 북한산 둘레길이 최근 개통되어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많이도 기다렸다. 덕분에 각 코스마다 등산객은 물론, 가족단위의 나들이로 주말과 평일 큰 구분 없이 북적된다. 가히 인기가 폭발적이다. 북한산 둘레길은 기존의 등산로와 샛길을 연결하고 다듬어서 북한산 자락을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한 저지대 수평 산책로다. 지난 6월 1차 탐방에 이어 2차 둘레길 탐방에 나섰다.





# 흰구름길

지하철 4호선 길음역이 바빠졌다. 마을버스 1014번과 1114번을 타기위한 등산객들의 행렬이 줄지어 서 있다. 이들 버스의 종점에, 북한산 둘레길 ‘솔샘길 구간’과 ‘평창마을길 구간’, ‘흰구름길 구간’의 출발점이 혼재해 있기 때문이다.
1114번 종점에 내리니 시골장터가 따로 없다. 벌써부터 기념 촬영에 바빠 마음이 콩밭에 가있는 팀, 먹거리를 펼쳐 놓은 뒤 자기 배낭에는 적게 넣으려고 아우성 지르는 팀,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망설이는 갈팡질팡 팀, 남들보다 한 걸음이라도 먼저 내달리려고 바람소리 나게 지나가는 우사인 볼트 팀…참으로 정신없다.



# 둘레길


# 둘레길 지도


우리 지인들 마음 추스리고 흰구름길 구간으로 발을 내 민다. 북한산 생태숲 앞에서 출발하는 흰구름길 구간과 순례길 구간은 앞서 마을버스로 지나온 솔샘길 구간을 합쳐 8.9㎞다. 솔샘길 구간은 지하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에서 143번, 110B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려 정릉 주차장, 테니스장, 쉼터, 정릉초등학교, 북한산 생태숲까지의 2.1㎞이다.




# 143번종점 솔샘길입구


추석연휴에 내린 살인적인 물 폭탄도 우리의 발길을 돌려놓진 못했다. 비온 뒤의 맑게 갠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니 마음이 설렌다.
얼마 후 첫 전망 데크에서 동쪽을 바라보니 하늘에 떠있는 구름이 장난이 아니다. 정말 예술 작품이다. 말 그대로의 흰구름길 구간이다. 대단한 흰구름 길, 사진 찍느라 온통 아우성들이다. 성교육전문가 구성애의 아우성을 능가하는 탄성의 아우성이 사방에 메아리친다.
평평한 산 길 덕분에 평소 산 정상을 향해 거친 숨을 헐떡이던 기자의 이마엔 땀방울이 맺힐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래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오랜만에 둘레길 온 김에 느긋하게 여유나 부려보자. 사진도 좀 찍어가며….


# 빨래골 입구


# 화계사 입구


얼마를 가니 맑은 시냇물 흐르는 계곡이 나온다. 이름 하여 빨래터계곡이다. 계곡물에 발 담근 채 피로를 풀고 있는 이들이 곳곳에 보인다. 다들 행복해 하는 얼굴이다. 개울물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니 ‘빨래골공원 지킴터’ 푯말이 서 있다. 여기서 정상으로 직진하면 칼바위 능선과 대동문이 나오고 아래로 내려가면 수유1동이다.
오른쪽 화계사 방향으로 접어들어 10여 분을 가니 나무로 지은 아주 웅장한 전망대가 나타난다. ‘구름전망대’다. 정말 거대하다. 이곳 흰구름길 구간에서만 볼 수 있는, 북한산 둘레길 중 제일 높은 12미터 전망대다. 이곳에 올라서면 산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북한산과 도봉산의 경관, 서울 도심, 그리고 멀리 수락산 등을 구름위에서 조망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수락산


# 백운대와 인수봉


# 인수봉


원형계단을 따라 맨 위로 올라가니 다른 조망대와는 확연한 차이를 느끼게 하는 광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멀리 왼쪽으로 백운대와 인수봉이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오봉과 도봉산, 수락산과 불암산이 장관을 이룬 채 줄지어 서 있다. 이곳 구름전망대는 또 하나의 북한산 둘레길 명소다. 또한 주변에 체육시설이 조성되어 있어 운동하기도 좋고 강북구청에서 운영하는 자연생태체험장에서 체험학습을 할 수 있어 교육적인 가치도 있다.


