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사촌동생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다녀와서



오전 10시 50분. 어디론가 바쁘게 걸어가고 있다. 꽃집 앞 ‘나 좀 데려가 주세요~’라고 말하듯 예쁘게 피어있는 분홍장미가 보인다. ‘그래 너로 정했어!’ 분홍장미 꽃다발을 안고 또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목적지는 동대문구 회기동에 있는 청량초등학교. 나에겐 친동생과 같은 사촌동생 수빈이의 졸업식이 있는 날이다.
학교 앞은 이제 막 수업일정을 마치고 집에 가는 초등학생들로 북적거린다. 꽃다발을 파는 장사꾼들은 일찌감치 비좁은 인도 이곳저곳을 장악한 채 손님 끌기에 여념이 없다. 한쪽에선 솜사탕도 판다. 인기가 좋다.
그 사이에 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초등학생들은 뭘 먹기에 성장발육이 저렇게 좋은 거야ㅜㅜ?’라고 좌절하며 자신보다 훨씬 큰 초등학생들 사이를 이리저리 비켜 다니느라 바쁘다. 굴욕감이다. 물론 내 체구가 작은 편이지만 지나다니는 초등학생들은 교복만 입혀놓으면 고등학생으로 보일 정도로 크다. 그렇게 난장판 속을 뚫고 초등학교로 들어간다.
“어디 보자~ 대강당이…” 3층이다. 때마침 도착한 엄마와 아주 예쁘고 귀여운 사촌여동생 채린이와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무슨 초등학교에 엘리베이터?’라며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뭐 딱히 나에겐 의아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곳은 바로 내가 4년여 전까지 다녔던 나의 모교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학교 상급반에 다닐 때 오래되고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짓는 대규모 공사를 했다. 그때 몸이 불편한 학생들을 위해 본관에 엘리베이터를 만들었다.



3층. 강당에 들어서니 졸업생 아이들은 이미 들어와 자리에 얌전히 앉아있다. 이제 중학교에 올라가는 아이들답게 의젓하다. 그 사이로 수빈이가 보인다. 부르며 손을 흔들어본다. “어? 언니 왔네!”라며 반가워한다. 괜히 수빈이의 엄마라도 된 듯한 마음이다. 저 많은 아이들 사이에 떡하니 자리 잡고 앉아있는 동생을 보니 뿌듯하다. ‘쟤가 입학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라며 나름 나이든 생각도 해본다.
수빈이네 부모님, 그러니까 나에겐 큰아빠 큰엄마가 오셨다. 바로 졸업식이 시작됐다. 국민의례, 교장선생님 말씀, 축하의 말 등이 줄줄이 이어지는 지루한 시간들은 어느 졸업식에서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항상 저 졸업생들 사이에 앉아 있다가 이렇게 뒤에 서 있으려니 다리도 아프고 하품만 나온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학부모들은 아침에도 봤을 자식들 뒷모습을 그저 기특하다는 듯 쳐다본다. ‘이런 게 부모의 마음이구나…’ 하품을 하느라 크게 벌린 입이 민망해진다.
축사, 답사 등 아이들의 낭독시간도 있다. 답사를 하는 예쁘게 생긴 여자아이는 슬픔을 못 이겨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생님, 학부모들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린다. 잔잔한 감동의 물결. 괜히 내 코끝도 찡해온다. 저 앞에서 답사를 하는 아이의 순수함이 그저 예쁘게만 보인다.



요즘 졸업식은(물론 일부 중, 고등학교의 일이겠지만) 밀가루에 계란 폭탄은 예삿일이고, 교복을 찢고 폭력까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순수함만으로 감동이 전해지는 졸업식에선 약간의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따뜻함이 물씬 느껴졌다.
답사가 끝나고 천사 같은 아이들의 연주가 이어졌다. 플루트와 바이올린 합주다. ‘나도 몇 년 전에 저거 했었는데…’라며 괜히 뽐내고 싶어지는 마음. 이어진 교가제창. 학부모들 사이에서 초등학생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교가를 립싱크해보는 나의 모습. 그러다보니 마치 나도 졸업생이 된 느낌이다.



행사가 모두 끝나고 졸업생들은 가족들 또 담임선생님과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수빈이는 담임선생님 그리고 반 친구들과의 이별이 아쉬운지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냥 졸업생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작은 카메라를 들고 우리 아이가 최고라는 듯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아빠 엄마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미소가 가득하다.
강당을 나오는 아이들 품에는 자신보다 더 큰 꽃다발이 하나씩 들려있다. 우리나라 졸업식의 전형적인 모습일 것이다. 비록 하루가 지나면 시들어버리는 꽃이지만 이 날만큼은 최고의 모습으로 환하게 피어 축하를 해주는 것이다.
수빈이는 이제 중학생이 된다. 그것도 내 뒤를 이어 내가 다녔던 경희여중 입학이 결정됐다. 나에겐 초등학교 후배이자 중학교 후배가 되는 셈이다. 이참에 후배 군기 좀 잡아볼까? ㅎㅎ.



아참, 졸업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뒤풀이는 어떻게 했느냐고? 내 초등학교 졸업식 땐 우리 아빠 엄마 세대때 그랬던 것처럼 중국요리집으로 직행, 자장면을 먹었다. 그런데 이날은 역시 신세대(?)인 우리 수빈이의 기호에 맞춰 자장면 대신 부대찌개로. ㅎㅎㅎ 그래도 참 맛있는 뒤풀이였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뉴스 한가지 더! 며칠 뒤 수빈이네 세명의 가족이 일본으로 여행을 간다. 3박4일 일정으로. 거기에 내가 ‘주도적으로’ ‘아주 운이 좋게’ 끼이게 됐다. 다녀와서 재미있는 여행기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두둥∼기대하시길.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