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홍석의 사진으로 보는 세상>













달동네, 그러나 군산 해망동은 동네 이름 그대로 <海望>, 그러니까 달보다는 바다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내항을 끼고 있는 군산 서북쪽의 산기슭에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형성된 동네입니다.

피난민들이 하나둘씩 꾸역꾸역 모여 들어서 산기슭에 실핏줄처럼 좁은 구불구불한 골목에,

특별히 집짓는 기술 없이 손쉽게 브로꾸(시멘트 블록)로 벽을 세우고 슬레이트나 양철로 지붕을 올려 얼기설기 누비옷처럼 식구들의 거처를 만들었으니 가난 티가 곳곳에 줄줄이 흐르는 초라한 동네입니다. 바로 40여년의 시간이 그대로 멈춘 풍경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이 동네에도 지난 2006년에 공공미술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천야해일(天夜海日)’이라는 ‘하늘은 밤이지만 바다는 낮’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28명의 예술가와 시인, 소설가들이 참여하여 석 달 동안 이 동네 구석구석에 그림을 그리고 시를 적었습니다.

금강 하구둑이 생기고 외항이 건설되면서 해망동에서 아래 내항의 번창하였던 시절이 끝나고 말았는데, 그런 해망동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프로젝트 이후 많은 구경꾼들이 동네에 몰려들면서 그나마 기운을 잃어가고 있던 이곳에 응급처방이 되었던 것입니다. 주말이면 그림과 시가 있는 골목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이 동네를 철거하고 500세대 규모의 보금자리주택을 짓는 한편 공원화한다는 개발계획이 진행되면서 머잖아 이 동네는 지도에서 지워지고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잊힐 운명입니다.

시간이 멈춘 이 동네에서 카메라로 사라질 운명의 곳곳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막막한 느낌이었습니다. 이 동네를 들어서면서부터 ‘가난’이라는 단어가 가슴을 후벼 파는 슬픔으로 목이 메는 막막함이 솟구쳤기 때문입니다.

미뤄보건대 여기 살던 이들이 절망으로 삶의 밑바닥까지 추락하였을 때에도 골목에 나와 앞 바다를 바라보며 담배 한 대 태우고, 쐬주 한 잔 꺾으면서 시름을 달랬던 것처럼 나 역시 바다를 바라보면서 어찌 찍을 것인가, 고민하였습니다.

멈춰버린 시간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일단 사진은 흑백으로 찍고 세피아 톤으로 보정하기로 하였습니다. 렌즈는 TS-E 24mm를 사용하여 초점을 중심에 맞추되 가장자리는 초점을 날리는 기법으로 이 동네가 아스라이 사라지는 느낌을 살리기로 하였습니다.

바로 저 사진처럼….



<고홍석님은 전북대 교수이며, 포토아카데미(http://cafe.daum.net/photoac)를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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