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 먹구름 몰려온다

총선 직후 저축은행발 `퇴출 살생부`가 또 한차례 몰아칠 전망이어서 금융권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적기시정조치를 유예받았던 저축은행 4곳에 대한 검사결과를 최종 정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업계에선 "부실 저축은행 낙인이 찍히는 회사가 `2+2`라는 소문이 나도는 등 추가 퇴출되는 저축은행이 최소 2곳에서 4곳에 이를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추가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결과를 언제 발표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4월이 될 수도 있고, 5월을 넘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계에 몰아닥친 제2의 대란을 살펴봤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추가조치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과 관련,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총선전에 퇴출이 결정되면 `뱅크런` 등 극도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표시기를 저울질 했다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세부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억울한 곳이 나올 수도 있어 이의신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수위의 조치가 검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련업계에서는 추가 퇴출 대상이 당초 예상됐던 1∼2곳보다 늘어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추가검사대상에 포함된 대형저축은행이 살생부에 오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의신청이 끝나면 경영개선계획을 제출받은 뒤 경영평가위원회를 열 것"이라면서 "개선가능성이 있는지 최종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을 아꼈다.

`총선 이후 대폭풍`

수면 아래에서 맴돌던 저축은행 3차 구조조정이 4월 총선 후 발표될 것이라는 우려는 연초부터 업계에 공공연했다.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업계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한 저축은행 4곳에 대한 추가검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4곳은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이 7개 저축은행에 영업정지를 내리면서 경영개선을 조건으로 생명을 일시적으로 연장해 준 저축은행들이다. 지난해 12월 유예기간이 끝났지만 당국은 자구노력을 추가적으로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며 퇴출 여부 판단을 한 차례 더 미뤘다.

지난해 저축은행 구조조정 때는 검사 완료에서 발표까지 한 달 가까이 걸렸다. 따라서 이번 발표도 사실상 총선이 끝난 직후가 가장 유력하다고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저축은행업계는 총선 후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검사가 지연된다는 것은 그만큼 영업정지 유예 저축은행들의 경영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부실도 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또 금융당국이 총선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던 후에 매서운 칼을 휘두를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축은행중앙회는 얼마 전 저축은행에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에 대해서는 예금자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공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도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등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경우 5000만원 초과 예치금액에 대해서는 돌려받지 못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 인출한 `예보 사장`

금융당국에선 이에 대해 `소비자보호차원일 뿐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나 예금주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미 지난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통해 예금자보호법에 대해 확실히 학습한 상황에서 또다시 예금자보호제도에 대한 안내가 대폭 강화된 것은 일종의 경고라는 해석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예금자보호제도 안내가 대폭 강화된 것은 3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대한 일종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면서 "예금주들의 인출을 통해 부실 저축은행을 골라내는 효과도 있을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후 급작스러운 `뱅크런`을 방지하기 위한 해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금감원과 함께 저축은행 검사권을 가지고 있는 예보의 이승우 사장은 지난해 동부상호저축은행과 푸른상호저축은행에서 각각 4700만원과 4794만4000원의 예금을 전액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의 배우자도 솔로몬상호저축은행에 묻어둔 4500만원을 인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에 이어 이달 추가 구조조정 명단 발표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검사 권한을 쥔 예보의 수장이 저축은행 예금을 인출한 사실이 알려져 불안감이 더해진다"면서 "저축은행업계에 공포의 4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예고된 `피의 금요일`

지방에서도 이 같은 조짐은 읽혀진다. 충청권에서 영업중인 저축은행 2곳은 오는 20일경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조치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되면서 지역 금융권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9월 적기시정조치 대신 자체 경영정상화 추진을 요구받은 이들 지역 저축은행은 그동안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과 증자 등 자구 노력을 해왔지만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기준까지 끌어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금융당국이 유예기간(지난해 12월 말)이 끝난 업체에 대해 자구책 시행여부 등 최종점검을 완료한 상황이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영업정지 조치는 설 연휴 이후와 추석연휴가 끝난 시점에 발표됐으며 이번 조치 역시 주말을 앞둔 금요일로 예정했다. 이는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 등을 우려한 영업 휴일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2월 전국을 흔들었던 부산저축은행 계열 등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도 설 연휴 이후 발생했고, 하반기 7개 부실 저축은행을 퇴출시킨 2차 구조조정도 추석 연휴 직후 일요일인 9월 18일 내려졌다.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면 5000만 원을 초과한 예금의 경우 고객들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예금자들의 재확인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영업이 정지되면 5000만 원 이상 예금에 대해서는 보호가 안된다"며 "예금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시 한 번 초과된 예금 계좌가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저축은행업계를 둘러싼 악몽이 올해에도 재현될지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김승현 기자 okkdo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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