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웃음에 ‘허허∼’, 맛있어서 ‘허허∼’
환한 웃음에 ‘허허∼’, 맛있어서 ‘허허∼’
  • 승인 2010.10.1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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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자> 연재-우리의 이웃들을 찾아서 -12회 허허떡집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도 기자가 좋아하는 간식 떡. 엄마 얘기론 어릴 때는 인절미를 가장 좋아했단다. 쫀득쫀득하고 고소한 콩고물맛을 그때부터 알아차렸던 것일까? 맛은 알아도 글은 못 깨우쳤나 보다. 아무리 가르쳐줘도 인절미를 ‘민절미’라고 멋대로 불렀단다. 이런 어린 시절 기자의 열렬한 떡 사랑으로 익숙해진 곳이 있다. 다름 아닌 떡집^^.


# `허허떡집` 주인 아주머니 장혜숙씨의
허~허 웃는 얼굴


다른 떡과 다르게 인절미는 포장이 되어있지 않다. 직접 그 자리에서 떡에 콩고물을 묻혀서 썰어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주머니의 ‘인심’. 아주머니의 칼이 한 번 더 떡 덩어리로 가야하고, 끝을 살짝 잘라 하나를 더 넣어주는 것이다. 보통은 사는 양도 다 못 먹는 편. 하지만 그 인심덕에 서로의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이번 이웃은 바로 그 떡집이다. 기자가 어릴 적부터 단골이던 떡집을 찾아갔다. 바로 ‘허허떡집’.



벌써 마흔하고도 여덟살을 더 먹었다는 ‘허허떡집’. 주인아주머니(장혜숙. 53세)의 어머니가 먼저 하시다가 암으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물려받았단다. 23살 때부터 약 13년 정도 어머니와 함께 일했다는 아주머니. 가게가 원래 있던 곳은 동대문구 휘경동의 휘경시장 안. 시장을 철거하면서 바로 인근의 초등학교 앞으로 이사를 했다. 원래 살던 집은 경기도 구리시에 있었는데, 나중에 떡집 바로 위층으로 이사를 왔다.
아주머니는 “떡집은 잠을 많이 자지 못하는 만큼 돈벌이가 되는 일”이라고 하셨다. 출근 시간은 새벽 5시 30분. 저녁 8시에 퇴근하니, 하루 14시간 30분씩이나 일을 하시는 셈이다. 다행히도 집이 바로 위층이라 끼니 걱정은 없다.
손님은 대부분 단골. 아주머니는 “어머니가 하실 때부터 찾아오던 손님들이 계속해서 찾아온다”고 하셨다. 그런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하는 ‘허허떡집’ 만의 비법을 물었다. 아주머니는 “집에서 직접 만든 것이어서 그런다. 떡은 물론이요, 앙금도 직접 다 만들고 쌀도 좋은 쌀을 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떡 중에서는 인절미, 반달떡, 약식이 가장 인기가 많다. 반달떡도 직접 빚어서 만든다. 기본 떡만 해도 10여 가지. 손님엔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인근에 학교들이 밀집해 있고 큰 병원까지 있어서 대학생도 많이 오고, 초등학생들도 많이 오고, 결혼 답례품으로도 많이 해간단다. 지난 추석때는 더할 나위 없이 바빴다. 해마다 명절 때면 있는 일이다. 추석 명절 일등 제품은 바로 송편. 아주머니는 “요즘은 평소에도 자주 떡을 사가는 편이라 막상 명절때는 옛날보다는 못한 편”이라고 했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떡 재료로 이용되는 대추와 밤도 까고, 팥도 삶는 등 손을 가만히 두질 않는다. 아주머니는 “손을 쉬게 하면 다시 일을 하기 싫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탓에 팔이며 다리며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도 아주머니는 “아플 때는 그 때 뿐이다. 일하는 게 즐겁다. 손님들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고, 맛있는 떡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또 “하도 이러다보니 남편이 손님들에게만 잘한다고 질투를 한다”며 “물론 남편에게도 잘해주는 편인데 남편이 질투가 많은 편”이라고 말하며 웃으셨다.
아주머니는 60세가 될 무렵 막내인 아들(25세)에게 떡집을 물려줄 생각이다. 딸이 두 명에 아들이 한 명인데 모두들 가게에 욕심을 낸다. 현재는 백화점에서 일하고 있다는 아들.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 아니어서 떡집을 물려주려는 것이다. 그럼 3대째 가업이 되는 셈이다.




아주머니에겐 꿈이 있다.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준 뒤 외국 여행도 가고, 다른 식당도 운영해보는 것이다. 아주머니는 “요리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이 내 음식을 먹어줬으면 하는 바램에 큰 식당을 차리고 싶다”고 하셨다. “하지만 식당도 힘이 들겠지?”하는 말이 따라붙었다.
이어진 가족소개. 큰 딸은 결혼해서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았다. 둘째 딸은 현재 임신 4개월이다. 아주머니는 “에휴∼이제 아들만 착한 며느리를 만나면 되는데…”라며 “떡 만드는 일은 내가 다 도울 것이니 착하고 살림만 잘하는 며느리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삼남매는, 아주머니 혼자 거의 키우다시피 했단다. 일찍 결혼을 한 터라 20살부터 아기 셋을 업고 다녔다. 아주머니는 “대학 보낼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하셨다.
가족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다들 착해서 바라는 것이 없다. 아들이 말은 안 듣는 편이지만 그래도 착하다. 아빠를 닮았나보다.”
아주머니에게 행복이란 가족인가 보다. 저녁이면 가족 모두 집에 모여 식사를 한다. 함께 밥을 먹으며 오순도순 얘기를 나눈다.
아주머니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국수라도 끓여 나눠주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하셨다. 참 인상 깊은 말이다. 떡집을 해서 돈도 많이 벌지만 아이들이 해달라는 것도 해주고 욕심을 내진 않는다. 그저 사람 만나는 재미로, 그 사람이 내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즐거움으로 떡집을 하시는 것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아주머니에게 떡 써는 모습을 찍어야겠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썬 떡을 콩고물에 굴린 뒤 기자에게 선물로 주셨다. 아무리 사양을 해도 끝까지 손에 쥐어주셨다. 기자가 인절미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아시고^^.



아주머니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 행복은 다른 곳에서 오는 게 아니라 그저 일을 하면서 만나는 손님, 화목한 가족, 음식을 만드는 재미 등 사소한 것에서 오는 것이리라. 지금 행복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최근 읽은 책의 내용 중 “허무하고 희미한 극단적인 목표를 세우지 마라. 행복과 즐거움은 사실 당신 곁에 있는 모든 작은 일들 가운데에 있다”란 글귀가 기억난다. 아마 이 말은 ‘허허떡집’의 아주머니에게서 나온 말이 아닐까 싶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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