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하는 이 이야기가 과연 맞는 건지, 그저 헛소리일지는 나도 모르겠다!
지금부터 하는 이 이야기가 과연 맞는 건지, 그저 헛소리일지는 나도 모르겠다!
  • 승인 2012.06.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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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의 이런 얘기 저런 삶> 여자 그리고 남자





오늘 내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의 카테고리는 ‘연애’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매우 영양가 없는 여대생의 잡생각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유의 이야기들은 그것이 정말로 그러한지에 대한 입증이 부재하더라도 종종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갖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은 실제로 나라는 여대생의 잡생각일 뿐이기에 부담 없이 써내려 가도록하겠다. 읽는 분께서도 힘을 빼고 큰 고민 없이 읽어주시길 바래 본다. 감히 한마디 덧붙이자면, 다른 사람들보단 대체 여자친구가 왜 이런 작은 일로 화를 내는 건지, 영문을 모르겠는 수많은 남자친구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왜 남자는 여자를 화나게 하는가, 였으니까!

남녀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그래 절대로 반드시 꼭 삐걱거리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단순히 누구씨와 누구씨의 첫 대면이 아니라, 누구씨가 살아온 모든 인생, 환경, 세상이 다른 사람의 세상과 만나는 일일 테니까. 그 커다란 덩어리들이 마주치는 접점은 기단과 기단이 만나는 부분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처럼, 당연히도 불꽃이 튈 수밖에 없다. “걔는 원래 그래”를 웃으면서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실은 수많은 양보와 시비와 싸움과 충격이 있는 것일 거다. 표면적으로 두 사람이 줄곧 웃으며 대화했대도 말이다!

남자와 여자라는 것도 실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범주 안에 있으니 이 경우에도 예외 없이 불꽃이 튄다. 그 과정에서 너무 지나친 반발이 있었다면 둘은 맞지 않는 거고 거의 나와 흡사한 인간을 만나 저항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고 말이다. 남자라고 해서 어떤 성격을 가지고, 여자라고 해서 어떤 성격을 가지고, 하는 식으로 단정 짓는 게 얼마나 한심한 일인지 알고 있다. 사람사람이 다 다른데, 그를 과연 성별로 나눠 일반화 시킬 수 있을까. 나는 이에 대해 꽤나 회의적인 사람이었다. 남자라서, 여자라서, 가 아니라 그냥 개인의 성격이라고 쭉 여겨왔다. 뭔가 차이가 있다면 ‘여자로서 자라온 인생’이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친 정도겠지. 그래서 나는 남녀 문제(연인간의)는 두 ‘사람’이 지나치게 각별해지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줄곧 생각해왔다. 여자는 어떠하다, 남자는 어떠하다는 이야기들은 내게 그저 혈액형 별 성격처럼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이었다.

갑자기 이에 대해 의문이 생긴 건, 나와는 그 오랜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싸워본 적 없는 내 친한 친구가, 그녀의 남자친구와 대판 싸운 이야기를 하는 빈도수가 점점 잦아지다 못해, 이젠 그다지 듣고 싶지 않은 수준이 되어버린 일이 있고나서부터다. 아니, 대체 그 남자는, 이렇게 쉬운 아이를 얼마나 못 맞춰주기에 얘가 나를 만나면 온통 그 소리만 하게 만드는 건가! 워낙 기준이 또렷한 아이라 맞춰주기 참 편한데, 뭐가 그렇게 어려워서 그렇게 싸우고, 관계에 해를 끼치고, 또 나에게도 피해를 주고! ㅠㅠ

게다가 그 남자라는 사람은 심지어 내 선배다! 또 선배 쪽 얘기를 들어보면 좋아하는 감정이 식었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라니, 뭐가 대체 문제인걸까. 선배의 문제인걸까.

