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뚜벅이' 13일간 300km 도보 대장정 현장

재능교육 등 16개 사업장 노조원과 시민단체, 진보정당, 학생단체 등이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촉구하며 300km 도보 행진에 나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희망뚜벅이 발대식`을 열고 "투쟁을 통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부당해고를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재능교육 부당해고 투쟁이 1500일이 넘었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20명째 죽음을 맞았다"며 "더 이상 희망이 없어서 목숨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망뚜벅이 참가단은 서울 시내를 시작으로 강남, 과천, 안양, 인천, 안산, 수원, 둔포 등을 경유하며 오는 11일 쌍용차 평택공장까지 13일간 300km를 걷는다.



"함께 사는 세상 열 때까지 돌아와선 안 돼"

2011년 시작된 희망버스가 2012년 초 `희망뚜벅이`로 거듭나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재시동을 걸고 300km를 걷기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오전 희망뚜벅이 참가단 은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2월 11일 쌍용차 평택공장 까지 걸어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 만들기에 돌입한다"며 `희망뚜벅이 발대식`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더 이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정리해고로 고통 받고, 스스로 목숨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 나선다"고 밝혔다.

발대식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을 비롯 쌍용차 해고자, 재능교육 노동자, 코오롱, 대우자판,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해고 노동자,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와 시민 등이 함께 했다. 

희망뚜벅이 참가단은 이날 서울 시내를 시작으로 강남, 과천, 안양, 인천, 안산, 수원, 둔포 등을 경유하며 오는 11일 쌍용차 평택공장까지 13일간 300km를 걷는다. 참가단이 걷는 주요 지역에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 재능교육 비정규직 노동자, 코오롱, 대우자판 등 5~6년 동안 비정규직 문제와 정리해고 철회, 민주노조 파괴의 사안을 가지고 싸워오고 있는 장기투쟁사업장들이 있다. 이들과 함께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선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천주교, 기독교, 불교 등 종교계와 법률, 인권, 교수학술단체, 문화예술계 등이 함께해 문화제와 토론회, 강연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배우 김여진, 맹봉학 씨, 시인 김선우 씨, 영화감독 변영주 씨 등이 희망뚜벅이 응원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희망의 소금꽃 나무 열매` 전국 투쟁사업장을 순회하고 2월 11일 쌍용차 평택공장으로 향한다.

참가단을 향한 각계 인사들의 독려도 줄을 이었다. 백기완 통일문제 연구소 소장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과녁을 뚫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는 법"이라며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위하고 자연이 사람과 함께 사는 세상을 열 때까지 돌아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희망뚜벅이 참가자인 한진중공업 노조원 박성호 씨는 "한 걸음 할 걸음 걷다 보면 더 많은 동지들이 결합할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지쳐 있었을 때 희망버스에 몸을 실었던 사람을 생각해 함께했다"고 말했다. 김소연 희망뚜벅이 단장은 "우리는 한 발 한 발 걸어가면서 더 이상의 죽음이 없도록 더 이상 희망이 없어서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지 않게 하도록 희망의 발걸음을 내딛겠다"고 밝혔다.



"학습지교사는 비정규직보다 더 열악해"

