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아침 출근길 40분의 단상



너무 생생하게 꿈을 꿔서 6시간씩이나 잤는데도 몸이 무겁다. 이런 내 몸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김없이 울려대는 알람. 시간을 본다. 6시. 5분만 더 잘래=ㅁ=…. 알람을 끈다. 5분 뒤, 칼같이 다시 울리는 알람. 알았어, 알았다고…이불을 박차고 일어난다. 잠이 채 덜 깨 어질어질한 상태로 씻는다. 머리를 감는 동안 정신이 든다. 나만의 잠깨기 노하우랄까? 식사시간까지 포함 한 시간 넘게(여자들의 공통된 사항 아닐까. 아님 말고^^)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춘분이 지난 지도 한참인데 한겨울을 방불케 한다. 날씨가 확실히 맛이 갔다. 이렇게 추운 날은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출근은 해야 되니까. 용감하게 나간다. 찬바람이 얼굴을 때리긴 하지만 열심히 빛을 내려주는 햇볕 덕분에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




출근길,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전철. 가까운 전철역은 회기역이다. 걸어서 약 15~20분 거리. 혼자 걷는 지루할 수밖에 없는 시간, 차가운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기분을 한결 상쾌하게 해주는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발걸음을 옮긴다.
하필이면 해가 뜨는 동쪽을 보면서 출근을 한다. 아침부터 해를 등지고 오는 사람들에게 인상을 쓰는 꼴. 이해하겠지….





큰 길로 나오니 처음 나를 맞이하는 것은 모래 먼지다. 상쾌한 출근길에 웬 봉변인가. 가뜩이나 좁은 길, 걸음걸이를 방해하며 공사가 한창이다. 매일 꼭두새벽부터 모래 먼지와 싸우며 부지런히 일하는 공사장 아저씨들을 보며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공사장은 이른 아침부터 활기가 넘친다.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아저씨도, 모래먼지를 뒤집어 쓴 아저씨의 얼굴에서도 힘들단 표정보단 열심히 일하고자하는 의욕이 넘쳐난다. 나도 속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공사장을 지난다.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다. 피곤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하지만 부지런한 한국 사람답게 발걸음만은 빠르고 가볍다. 이곳 인근엔 경희대와 경희대병원이 있다. 때문에 회기역에서 내려 출근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아직 추운 날씨인데도 살랑거리는 짧은 봄 치마를 입은 여학생들이 눈에 자주 뜨인다. 그래 봄이다. 봄은 온다.
회기역에 도착했다. 바쁜 아침, 식사를 거른 채 출근하는 이들로 토스트를 파는 포장마차가 북적인다. 간단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토스트를 손에 쥔 채 저마다 바쁘게 입을 놀린다. 삶의 현장이다. 아침이라 식당 문을 연 곳도 없고, 간단하게 속을 채우려는 바쁜 직장인들에겐 딱 좋은 곳이다. 게다가 사람이 많이 몰리는 전철역 앞이니 말이다. 의지와 상관없이 꼴∼깍, 침이 넘어간다. 언젠가 나도 저 집에서 사먹어 봐야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역으로 올라간다. 교통카드를 꺼내 기계에 댄다. 삐익, 소리와 함께 차단막이 열린다. 아이코 깜짝이야! 방금 전철이 도착했나보다 우루루 소떼마냥 몰려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1호선을 타고 와 중앙선으로 갈아타는 사람들이다. 환승역이라 유난히 더 정신이 없다. 내려가는 사람들, 올라오는 사람들이 서로 얽혀 도리도리(?) 중이다. 좌측통행인지 우측통행인지조차 모르겠다. 사람들도 헷갈리나 보다. 우측통행이라고 쓰여 있긴 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오랜 습관상 좌측통행을 하다 보니 우측통행하는 사람들과 마주쳐 도리도리하는 상황이 자주 생긴다.





그 틈새를 비집고 겨우 겨우 내려간다. 이런… 도리도리 탓에 코앞에서 전철을 놓쳤다. 할 수 없이 다음 전철을 기다린다.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역 입구에서 갖고 온 신문을 읽거나,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보느라 다들 묵념중이다.^^ 다들 고개를 숙이고 열공중이다.
따르르릉. 인천행이 온다. 멈추어 선 전철은 토해내듯 사람들을 내보낸다. 최근 많이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참 질서 잘 지킨다. 사람들이 다 내리고 난 뒤에야 차례대로 한명씩 전철에 오른다. 보기 좋다.




출근시간인데다 시내 한복판을 경유하는 1호선이다 보니 사람들은 인산인해다. 발 디딜 틈조차 없다. 키까지 작은(==;) 나에겐 최악이다. 숨쉬기도 힘들다. 아무리 고개를 쑤욱 빼고 쳐들어도 보이는 건 사람들 등이다. 그 비좁은 틈에서도 신문을 보는 사람, 스마트 폰을 하는 사람들의 열정은 식질 않는다. 전철은 청량리역에 선다. 다시 일단의 사람들이 내리고 또 탄다. 약간의 공간이 생긴다. 깊은 숨을 쉬어본다. 다음은 제기역. 경동시장 등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재래시장들이 있는 곳이다. 이른 아침이어선지 내리는 사람은 없고 타는 사람들만 있다. 다음은 아차, 내가 내려야 할 신설동역이다. 문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뚫고 나간다. 겨우 탈출했다. 숨 좀 돌려본다. 이제야 살 것 같네…. 전철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마치 불속에서 튕겨나오는 완두콩 마냥 뿅뿅 튀어나온다. 내린 다음엔 다들 옷맵시를 한 번씩 정리한다.







신설동역도 환승역이라 사람이 많다. 2호선으로 갈아타려는 사람들, 1호선으로 갈아타려는 사람들이 길고 어두운 통로를 지나간다. 다행히도 우측통행이 지켜진다. 도리도리 없이 무사히 신설동역 11번 출구를 빠져나온다. 동대문우체국이 반긴다. 바로 앞 도로는 신호를 기다리는 차들로 가득하다.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다. 초록불로 바뀐다. 다시 열심히 걷는다. 약 10분을 걸어 회사에 도착. 아침에 전쟁이라도 치른 듯 피곤하다. 그래도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마주치며 부대끼는 재미도 있다.^^* 바로 이런 게 삶 아니겠는가. 자, 그럼 오늘도 홧팅!!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