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로막혀 흐르지 못하는 강, 썩어가는 서해안…
아∼가로막혀 흐르지 못하는 강, 썩어가는 서해안…
  • 승인 2012.03.2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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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허정균> 강물은 흐르고 싶다-1회

동고서저의 한반도 지형은 대부분의 강물이 서해로 흘러들도록 하고 있다. 보통 한반도는 좁은 땅이라 말하지만 이러한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서해안은 지구상 어느 지역보다도 생산력이 높아 많은 인구를 지탱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를 꽃피워왔다. 수산업은 사농공상의 축에도 못 끼고 천대를 받아왔지만 서해안 갯벌을 토대로 민족공동체를 이룰 수 있었다. 이는 자연이 이 땅에 내린 가장 큰 축복이다.
1970년대 들어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대규모로 갯벌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발달한 토목기술을 앞세워 크고 작은 강 하구를 막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농경지는 넓어졌지만 하구갯벌의 높은 생산력은 사라졌으며 방조제로 가둔 강물은 썩어가기 시작했다. 20∼40년이 지난 현재 서해안 대부분의 방조제 안 인공호수가 썩어가 본래 목적인 농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할 지경에 처해 있다. 환경단체 ‘풀꽃세상을위한모임’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몇몇 회원들이 이러한 서해안 하굿둑을 답사하고 그 실태를 살펴보았다. 이 글은 이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위클리서울>은 이를 2회에 걸쳐 연재한다.




▲한강을 제외하고 서해로 흐르는 모든 강은 하굿둑으로 막혔다. 사진은 새만금으로 물길이 막히기 전(1999년), 동진 다리에서 본 동진강 하구입니다.

 

실패로 끝난 시화·화옹지구 간척사업

인천광역시, 안산시, 화성시, 평택시 등의 경기만 해안은 자로 댄 듯 밋밋해졌다. 인천 송도 신도시에서는 ‘ㄷ’자로 뻗어나가며 갯벌을 매립했다. 송도신도시 아래 시화만은 수도권의 많은 인구를 부양해주던 갯벌이었다. 1987년 2월에 착공한 시화지구간척사업은 6,100ha의 담수호를 만들어 총 3억 3,233만톤의 물을 저장하여 새로 생기는 1만 7,300ha의 땅에 공업단지 1,302ha, 도시개발 4,030ha, 농지조성 4,990ha를 조성하여 수도권의 1,600여개의 공장을 유치하고 담수호에서 인근 농지에 물을 공급하는 ‘첨단복합영농단지’를 만든다는 것이 목표였다.

1994년 1월 최종 물막이 공사가 끝나고 담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2년만에 시화호의 물이 폭삭 썩었다. 마침내 1996년 6월 2일 기습적으로 시화호의 갑문을 열어 썩은 물을 바다로 내보냈다. 안산공단 등지에서 배출된 중금속에 오염된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허리가 휜 기형 물고기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후 배수갑문을 통해 바닷물이 드나들며 수질이 나아졌다.
현재 12km의 방조제 중간을 터 조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8개의 수문을 통해 하루 동안 시화호 전체 수량의 절반이 드나든다고 한다. 시행사인 한국수자원공사는 간척사업의 시행착오로 생긴 조력발전소를 두고 이로 인해 시화호의 수질이 외해와 같아지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신재생에너지이자 미래의 희망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시화호 남쪽에 배수갑문을 통해 바닷물이 드나드는 호수가 또 하나 있다. 화옹호이다. 언제부터인지 화성호로 이름이 바뀌었다. 화성방조제는 3,469억원을 들여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에서 우정면 매향리를 연결한 9.8km의 방조제이다. 2002년 3월 22일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가 완공되며 지도가 바뀌었고 국내 최대의 가리맛조개 생산지였던 여의도 면적의 21배에 해당하는 갯벌이 사라져갔다.


▲조력발전소 건설현장


4,482㏊의 농지와 1,730㏊의 농업용수용 담수호를 만드는 ‘화옹지구 간척사업’은 10년 넘게 공사를 해오는 동안 사업비는 7,600억원으로 늘어났다. 담수호는 평균 5,400만t의 물을 가두어 간척사업으로 생기는 인근 농경지에 물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남양천, 자안천, 어은천 등의 하천이 이 호수로 유입되는데 유입하천의 수질을 맑게 하는 데 얼마의 돈이 더 들어갈 지 알 수 없다.