지난달 28일 혜화동 재능교육 앞에서는 700여 노동자와 시민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1박 2일 동안 집회를 이어갔다. 재능교육 집회에 이어 지난달 31일 희망뚜벅이 `강남 지역 순회`에도 참가한 김모 씨는 "비정규직 야만의 세월을 재능교육 노동자들과 함께 한결 같은 마음으로 지켰다. 하지만 변한 게 없다. 비정규직, 정리해고 문제가 여전하기에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씨는 "비정규직, 정리해고는 전 사회적 문제임을 우리는 확인했다. 제도 자체를 없애고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희망뚜벅이는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실 방문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름의 변종직업군은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처지가 더 열악하다"며 "퇴직금도 없고 4대 보험도 안 되는 현실을 타파하고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특수고용노동자는 1년씩 위탁 또는 도급계약 등을 맺고 일하면서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사실상 근로계약을 맺은 일반 근로자처럼 회사의 업무지휘, 관리감독은 물론 징계도 받아 최악의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희망의 소금꽃 나무 열매`를 기조로 전국을 순회하는 박성호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철회 투쟁위원회 대표는 "더 이상 사람을 죽지 않게 하기 위해 그리고 바로 옆의 동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김진숙 지도위원과 우리 한진중 노동자들은 함께 싸워 왔다"며 "한진중공업의 이 싸움에는 희망의 버스가 있었고, 이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힘이 함께해 희망뚜벅이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전국에 100여개가 넘는 투쟁사업장이 있다. 이 투쟁사업장이 함께 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11일 쌍용차로 모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소금꽃 나무열매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망뚜벅이 응원단장을 맡은 배우 맹봉학 씨는 "98년 IMF 이후 비정규직 정리해고가 확대돼 노동자가 거리로 내몰리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희망뚜벅이는 모두의 마음에서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작"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연이은 사망건과 관련 맹 씨는 "얼마전 쌍용차 노조원이 또 사망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고인은 두 번의 해고를 당해,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며 쌍용차 사측을 비판했다.

그는 "20명의 노동자 가족이 목숨을 잃었다. 회사 측은 더 이상 죽음을 방조하지 말고 이들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며 "연이은 죽음은 해고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 주고 있다. 정치권은 허울 좋은 복지 이야기만 하지 말고 해고자들과 가족들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서라"고 주장했다.



`쌍용차 20번째 죽음` 더욱 힘찬 발걸음으로

한편 20번째 사망한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시민사회의 성토가 거세지고 있다. 쌍용차노조와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은 지난달 31일 역삼동에 위치한 쌍용차 서울사무소를 찾아 항의서한을 접수하기도 했다. 쌍용차노조는 "회사 측이 2009년 정리해고로 강제 희망퇴직을 시켰고, 이후 기술 전수를 이유로 정규직채용을 약속하고 계약직으로 채용했지만 결국 약속을 파기하고 두 번의 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0일 자택에서 자다 심장마비로 사망한 강모 씨는 2009년 구조조정 당시 희망퇴직 했다. 쌍용차노조에 따르면 강 씨는 프레스생산팀의 모 부서에서 일했으며, 당시 회사는 부서직원 10명 중 담당자 1명 만을 남겨두고 전원 정리해고 했다.

이에 쌍용차노조 박창근 실장은 "회사 측은 정리해고 인원을 맞추기 위해 장비를 돌릴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 모두 해고했다"며 당시 정리해고가 짜맞추기식 정리해고였음을 주장했다. 박 실장은 또 "사측은 구조조정 이후 생산을 재개 했지만 프레스생산팀에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인원이 없어 강 씨에게 정규직으로 채용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강 씨는 계약직으로 채용 되어 직원들에게 장비교육을 시켰고, 이후 회사 측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계약을 하지 않았다. 회사가 두 번 해고했다"고 강조했다.





쌍용차노조는 "강 씨의 유족이 이번 사건을 언론에 알려 달라 당부했다"고 전했다. 쌍용차노조 김득중 수석부지부장은 "19명의 죽음 뒤에 절박한 심정으로 `희망텐트`를 설치했었다"며 "그런데 또다시 20번째 죽음 소식을 들려왔다. 희망텐트 참가자들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뚜벅이에 참가한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도 "회사가 강 씨가 기술 이전하고 나서 더 이상 계약하지 않고 길거리로 내밀었다"고 지적했다. 정 수석부위원장은 "이는 2009년 상하이 자본이 한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밀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먹튀자본의 행태와 지금의 마힌드라 자본의 행태가 똑같다"며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 무급휴직자에 대한 즉각 복귀"를 촉구했다. 재능교육, 쌍용차 해고 노동자 문제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힘찬 발걸음으로 나아가고 있는 희망뚜벅이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