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입에서 “와아∼” 터져 나오는 감탄사, 으쓱해진 아빠의 웃음소리…
어른들 입에서 “와아∼” 터져 나오는 감탄사, 으쓱해진 아빠의 웃음소리…
  • 승인 2011.06.2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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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은이의 양평 산골에서의 텃밭 농사일 거들기 7회


금요일이다. 벌써부터 뉴스에선 놀러가는 사람 때문에 서울을 빠져나가는 차량이 많을 거란다.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쳇! 이렇게 좋은 초여름의 주말, 양평에 꽁 박혀있어야 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ㅠㅠ
먹먹한 마음은 묻어두고 밝은 햇빛을 받으며 출발. 따뜻한 햇살을 느끼며 잠깐 조는 사이 양평에 도착했다. 읍내 마트에 들렀다. 이곳에 다닌 이후 줄곧 엄마는 이웃 할머니들께 드릴 간식을 사간다. 오늘은 아이스크림이다. 날이 더우니 목을 좀 축이실 달달하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큰 것 두통을 사서 녹기 전에 얼른 출발한다.
집 도착. 내리자마자 짐 옮기라는 엄마의 말을 뒤로한 채 내 텃밭부터 살핀다. 한 종류 빼고는 다들 잘 자라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잡초가 너무 많이 자라서 꽃나무가 자라는 건지 그냥 이름 모를 잡초인건지 구별을 할 수가 없다^^;;하하. 우선 꽃이 필 때까지 다 같이 키워볼 생각이다.





짐정리도 끝내고, 엄마를 도와 청소를 했다. 그동안 아빠는 텃밭을 살피고 들어온다. 이 날은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날씨가 덥다보니 집 밖으로 나가기가 싫다. 뭐, 덥기 전에도 그랬지만.^^;
토요일 아침. 양평에만 오면 부지런해지는 아빠는 새벽같이 일어났다. 인근 동네를 두어시간 걸려 나름대로 탐방조사 및 산책을 하고 왔다.
야, 저쪽 마을에 가니까 강이 있더라, 옆마을엔 양계장이 있는데 거기서 다은이 좋아하는 계란 사면 되겠더라…. 항상 탐방을 하고 돌아와선 늦게 일어난 나에게 이런저런 새로운 소식들을 일러준다. 엄마는 밭에서 풀도 베고, 야채를 솎아주는 일로 아침을 맞이했다.





아빠와 엄마는 늦은 아침 식사 후 읍내에 갔다. 새로 뿌릴 몇 가지 씨앗을 사기 위해서다. 간 김에 지난 주말 텃밭 옆으로 옮겨놓은 평상 위에 지붕을 만들 나무와 못, 페인트 등도 사왔다.
그때 때마침 걸려온 전화. 큰집, 작은집, 막내 고모네 식구들이 모두 양평으로 온다는 소식이다. 텃밭에 작물도 나눠먹고, 일도 도우러 온단다. 저녁쯤에 온다니까 우선 점심을 먹어야지.
점심식사 후, 바람을 쐬러 가자는 아빠의 제안. ‘싫ㅇㅡ@#$%!~어’ 내 속마음은 이렇다. 나에게도 휴일을 달라ㅠㅠ!!! 하지만 나의 소심한 반항은 결국 꺾이고 만다. 어느새 나는 멋있게 선글라스를 끼고 뜨거운 햇빛으로 인해 잔뜩 달궈진 차안에 앉아있다. 나 나름대로의 놀러갈 준비랄까?(하하)





목적지는 양평역 다음역인 원덕역이다. 아빠 얘기론 ‘모터바이크’같은 것을 탈 수 있는 레저시설이 있단다. 내가 예전부터 텔레비전을 보며 꼭 타고 싶다고 졸랐던 것이 생각났나보다. ‘아, 이제야 타보는구나~’ 했다. 하지만 아니, 이게 뭐야? 막상 도착해보니 레저시설은 커녕 가게 하나 보이질 않는다. 공사 때문이었다. 기대가 컸던 터라 대 실망을 하려는 찰나 바로 옆에 큰 강이 보인다. 더워진 날씨 탓인지 물속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도 몇몇 보인다. 물놀이하기엔 이른데…하면서도 다가가본다. 공사때문인지 물이 아주 깨끗하진 않다. 그래도 피라미가 헤엄칠 정도니 양호한 편이다. 서서히 해가 저물어간다. 차에 올라 집에 돌아가는 길,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지. 군부대 PX(슈퍼마켓 형식인데 가격이 싸고 일반인도 이용이 가능하다)에 들러 술을 한 박스 사간다.





늦은 오후 큰집 식구들, 막내 고모네 그리고 작은집 식구들이 차례대로 도착했다. 내 어린 사촌동생들은 집안으로 들어갈 생각도 않고 텃밭과 마당에서 뛰어노느라 정신이 없다. 어른들은 텃밭 구경에 신이 났다. 저마다 와아, 감탄사 내뱉는 걸 잊지 않으며. 그럴 때마다 들려오는 아빠의 으쓱한 웃음소리….
그렇게 해가 지고 저녁식사시간. 밭으로 출동한 가족들이 따온 쌈 채소는 상추, 치커리 등등 무려 8가지. 곧바로 삼겹살 파티에 들어갔다. 연신 터져 나오는 감탄사. 금새 금새 없어지는 야채들. 그때마다 텃밭으로 달려나가는 발걸음. 이내 채워지는 야채바구니. 그렇게 즐거운 저녁식사 시간도 끝이 났다.
이어지는 어른들만의 즐거운(?) 고스톱 시간. 아이들은 밤늦게까지 밖에 나가 뛰어 놀았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시끄럽게 뛰어놀아도 되는 산골이다.