방조제로 물길이 막히자 염생식물인 칠면초 군락이 장관을 이루었었는데 이들은 다 사라지고 육상식물들이 드넓은 갯벌을 차지하고 있다. 간척지의 대부분은 이처럼 방치되어 있다. 이곳 역시 일부 생태공원으로, 일부는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며 개발광풍이 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담수호로 만들어 농경지로 사용하겠다고 시행사측은 말하고 있고 이에 대한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2008년 경희대 오종민 교수팀은 경기도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보고서에서 유입하천이 농업용수 기준 2배로 오염되어 농업용수로는 불가하다는 발표를 했다.


▲수질개선 사업을 한다는데 전체된 물은 바닥의 오니층으로 인해 1급수가 흘러들어도 썩는다고 합니다.


화성시 발안면에서 시작하여 평택시 포승읍과 화성시 우정읍 사이에서 서해로 흘러가는 하천이 발안천이다. 이 하천 하구를 틀어막은 하굿둑이 남양방조제이다. 1971년에 착공하여 1973년에 완공된 2,060m의 남양방조제는 2,285ha의 갯벌을 논으로 바꾸어놓았다. 하굿둑으로 막히기 이전 발안천 하구에서는 가무락조개가 지천이었다.

시화호나 화성호는 바닷물이 드나들기 때문에 내륙 호수가 아니어서 환경부의 수질 측정 통계가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남양호는 담수호이기 때문에 정기적인 수질 측정자료를 환경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남양호는 농업용수로 가능한 4급수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아산방조제

농업용수 위협받는 아산호·삽교호

길이 2,564m의 아산방조제는 1970년에 착공하여 1973년에 완공했다. 지구상에서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이곳을 막을 때 돌망태 공법이 사용되었다. 산을 파괴하여 암석을 떠다가 큰 쇠그물망에 담아 기중기를 이용하여 일시에 바다에 투하하여 물길을 차단하는 공법이다.

아산방조제로 인해 2,800ha의 담수호와 397ha의 농지가 조성되었다. 초기에 담수호에서는 수상 레저를 즐기는 보트놀이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수질이 나빠져 이러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수질악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2008년 아산시에 있는 한살림 생산자조합 소속 친환경 벼 재배 96농가의 친환경인증이 무더기로 취소된 것이다. 면적은 147만㎡에 이르렀다. 인증취소의 원인이 된 질소농도의 기준치는 1.0ppm이지만 이는 빗물에 포함된 질소농도 1.58ppm 보다도 낮아 불합리하다며 농림수산식품부에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정부는 인증기준에서 총질소와 총인을 제외시키는 법 개정을 단행하여 2010년도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산호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도 기준치인 8ppm을 넘어 친환경 재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이다. 일부 친환경 인증을 받지 못한 농가들은 자부담을 들여 자구책에 나서고 있지만 적잖은 비용 부담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인주면 일대 일부 농민들은 자부담을 들여 마을 식수로 사용하던 간이 상수도를 연결해 친환경 농업용수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삽교천방조제


1976년에 시작한 삽교천 방조제 공사는 1979년 10월 26일 완공했다. 방조제 길이는 3,360m로 담수호 면적은 2,017ha, 농경지 조성은 989ha이다. 담수호 삽교호를 통해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한다는 것이 당초의 목표였다. 그러나 삽교호의 수질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COD가 10ppm 안팎이어서 5급수에 가까워 농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할 지경에 처해있다.

삽교호를 사이에 둔 아산시와 당진군은 현재 급속히 도시가 팽창하고 있다. 아산시 온양온천역을 지나 신창역까지 수도권 전철이 닿고 있다. 이같은 도시의 팽창에 따른 각종 생활하수, 축산폐수 등이 수질 악화의 주원인이다.

삽교호의 물이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로 부적합하게 되자 2001년부터 보령댐 광역 상수도망을 통해 보령호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 강 하구를 막아 만든 호수는 수질악화로 인해 그 수명이 25년이라고 한다. 아산호와 삽교호는 30년이 넘었다. 곧 해수 유통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물이 탁해 보입니다. 4급수와 5급수를 왔다 갔다 합니다. 5급수면 농업용수로 사용이 어렵습니다.

