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교계 충정과 국민 우려 무참히 짓밟아”
“정부, 불교계 충정과 국민 우려 무참히 짓밟아”
  • 승인 2010.12.2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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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연속기획> ‘날치기 예산’ 반발 급속 확산

정기국회 예산심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던 4대강 사업 예산안이 지난 8일 한나라당의 일방적 ‘날치기’로 통과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도까지 4대강 본류 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불똥은 종교계로까지 튀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은 템플스테이 예산이 삭감된 것과 관련 “정부여당이 4대강 사업에 눈이 멀어 여타 예산안을 기만한 것”이라며 “특히 템플스테이 예산을 종교 편향적 입장을 갖고 삭감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한편 천주교계 내에선 “(천주교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는 정진석 추기경의 주장을 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천주교 사제들은 현재 이구동성으로 정 추기경이 겸임하고 있는 서울대교구장 사퇴를 촉구 중이다. 한국 천주교 역사상 사제들이 교구장을 공개 비판함과 동시에 용퇴를 압박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본류, 내년 완공 가능성 커

정부는 4대강 사업 총비용 22조2000억원 중 42.8%인 9조5000억원을 내년에 투입키로 했다. 예산안 통과가 정부의 의사와 거의 맞물림에 따라 지류 구간 50곳을 제외한 4대강 사업 본류 구간 완공이 2011년 안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4대강 사업의 전체 공정률은 40%를 넘었고, 보 건설은 60% 이상 진척됐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보와 준설 등 핵심공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가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과 관련해 상반기 중 60%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형님예산’과 4대강 예산만 남고 약속했던 복지예산은 삭감된 상황이지만, 이 대통령은 “회기 내 통과됐으니 긍정적으로 집행하라”고 밝혀 4대강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거센 비판이 몰아치고 있다. 민주당은 “군사독재보다 더한 처사”라며 “심의도 거치지 않은 엉터리 예산안을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도록 주문하고 독려한 배후임을 스스로 밝힌 자기고백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이게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9조원 넘는 예산 통과에 4대강 주변을 맘껏 개발할 수 있는 친수법도 처리됐겠다, 이제 거칠 것 없이 독주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에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밝혔다.

진보신당도 “아동, 노인, 장애인 등 가장 기본적이고 필요한 복지예산은 뺀 채 엉터리로 통과시킨 날치기 예산을 속도전 치르듯 집행하고 4대강 사업을 끝내겠다는 내년 계획은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 ‘막판 스퍼트’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스스로 외쳤던 친서민, 공정사회는 간데없이 복지사업 파탄내고 4대강에 올인하겠다며 스퍼트를 올리는 이명박 대통령은 결승점에 도달하지 못한 채 국민의 저항 앞에 넘어지게 될 것이라는 경고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편향 정책이 파국 불러”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전국 사찰 출입을 거부한다.”

불교 최대종파인 대한불교 조계종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계종은 성명을 통해 “졸속적이고 폭력적인 국가예산안 통과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 동안 조계종은 화쟁위원회와 종교계 정부 여야 정치인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4대강 사업 국민적 논의위원회’를 통해 정부당국에 국민적 우려와 반대의견을 수용해 대화와 토론을 통한 합의를 도출할 것을 요청해 왔다.



그러나 국회에선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안이 거의 그대로 반영된 채 새해 예산안이 처리됐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법안스님(조계종 화쟁위 총무)은 “여야 합의는커녕 논의 과정조차 생략된 채 폭력적으로 날치기 통과됐고, 이 과정에서 국군 해외파견 동의안, 4대강 주변 개발권을 보장하는 특별법 등이 심의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무더기로 통과됐다”며 “불교계의 충정과 국민의 우려를 무참히 짓밟았다”고 지적했다.

조계종의 이같은 반발은 새해 예산안 편성과도 무관치 않다. 국회는 당초 국회 문방위에서 요청한 185억원 중 정부안 109억원과 여수 엑스포 템플스테이 예산 13억원 등을 포함해 122억원만 통과시켰다. 애초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약속한 액수에서 65억원 가량 전면 제외된 것.