일요일 아침. 같은 방에서 잠을 자던 사촌여동생 채린이의 울음소리에 눈을 뜬다. 일어나보니 엄마가 없어서 우는 게다.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로 채린이를 반짝 들어 안고 마당으로 향한다. 코알라마냥 꼭 붙어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그곳에 있는 엄마를 보고 안심했는지 품에서 내려 신발을 신는다. 그리곤 내 손을 잡고 현승이(채린이 오빠다^^)와 호진이(작은아빠의 큰아들!)가 축구하는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며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한 채 구경만 한다.
“같이 축구하러 갈까?”라는 말에 “아니야~집으로 가자”라고 단호히 거절하는 채린이. 자기도 여자니까 남자들이랑 놀긴 그런가 보다.(하하) 그리곤 엄마에게 준다며 하얀 꽃을 꺾는다. 수돗가에서 아침에 먹을 야채를 씻는 고모(채린이 엄마)께 드린다.
텃밭에선 이른 아침 일어난 아빠와 큰엄마가 퇴비를 주고, 또 채소밭에 자란 풀을 뽑고 계셨다. 나중에 합류한 큰아빠와 작은아빠, 고모부도 밭일을 거드느라 다들 바빠 보였다. 몇 번 씩이나 솎아내 물김치용으로 요긴하게 쓰였던 열무는 이제 너무 많이 자랐다.






어른들의 의기투합…이제 뽑아야 되겠다! 이 사람 저 사람 달라붙어 순식간에 뽑고 나니 시장에 내다 팔아도 될 정도로 푸짐하다. 벌레가 이파리를 뜯어먹은 것을 제외하곤 아주 알차게 잘 자랐다. 열무는 각 식구별로 균등하게 나뉘어졌다.
열무 뽑은 자리에는 똑같은 작물을 연이어 심으면 안 된다는 아빠의 얘기에 따라 얼갈이배추 씨앗이 새롭게 뿌려졌다. 몸을 쓰는 일에는 다소 약한 편인 큰아빠가 나섰다. 먼저 열무 뽑아낸 땅위에 시커먼 색의 자연 퇴비를 뿌리더니 곡괭이와 삽을 이용해 땅을 뒤집어엎는다. 그런데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우리 아빠 한마디 한다. “형, 앞으로 자주 좀 내려와야겠는데….”
꽤 자라 열매까지 달고 있는 토마토와 가지나무에 지지대를 세우는 일은 작은 아빠가 맡았다. 공무원인 작은 아빠는 집이 있는 북한산 근처에 해마다 자그마한 주말농장을 분양받아 채소 등을 가꾸신다. 그래서인지 실력이 출중하다. 뚝딱 일을 끝내놓고 얼갈이배추 씨앗 뿌리는 일을 돕는다.







비로소 아침식사 시간이 되었다. 밭에서 따온 아욱된장국에 여러 가지 쌈채소가 다시 상위에 올랐다. 땀을 흘린 아빠와 큰아빠는 아침부터 막걸리를 한잔씩 걸치신다.
맛있는 아침식사 시간이 끝난 뒤 사촌동생 수빈이가 재촉한다. 오늘 내가 먼저 전철로 서울에 올라가기로 했는데 수빈이도 같이 가겠다는 것이다. 숙제가 많단다. 중학생이 된 수빈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대견스럽다. “그래, 얼른 씻고 가자!”
화장실에 들어가 물을 튼다. 어라? 분명히 보일러를 켰는데 왜 물이 계속 차갑지? “엄마! 따뜻한 물이 안 나와!”라는 나의 외침에 엄마는 “어머, 보일러 기름이 떨어진 걸 깜빡했다~ 호호”란다. 머리감기는 포기해야겠다. 세수와 양치질만 하고 찝찝하지만 그냥 서울 집까지 가서 씻기로 한다. 준비를 마치고 큰엄마와 엄마가 우리를 역까지 데려다 주었다.
중앙선은 전철과 전철 사이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음…30분은 기다려야겠다. 더운 날씨에 헥헥 거리는 수빈이에게 언니 행세^^ 좀 한다. “음료수 사줄게 골라∼.” 좀 가격이 나가는 걸 사주려 했더니 자판기에서 파는 차가운 초코우유가 먹고 싶단다. ‘고마워∼수빈아ㅠ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전철이 도착한다. 전철 안은 시원했다. 잠이 솔솔 온다. 하지만 수빈이가 가만히 있으려 하질 않는다. 심심한 모양이다. 내 스마트폰을 건넨다. ‘요놈, 목적이 이거였지~.’ 받자마자 게임에 푹 빠져든다.
1시간정도는 가야되니 눈 좀 붙여야겠다. 전철 안 놀러가는 가족들 몇몇을 제외하곤 조용하고 평온하다. 덜커덩 덜커덩 서울을 향해 열심히 달리는 전철 소리만 들린다. 평화로운 일요일이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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