폭삭 썩은 석문호

‘석문지구 간척농지 종합개발사업’은 당진군 석문면 장고항리와 송악면 가곡리 사이의 바다를 막아 간척지와 담수호를 조성하고 기계화 영농을 위한 대단위 농경지, 농어민주택잔지, 농수산물가공단지, 국가산업단지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1987년에 착공하여 1998년에 10.6km의 방조제가 완성됐다. 이로 인해 3,750ha의 갯벌이 사라졌다. 단일 방조제로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고 자랑삼아 선전하는 간판이 배수갑문 근처에 붙어 있다.

석문국가산업단지는 2009년 분양을 시작했다. 당시 분양가는 ㎡당 23만1361원(3.3㎡당 76만4830원)이었다. 서해안 시대 선도주자라며 분양을 시작했지만 대부분 빈 땅으로 방치돼 있고 본격적인 내부개발이 시작되기도 전에 763ha의 담수호는 폭삭 썩었다. COD 기준으로 6급수,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썩은 호수만 만들어 놓았다.

석문호는 시화호와 많이 닮았다. 큰 강이 유입되지 않아 수질악화가 빨리 온 것이다. 지방하천 역천이 석문호로 흘러들고 있다. 석문호도 언젠가는 시화호처럼 해수유통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계속 썩어가는데 배수갑문을 개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담수호 중간을 가로막은 보입니다.


충남 북부해안에서 남쪽으로 깊이 파고든 바다를 싹둑 잘라버린 것이 대호방조제이다. 이로 인해 고기떼를 물고와 대호지만(大糊芝灣)에 부려놓던 물떼는 방조제로 인해 차단되었다. 대호지구 간척사업은 1981년에 착공하여 1985년에 방조제가 완공됐다. 당진군 석문면 교로리와 서산시 대산읍 삼길포리의 바닷길을 잇는 7.8km의 방조제로 7,648ha의 갯벌이 사라졌다. 새로 생긴 농경지는 3,700ha, 사라진 갯벌 면적의 절반 수준이다. 갯벌에서 농지의 열 배 소출이 난다는데 수천억원의 돈을 들여 생산력을 1/20로 축소시킨 것이 대호지구간척사업의 본질인 셈이다.

담수호로 유입되는 큰 강이 없음에도 담수호의 수질이 4급수를 유지해 현재 벼농사를 짓고 있고 일부는 방치되어 있다. 석문지구에 비해 오염원이 없어 이 정도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녹조가 심합니다.

농업용수로도 못쓰는 부남호·간월호

1980년대 초에 만들어진 국내 최대 간척지인 서산 에이·비(A·B)지구에 있는 호수인 간월호(2647㏊)와 부남호(1527㏊). 국내 최대의 인공담수호이다. 지난 해 4월 환경부가 조사한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최고치가 각각 14.5ppm과 13.7ppm으로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4급수 기준(8ppm)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08년 부남호의 연평균 COD는 16.0ppm, 간월호는 17.1ppm에 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간월호는 지난해 9월 환경부가 2012년까지 습지보호지역 지정 및 람사르습지 등록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곳이기도 하다.

서산·태안·홍성에서 생활하수·폐수가 흘러들고, 1만㏊가 넘는 농경지에서 끊임없이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수질 악화를 막지 못해 석문호를 닮아가고 있다. 현장에 갔을 때 녹조가 발생하여 호수는 진초록색으로 변해 있었다.






▲해수유통 중인 보령호의 모습입니다.


충남도는 호수 안 준설과 유입부 완충 식생대 설치 등을 호수 관리기관인 농어촌공사와 현대건설이 공동 추진토록 하고, 간월·부남호와 연결되는 하천·지천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환경 기초시설 등을 설치해 오염원을 차단시키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수질개선 사업에 드는 예산은 2020년까지 61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인 항목을 보면 읍·면 단위 공공하수처리시설과 고도처리시설 신·증설, 수질환경 우수마을 지원 등에 1370억원, 호수 안 준설에 4700억원, 호수 유입부 완충 식생대 설치에 60억원 등이다. 충남도는 환경부 등 중앙부처에 국비 확보를 건의해 예산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허정균 님은 ‘풀꽃세상을위한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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