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우리의 이웃들을 찾아서: 서울극장앞 오징어 파는 아주머니

바쁜 현대인들, 그만큼 여가생활도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았다. 운동, 악기연주, 음악 감상 등…. 기자는 주로 음악을 듣는다. 또 하나 추가하자면 바로 영화감상. 따로 몸을 움직이면서 하는 게 아니어서 지쳐있을 때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이다.
너무 힘이 들 땐 집에서 편히 누운 채 DVD 등을 빌려보는 것도 괜찮을 터. 하지만 기자는 많은 사람들과 영화관에서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캄캄한 상영관 안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한 느낌의 커다란 스크린과 바로 귀에 대고 이야기하는 듯 배우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질 좋은 스피커…. 무엇보다도, 많은 이들이 함께 관람을 하다 보니 슬픈 장면에선 같이 울고, 재미있는 장면에선 같이 웃을 수 있는 분위기가 좋다.



추가하자면, 영화관만의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는 그것이다. 영화관 내에 은근히 퍼지는 고소한 팝콘 내음은 기본! 팝콘만 먹다보면 목이 막히니 음료수도 필수사항! 요즘엔 나쵸칩(얇은 과자), 오징어 등 그 종류도 무척이나 다양해지고 있다.
종로 3가에는 영화관이 모여 있다. 교통편이 좋아 기자도 친구들과 자주 가곤 하는 곳이다. 이렇게 영화관이 모여 있어서인지 주변의 거리 풍광도 남다르다. 그중 눈길을 끄는 한 가지는 바로 영화관 앞에 쭉 늘어서 있는 노점상들. 무엇을 파느냐고? 바로 즉석에서 구워서 주는 오징어와 ‘대왕’ 문어다리, 쥐포 등 건어물들이다.
물론 극장 내에서도 파는 것들이지만 이곳 노점에서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즉석에서 구워 더 쫄깃하고 맛있는 오징어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입을 마음껏 희롱한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바로 이 곳이다.



평일인데도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종로 3가 서울극장 앞. 사람이 많아 비좁은 인도 한 쪽에선 건어물 장사가 한창이다. 길을 지날 때면, 아무리 비좁아도 오징어를 굽는 고소한 냄새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입에선 침이 샘솟듯 한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환경. 이번엔 영화를 보러 올 때마다 들렀던 이곳 노점상을 취재해보기로 했다. 어떤 분을 인터뷰할까, 고심하던 중 유난히 손길이 바쁘신 한 아주머니가 레이더에 포착됐다. 한편으론 혹 거절당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감. 용기를 내어 접근했다. 의외로 간단하게 얻어낸 승낙. 기분 좋은 날이다.



이 장사만 4~5년 해오셨다는 아주머니(성함과 연세는 밝히고 싶지 않다하셨다^^;;). 이전에 다른 일은 헤 본 적이 없으시단다.
장사가 잘 되느냐는 질문에 “그냥 그럭저럭 되는 편”이라며 짧고 시원하게 입을 여셨다. 아주머니는 인터뷰하는 내내 시원시원한 말투로 짧게 짧게 얘기하셨다. 손님의 대부분은, 물론 영화를 보러오는 젊은이들.
재료는 이곳에서 가까운 중부시장에서 산다. 중부시장이 우리나라에서 최대 건어물 시장 중 한곳이라는 것도 아주머니를 통해 알게 됐다. 거기다 이곳까지 직접 배달을 해주신단다. 손님이 주문을 하면 즉석에서 구워주는 건 물론.
근무시간은 낮 12시부터 밤 10시. 영화 상영시간과 거의 맞먹는다. 아무래도 손님들의 대다수가 영화를 보러오는 사람들이기 때문. 그 외의 시간엔 손님이 없단다. 식사는 집에서 도시락을 싸와 간단하게 해결한다.
아무래도 밖인데다, 대부분 서서 하는 일이어서 힘든 점이 많다. 아주머니는 “당연히 일하는 데 힘들지”라며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안 아픈 곳이 별로 없다”고 하셨다.




종류별로 가격이 다 다르다. 오징어부터 쥐포, 문어다리 등등까지 대부분이 3000~5000원 정도. 이 정도 가격의 물건을 팔아 집안을 꾸려가는데 지장은 없는지 궁금했다. 아주머니는 “지장은 있지만 먹고 살려고 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셨다.




일도 힘들고 편찮으신 곳도 많은데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안 드는지 물었다. 아주머니는 “내일이라도 당장 그만두고 싶다”며 “웬만하면 좀이라도 더 편한 장사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빨리 집에 들어가서 더 쉬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고 하셨다.



아주머니는 행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까.
“어떻게 보면 지금 하는 일에서 행복을 느끼는 건 아니야. 하지만 자기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거지. 내가 편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해지는 것이고, 힘들다고 생각하면 불행해지는 것이지.”
가족들은 어떨까. 처음엔 말씀을 꺼려하시다가 그래도 간단히라도 해달라는 재촉에 “딸은 시집가고, 아들은 아직 장가를 못 갔다”고 하셨다. 남편 자랑도 해달라는 기자의 말에 “남편은 먼 곳에 있어~ 아주 먼 곳에~”라며 쓸쓸한 미소를 지으셨다. 갑자기 죄송스러워지는 마음.
자식들은 이 장사하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끝으로 이 집만의 노하우를 물었다. 아주머니는 “맛은 다 똑같지~”라며 “정성 들여서 하면 되는 거야”라고 하셨다.



특유의 시원시원한 말투로 지나가던 손님의 발걸음도 딱 멈추게 하는 아주머니.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한 아저씨와 외국인까지 들러 사갔다. 외국인은 오징어를 가리키며 우리말로 “낙지?”라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쓰리 싸우전(three thousand)!!”이라며 “오징어!”라고 하셨다.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그에게 친절히 오징어 모양까지 흉내를 내며 이해를 시키는 아주머니. 마지막엔 “땡큐~”라는 센스 멘트도 잊지 않으셨다.^^ 물론 이것도 아주머니만의 애교 노하우!!
외국에서 유래된 극장의 팝콘. 때로는 영화를 보며 긴장되는 마음을 국산 오징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풀어보는 건 어떨까?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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