# 불암산


# 도봉산과 오봉능선


다시 얼마를 가니 둘레길 중턱에 비교적 넓은 터가 나온다. 6명이 점심을 해결해야 할 입장이라 안성맞춤인 장소다. 속세에서 늦게 출발한 관계로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노란 알루미늄 잔에 막걸리 가득 붓고 우리 ‘한마음 가는 길’의 회장이신 김모 대장께서 잔을 높이 든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신모 부대장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러 퍼진다. 조모 총무의 잔이 제일 먼저 빈다.
작가임에도 작품전시회는 열 마음도 없는 우리 총무. 모두들 얼굴에 화색이 돈다. 항상 산 정상에서 한 대포하고 알딸딸한 기분으로 하산하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터에 중간지점에서 마시는 막걸리는 마냥 소풍 온 기분이다. 정상주가 아니면 어때. 그냥 반주로 한잔 더! 준비해온 막걸리 다섯 통 중 술 못 마시는 지인과 조금밖에 못하는 지인들을 빼니 기자에게 할당된 제법 많은 양의 막걸리가 몸속에 스며든다. 취기가 사∼알 짝 돈다. 이 기분에 산에 온다며. 많이 드셔. 윤후명의 시 한수가 떠오른다.

-사랑의 길

먼 길을 가야만 한다
말하자면 어제 밤에도
은하수를 건너 온 것이다
갈 길은 늘 아득하다
몸에 별똥별을 맞으며
우주를 건너야 한다
그게 사랑이다
언젠가 사라질 때 까지
그게 사랑이다

얼마 후 화계사와 냉골지킴터를 지나면 나오는 주택가를 5분여 걸으니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 가는 중간지점의 아스팔트길과 만난다. 이곳에서 연결되는 둘레길이 순례길 구간이다. 이준 열사묘역까지의 순례길은 북한산 둘레길 중 제일 먼저 개통된 길이다. 지난 6월 기자가 소개했던 구간이기도하다. 다음호 둘레길 산행은 덕성여대 입구에서 출발하는 ‘소나무숲길구간’을 답습 후 우이동 먹거리마을에서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까지의 9.7㎞ ‘우이령길 구간’을 다녀올 예정이다.
순례길로 접어든 일행들, 김도연 선생 묘소 옆에 있는 ‘인수재’(주인장 김영복 010-6487-8840)에서 황제막걸리로 유명한 직접 빚은 곡주를 그냥 지나칠 순 없지.  기자를 본 인수재 김 사장이 손님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반갑게 다가온다. 몇 순배 하셨는지 벌써 얼굴이 벌겋다. 김 사장 대뜸 하는 말 한마디 “정 편집장은 왜 안 오는 거야?” 평소 기자를 괴롭히는 우리 편집장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어느 방앗간을 가나 우리 편집장 찾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으니 이 일을 우찌 하면 쓰겠노, 목하 고민스럽다.
생두부에 걸쭉한 동동주 시켜놓고 한 사발 들이킨다. 역시 술 맛이 남다르다.
하산은 다시 순례길 따라 내려오면서 덕성여대 입구에서 멈춘다. 하산주는 감자탕에 막걸리다. 오늘도 산은 짧게, 단합주는 기∼일게.
참고로 북한산 둘레길은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2007년 1월 1일)후 최근 웰빙형 산행인구 급증과 은평 뉴타운 등과 같은 북한산 주변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공원경계부에 조성됨에 따라 급격한 탐방객의 증가로 자연자원 훼손에 대한 방지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었다. 아울러 공원 내 중요 자원이 분포하고 있는 고지대 보호를 위하여 저지대 자락 길로 탐방객을 분산유도하고 그간 이용에 어려움이 있었던 어린이, 노인 장애우 등 사회적 약자 층에게 공원 이용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또한 역사 문화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살아 숨 쉬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길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조망대서 본 도심


또한, 최근 탐방행태는 지리산 숲길, 제주도 올레길, 변산 마실길 등 다양한 유형의 걷기 탐방 수요로 변화되고 있어 국립공원 내에도 이와 같은 외부 탐방수요에 발맞추어 다양한 국립공원 탐방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북한산 저지대 자락을 연결하는 북한산둘레길을 조성하여 2010년 8월 말에 이중 북한산(서울시 구간)을 개방하게 되었다.
전체 둘레길(63.2km)중 현재 개통(44㎞)된 북한산 둘레 길의 각 구간은 다음과 같다. 정릉으로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솔샘길구간’(2.1㎞) ‘흰구름길구간’(4.1㎞) ‘순례길구간’(2.3㎞) ‘소나무숲길구간’(2.9㎞) ‘우이령길구간’(6.8㎞) ‘충의길구간’(2.7㎞) ‘효자길구간’(2.9㎞) ‘내시묘역길구간’(3.5㎞) ‘마실길구간’(1.5㎞) ‘구름정원길구간’(4.9㎞) ‘옛성길구간’(2.7㎞) ‘평창마을길구간’(5.0㎞) ‘명상길구간’(2.4㎞)까지 정확히 43.8㎞이다.
위치는 북한산국립공원 자락 저지대 일원으로 서울시 6개 구, 경기도 3개시가 포함되어 있다. 선임기자jkh414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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