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삼성 ‘반인권적 태도’ 규탄 집회

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금속노동조합, `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국제운동(ICRT)` 회원들은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전자산업 노동권과 환경정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미국, 호주, 네덜란드, 인도, 대만 등 15개국 ICRT 회원을 비롯해 반올림, 금속노조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ICRT 회원들은 지난 18일 수원에서 열린 `전자산업 노동권과 환경정의를 위한 국제회의` 참석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뒤 이날 서초 사옥을 찾았다. ICRT 측은 "수년간 삼성과 정부의 침묵에 맞서 꿋꿋하게 싸워 온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 노동자와 가족들에 대해 연대하고, 삼성의 반인권적 태도를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ICRT는 환경오염과 산업재해 문제를 국제사회의 공동 과제로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애플, HP, 델 등 글로벌 전자기업을 대상으로 시위를 벌이며 산업재해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테드 스미스 ICRT 코디네이터는 이날 집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그간 애플, 델, HP 등도 산업재해 등이 많았으나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심지어 애플도 언론과 여론에 떠밀려 최근 노동환경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서초 사옥에서 집회를 연 이유는 많은 젊은이들이 사망했지만, 삼성은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산업재해 문제를 제기한 기업 가운데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고 비판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과 뇌종양, 재생불량성빈혈 등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는 56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은 안타깝지만 산업재해 인정 여부는 정부측 심의에 달렸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문제점이 제기된 이후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규명하기 위해 세계적 안전보건 컨설팅 회사인 인바이론사를 주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며 안정 판정 결과를 설명했다. 당시 인바이론사 등은 "근무환경이 근로자에게 위험을 주지 않으며, 회사가 노출 위험에 대해 높은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외에도 임직원 건강과 안전을 위한 정책 강화 차원에서 2010년 7월 업계 최초로 환경안전 전문가로 구성된 사내 건강연구소를 설립했다”며 “도의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퇴직 후 3년 이내 특정 암이 발병할 경우 치료비 등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