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상> 고은


운동을 하다 지친 사람들에게 공원에 놓여 있는 빈 의자는 안성맞춤의 쉼터입니다. 피곤이 풀리면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제 갈 길로 떠나 버립니다.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빈 의자와 같은 존재입니다.


속에 있는 것을 들어내고, 들어내고, 다 비워내어 자식들에게 몽땅 바쳐 텅 빈 몸을 한 채 횅댕그렁한 자리를 지킵니다. 언제고 돌아올 자식들을 기다리면서….


일상에 지쳐 피곤에 절은 자식들이 돌아오면 더 이상 내어줄 것 없는 빈 의자이지만 가만히 보듬어 줍니다.


공원에 덩그렇게 놓인 빈 의자는 내 갈 길이 급해서 뒤에 두고 떠나 온 부모님을 닮아 슬퍼 보입니다. 그러나 이 피곤한 몸을 모르는 척 들이밀면 또 배시시 받아주겠지요. 그게 부모니까요.



<고은 님은 포토아카데미(http://cafe.daum.net/photoac) 회원입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