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지하철 그 많은 자리 중 하필 당신 옆자리에 앉는 그 사람…
텅 빈 지하철 그 많은 자리 중 하필 당신 옆자리에 앉는 그 사람…
  • 승인 2011.11.3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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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의 이런 얘기 저런 삶> 어플리케이션 ‘오빠믿지’ 그리고…




당신은 지금 지하철 한쪽 구석에 앉아있다. 오늘따라 지하철이 굉장히 한산하다. 목적지로 향하는 중 한 사람이 당신이 앉아있는 칸에 들어섰다. 좌석은 텅텅 비어있다. 그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와, 하고 많은 자리 중 꼭 당신의 옆자리에 앉는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글쎄, 모르긴 몰라도 썩 유쾌하진 않을 것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공간을 타인에게 침해받은 사람은 불쾌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타인에게 침해 받길 원하지 않는 공간, 이것을 개인 공간(personal space)라고 부른다.

개인 공간 이론을 처음 제시한 사람이 바로 Edward T. Hall. 그는 개인을 둘러싼 공간 범위를 4단계로 나눈다. 친교 공간, 개인 공간, 사회적 공간, 대중 공간. 그의 이름을 따서 이 이론을 홀(Hall)이론이라고 한다. 홀이론에 따르면 친교공간을 포함한 개인공간의 범위는 1.2m로, 이 범위 안으로 타인이 진입하게 되면 상당히 ‘가깝다’고 느끼게 되며 뜻밖에 이 공간을 침해당하면 불안감, 불쾌감, 심지어는 분노까지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개인 공간의 침해에 따른 불쾌감이 본능적인 것이라는 것은, 아무리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최소한의 사적이고 개인적 공간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심리적 공간도 포함하여-이 확보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개인적인 공간의 보장은 자신의 자의식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개인이 타인에게 일정한 거리를 둔다고 해서 그것을 무턱대고 비난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개인 공간이 필요하다.





물론, 인간에게 타인과의 관계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인간은 알려진 대로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와 역할을 확인하고 또한 얽혀있는 네트워크의 일부로서 그를 운용한다. 이러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재하는 것으로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 셈이다. 고립된 개인은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 그 역시 인간의 본성이다.

많은 심리 연구 결과가 인간이 소속감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는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면서 까지 무리하게 무리에 소속되려는 모습을 보이는 연구 결과도 왕왕 있다. 무리의 모든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옳다고 말하면 -예컨대 누가 봐도 더 짧은 막대를 더 길다고 말한다든지- 자신도 그 잘못된 정보가 옳다고 말하기 쉽다는 것이다. 인간은 개인적인 신념이나 판단과 다르다고 할지라도 무리와 유사한 행동을 통해서 공감대와 소속감을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렇듯 인간에게는 타인과의 관계라는 것이 때로 자기 자신, 개인보다도 우위를 점할 때도 있을 만큼 중요한 요소다.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적인 부분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노출하고 또한 공유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사회 집단이 크기가 작아질수록 본인이 공유하여야 타인과의 하는 개인 공간의 크기는 커지기 마련이다. 작은 집단일수록, 그리고 친밀한 집단일수록, 서로의 거리가 가깝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명제다. 짧은 거리는 그 자체가 친밀함의 표증이고, 이렇듯 가까운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관계는 역시 소수의 집단에서만 가능한, 애초에 큰 집단이었다면 가능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밀접하면서도 가장 작은 집단, 즉 1:1의 연인 관계를 생각해보자. 연인 간에는 관계와 개인 사이의 경계가 아주 아슬아슬하다. 남자와 여자-뭐 굳이 이성간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는 오픈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개인 공간-물리적?심리적 공간-을 서로에게 오픈한-또는 해야만 한-다.

오늘 아침엔 뭐 먹었는지, 어제는 몇 시에 잤는지, 이따가 저녁엔 뭐 할 계획인지, 무슨 영화는 누구랑 봤는지, 근래의 컨디션은 어떤지… 등등. 타인이 묻기엔 과한 질문이라 할지라도 그 질문의 주체가 연인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연인이 이런 질문을 한다고 기분 상할 이가 어디 있겠으며 또한 기분이 상한다고 할지라도 연인이라면 이 정도는 궁금할 수 있을만한 일 아니겠는가.

연인-부부포함-간에는 비밀이 없어야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이 특수한 관계는 개인공간이 ‘거의’ 필요 없을 만큼 가깝다. 실제 눈으로 보기에도, 연인들의 물리적 개인 공간은 ‘없다시피’ 하지 않은가. 거의 한 몸이나 다름없다. 머리 둘, 팔 둘, 다리 넷 달린 한 몸-개인적으로 여름에는 보는 사람이 다 더우니 좀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psy5432@nate.com <박신영님은 경희대 학생입니다. `위클리서울` 대학생 기자로 멋진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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