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물감을 살짝 떨어뜨려 놓았나, 화사한 빛의 저 튤립…
붉은 물감을 살짝 떨어뜨려 놓았나, 화사한 빛의 저 튤립…
  • 승인 2011.03.30 0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소년기자> 봄을 맞으러 화초시장에 가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채 봄이란 걸 실감하기 힘든 요즘이다. 그래도 봄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있기 마련! 때마침 ‘봄이 오는 풍경을 취재하라’는 데스크의 지시. 한참을 궁리해본 끝에 떠오른 곳은 바로 종로 6가에 위치한 화초시장이다.
날씨가 말썽을 부리다보니 두 번씩이나 방문을 해야 했다. 처음엔 추운 날씨 때문에 실패. 봄을 느끼게 해줄만한 화초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아쉬운 마음으로 컴백홈. 그리고 일주일 뒤 다시 그곳을 방문했다.




차를 타기에는 가까운 거리, 그렇다고 걷기에 만만한 거리도 아니지만 오랜만에 풀린 날씨를 한껏 느껴보기 위해 걸어가기로 했다.
동묘와 동대문을 지나는 종로로 이어지는 대로를 따라 약 30여분 걷다 보니 거리를 장악하고 있는 화사한 꽃들이 보인다. 여기가 바로 오늘의 목적지다. 대로변에서 이어지는 2차선 도로변을 따라 죽 늘어선 화초 파는 노점들에선 향기로운 꽃향기가 물씬 풍긴다. 원래 광장시장부터 신진시장, 그러니까 종로 4가부터 종로 6가까지 대로변을 따라 들어서 있던 화초 노점들이 서울시의 대로변 정리 계획에 따라 후미진 골목으로 옮겨진 것이다. 옮겨진 이후 이전보다 많이 쇠락한 모습이다. 상인들의 표정도 훨씬 음울하게 느껴진다. 다행인 것은 꽃이 있다는 것이다.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눈에 밟히는 꽃, 바로 튤립이다. 튤립은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본 이후 처음이다. 무척 반가웠다. 줄기가 곧고 물기를 머금은 꽃봉오리가 청초하다. 마치 붉은 물감을 살짝 떨어놓은 듯 색깔도 너무 예뻤다.
바로 지난 주 방문했을 때만 해도 찬바람 쌩쌩 몰아치는 거리엔 오가는 사람들도 없고, 전시해놓은 꽃의 종류도 많지 않았는데 일주일 사이에 몰라보게 화사해졌다. 좁은 길, 화사한 꽃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는 사람이 많다. 기자 역시 시장 길을 걷는 내내 꽃의 아름다운 자태와 거리를 가득 매운 향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유난히 더 화사하고 색깔이 예쁜 점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꽃을 좋아하지만 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꽃의 이름 역시 잘 알지 못하는 기자. 그래도 이왕 온 김에 조금이라도 식견을 넓혀볼 겸 주인아주머니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친절한 답변이 돌아온다.





요즘은 손님들이 특별히 한 종류에 집착하기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사가는 경우가 많아 골고루 잘나가는 편이란다. 기자의 경우 작고 앙증맞게 생긴 화분과 꽃을 좋아하는 편. 지난주에 왔을 땐 마치 아기가 파마를 한 듯, 초록 풀에 앵두 같은 붉은 열매가 맺힌 듯 열려있는 식물을 사기도 했다.
옮겨 심으려고 화분을 파는 가게에 갔는데 아주머니가 그 꽃을 보더니 “어머~ 너무 예쁘다~”하면서 “마치 아기 같다”고 했을 정도. 괜히 뿌듯해지는 기분.^^ 그래서 아기를 다루는 마음으로 열심히 애정을 쏟고 있다.





아주머니에 따르면 봄에는 철쭉, 동백, 만양금, 만리향, 장미가 많이 나온다. 특히 낑깡나무는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가 많다. 작은 나무를 노오란 색으로 치장한 채 앙증맞게 열린 낑깡은 당장 따먹어도 될 듯 잘 익은 모습이다. 꼴∼깍 침이 넘어간다.
꽃만 있는 게 아니다. 한참을 더 들어가면 나무들도 줄을 지어 서있다. 종류도 정말 천차만별이다. 사과, 앵두, 매실, 살구, 자두, 체리 등…. 특히 매실, 앵두, 석류나무가 인기 있단다.




요즘 도심에선 나무를 심을 장소도 마땅치 않을 텐데 사가는 사람들이 많을까? 생각했지만 아주머니는 잘나가는 편이라고 했다. 양평에 있는 우리 가족 텃밭에 내가 좋아하는 과일나무를 하나 심으면 좋을 것 같다.^^




좁은 골목을 화사하게 밝혀주는 꽃들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향긋한 꽃향기며, 고운 색깔이며, 따사로운 봄 햇살까지 제대로 된 봄을 즐길 수 있다. 마치 텔레비전 광고의 한 장면 마냥 예쁜 척을 하며 걸어본다. 그래도 괜찮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운 꽃들 사이에서 나도 절로 예뻐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치 공주가 된 느낌이랄까.



꽃과 나무들이 너무 예뻐 다 사가고 싶을 정도. 하지만 다음에 또 올 것을 생각해 아쉬움은 접어두고 열심히 꽃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어떻게 찍어도 그냥 작품이다. 내 실력이 아니라 꽃이 예뻐서겠지?^^; 화초시장에서 다소 이른 봄을 제대로 느껴본 하루였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