불교환경연대 지관스님은 “템플스테이 사업이 불교 사찰이 보유한 민족문화유산을 활용해 국민의 문화향유와 여가선용을 돕는 것으로 2002년 월드컵 이후 정부가 불교계에 요청해 시작됐고, 7~8년이 지나는 동안 한국의 대표적 문화관광사업으로 자리 잡았다”며 “특히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조사와 통계를 통해 한국 문화와 브랜드 제고에 크게 기여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국가의 요청으로 시작한 사업이 기독교 장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3년 만에 마침내 종교편향적 정책에 따라 파국에 이르게 됐다”며 “템플스테이 사업 예산을 전면 삭감한 이번 조치는 불교계로서도 참담한 일이지만 국가적으로도 큰 피해와 혼란을 초래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그 동안 사찰과 사찰의 문화유산들이 특정 종교단체의 재산이기에 앞서 국가적 가치가 있어 법률로 규제·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전통사찰과 임야, 사찰이 보유한 각종 불교문화유산들에 대해 각종 규제를 해온 터다. 스님은 “정부와 한나라당의 입장이 전통사찰과 불교문화유산이 특정종교의 재산과 시설이어서 국가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인 만큼 헌법에서 규정한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불교 재산에만 적용된 각종 법률규제를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누적돼온 내부 불만 폭발”

“(천주교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는 가톨릭 최고지도자인 정진석 추기경의 발언 파장도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현 정부가 사실상 ‘올인’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 입장을 드러낸 정진석 추기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천주교 사제들은 현재 이구동성으로 정 추기경이 겸임하고 있는 서울대교구장 사퇴를 촉구 중이다. 한국 천주교 역사상 사제들이 교구장을 공개 비판함과 동시에 용퇴를 압박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함세웅, 김병상 몬시뇰, 문정현 신부 등 천주교 원로 사제 25명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 추기경의 말씀에 부끄럽고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며 정 추기경의 서울대교구장직 사퇴와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정 추기경이 주교회의의 구체적 결론에 위배되는 해석으로 사회적 혼란과 교회 분열을 일으킨 것은 분명히 책임져야 할 문제”라면서 “추기경은 용퇴의 결단으로 그 진정을 보여 주기 바란다”고 거듭 사퇴를 촉구했다.



함세웅 신부는 “추기경직은 자의적으로 물러날 수가 없는 자리이기 때문에 서울대교구장 직에서 용퇴하라는 것”이라며 “이미 정 추기경은 은퇴 연령이 4년 지났고, 이번에 주교단의 의사에 반하는 발언으로 교회 공동체에 속하지 않았음을 자인했으므로 교구장 자리에서 물러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주교-사제들의 일사불란한 체제를 갖추고 순명을 최고의 미덕으로 내세우는 가톨릭. 사제들이 추기경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며 용퇴를 주장하는 것은 가톨릭 역사에서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과거 김수환 추기경이 국가보안법 유지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을 때 비판적인 견해가 나오긴 했으나, 김 추기경은 민주화와 인권에 대한 사제단의 기여를, 사제단은 김 추기경의 지도력을 서로 인정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김수환 추기경이 정년을 맞아 은퇴한 지난 1998년 정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에 부임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정 추기경의 보수적 시각이 명동성당 일대를 지배하면서 민주화 성지로 여겨졌던 명동성당이 사제단의 기도회조차 허용하지 않기에 이르렀다.

정진석 서울대교구장은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사건 폭로를 도왔던 전종훈 신부를 3년 안식년 발령 처분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교계 내에선 ‘정 추기경이 신부들의 사회 참여 의지를 박멸시키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번 용퇴 주장은 그동안 누적돼온 내부의 불만 목소리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정 추기경의 태도를 둘러싸고 폭발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교단이 4대강 개발을 반대한 것은 아니다”라는 정 추기경의 발언과 달리 주교회의를 비롯한 신부들은 이미 4대강 반대를 기정사실화해왔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제주 교구장)를 비롯한 전국의 주교, 신부, 신자 등 1000여 명은 “주교단의 입장 표명은 하느님 백성들에게 드리는 주교들의 가르침이므로, 천주교 신자라면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해온 터다. 최근 원로사제들이 연대 서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어서 가톨릭계는 당분간 분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계, 종교계 등에서 4대강 사업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향후 정부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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