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저런 장난감들과 언제부터 친하게 지내지 않았지?’
‘아…내가 저런 장난감들과 언제부터 친하게 지내지 않았지?’
  • 승인 2011.01.0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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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자> 재미없는 사회 그리고 상상 속 세상


얼마 전 휴일 엄마와 대형마트에 갔다. 유난히 사람이 많았다. 크리스마스 때문이었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끌고 다니는 카트에는 알록달록한 장난감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장난감을 고르는 아이들의 눈은 밤하늘의 별처럼 빛이 났다.
문뜩 ‘아… 내가 저런 장난감들을 언제부터 안 갖고 놀았지?’란 생각이 들었다. 기자도 어린 시절에는 분명히 저런 장난감을 갖고 놀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기자의 손엔 인형이 아닌 펜이 들려있었고 저 아이들처럼 반짝였던 눈은 항상 졸음에 가득 차있는 눈이 됐다.
문득 분홍색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긴 금발머리를 늘어뜨린 인형 하나만 가지고 하루 종일 재미있게 놀수 있었던 시절이 그리워졌다.
그땐 인형 하나로 어떻게 놀았을까?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않는 인형. 모든 게 상상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상상 속에선 인형들이 말을 했고, 밥도 먹고, 춤도 췄다. 그렇게 순수했다는 뜻이다.



크면 클수록 그런 순수함이 없어지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 항상 서글퍼진다. 기자는 그래서 상상,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멍 때린다’고 하지만, 머릿속에서 한없는 상상의 나라를 펼치는 것이다. 그래서 별명이 4차원, 8차원이다.
친구들은 “너는 정말 타고난 8차원이야. 내가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할 것 같은데 전혀 다른 대답을 해”라고 한다. 그렇다고 질문과 완전히 어긋난 대답을 하는 건 아니다. 그냥 평범한 대답이 아닌 다른 쪽으로 생각을 해보고 대답하는 것이다.
기자는 ‘고정관념’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상상이란 흰 도화지와 같은 것이다. 흰 도화지에 어떤 색을 입힐 수도 지을 수도 있고, 접을 수도 오릴 수도 있다. 모든 것이 가능한 상태라는 말이다.



그래서 가끔씩 기자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흰 종이에 형식이 정해지지 않은 상상 속의 그림을 그려보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낙서로 보일 정도로 말이다. 아빠는 그런 그림을 보고 피카소가 그린 것 같다고 하셨다. 이해가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나름 뜻이 담긴 그림을 형식이란 틀 안에 가두지 않고 그린 것일 뿐이다.
그리곤 또 가만히 앉아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걸 즐긴다. 상상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과 만날 수도 있고, 원하는 대학에 갈 수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사회생활을 배워간다. ‘사람을 만날 때는 이렇게 해야 되고, 이런 상황에서는 이것이 예의다’ 등등의 사회적 규범과 형식들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배워갈 때마다 사회가 그렇게 썩 좋은 곳만은 아니라는 현실을 깨닫고는 이내 실망하곤 한다. 어릴 땐 모든 게 그저 예뻐 보이기만 하던 세상이 지금 와서 보니 대부분 환상이었던 것이다.
어쩔 때는 그냥 어린아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살고 싶다. 모든 게 다 예뻤으면 좋겠고, 모든 게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지금 혹 자신이 사회에 너무 지쳐 있다고 생각되지 않나? 너무 현실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생각되진 않나? 기자는 이런 사람들이 참 안타깝다. 순수함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 말이다.
가끔씩은 쓸 데 없는 환상을 꿈꿀 수도,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워 질 수 있고, 희망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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