생각해보면 비단 내 친구의 경우만이 아니다. 내가 아는 많은 여자들은, 남자가 눈치가 없다느니 어쩌느니 말하고, 남자들은 도대체 여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곤 했다. 싸우는 이유도 다들 비슷비슷하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참 이상하다. 내 지금까지의 생각으로는 설명이 잘 안 되는 일이다. 아주 각별한 동성 친구와 비교했을 때 연인 사이의 갈등 발생 빈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 특히 오래된 사이에선 더더욱. 이를 대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서로의 성격 같은 것은 아주 예전에 어느 정도 파악이 이미 끝나고도 남았을, 교류가 오래된 두 사람 간에 돌연 갈등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건, 동성 간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어떤 ‘사건’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물론 상황이 그간과 급격하게 달라지는 어떤 상황 하라면, 지금까지 문제가 되지 않던 부분에서 갑작스럽게 갈등이 야기되기도 하지만. 몇 년을 의좋게 지낸 각별한 사람(보통은 친구)이 갑자기, 뭐 돈을 안 갚는다든지, 동거를 시작했다든지, 애인이 생겨서 소홀해졌다든지, 한쪽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성격이 예민해졌다든지 하는, 그런 사건이랄 것도 없이, 그야말로 갑자기, ‘안 맞는’ 사이가 되는 일을 상상할 수 있는가. 그런데 그 일이 남녀 간에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이쯤 되면, 남녀가 같은 사람이고, 단지 개성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나의 생각은, 위기에 봉착하고 만다.

그래서 아주 간단한 가설을 생각했다. 사실 남자랑 여자는 다른 게 아닐까. 생물학적 만큼이나 사고하는 방식도 말이다. 남녀 사이에 사고의 방식 자체가 다른 거라면, 그럼 유독 연인 사이에 갈등이 많은, 그리고 거의 그런 경우에 한쪽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몰라 어이만 가출해버리는 그런 상황에 대한 이유도 풀 수 있지 않을까. 간단하다. 사실 남자와 여자는 달랐기 때문에, ‘나중에 가서’ 그것으로 서로가 받아들이고 양보한 부분에 대한 서로의 ‘해석’이 달랐던 거다. 여자와 여자, 그리고 남자와 여자가 서로 만나서 서로에 대해 탐색하고 둘 간의 암묵적 규칙들을 정하는 과정은, 사실 얼핏 보기엔 같은 과정처럼 보인다. 서로의 특징을 파악하고 이 친구랑 교류하기 위해 내가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내 용량 안인지 가늠하고, 또 일정부분은 요구하고 양보, 타협하면서 서로 간에 암묵적인 룰을 만들어 가는 거다.

뭐 예를 들자면, ‘박신영’이라는 사람은,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의 사람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 중이라면 문자나 전화 따위는 일절 받지 않는다든지, 그 부분을 이해해주어야 나와 친밀한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은 동성 간이나 이성 간이나 마찬가지일 것 같지만,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는 가정을 거친다면 그 역시 ‘다르다’는 결론이 나게 될 것이다. 어떤 식으로 다르다는 걸까. 만약 내가 이 과정이 어떤 식으로 다른지 알 수 있다면, 남녀가 어떤 식으로 다르게 사고하는 지에도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뭐 이렇다 할 결론을 낸 것은 아니다. 그냥 그럴지도 모르겠지 하면서 생각을 제멋대로 펼칠 뿐이다. 혹시 이러다 그럴싸한 이론을 정립할 수 있을지 누가 아는가.

여자가 여자를 만나면,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암묵적 규칙으로 만들 때, 좀 더 맥락에 의존하는 규칙을 만든다. 이렇게만 서술하면 모호한 느낌인가. 앞서 언급한 내 습관(다른 사람을 만나는 중에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연락을 씹는)을 대하는 여자 친구와 남자 친구의 차이를 예로 들어 보겠다.

남자는 자신의 문자가 무시당한 이 상황에 대면했을 때, 이성적인 논리구조가 웅웅 돌아간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내가 고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통해서 이 친구는 타인과 있을 때 연락을 기대할 수 없는 친구, 라는 판단을 내린다. 그 상황을 통한 정의. 남자들은 이성적으로 그 ‘상황’을 정의 내린다.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이 상황은 어떤 상황인지.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올 때 나는 어떤 반응을 해야 하는지.

반면 여자는, 남자에 비해 좀 더 ‘박신영’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잘 이해하기 어렵다면, ‘박신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배우의 심정을 떠올려보면 조금 쉬울 거다. 상황 자체보다는 상황을 통해 자신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박신영’이라는 캐릭터를 생성하는 것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다. 이건 마치, 대본을 받은 배우 김씨가, 자신이 연기할 ‘옆집 박씨’가 콩나물을 100원 더 비싸게 샀음을 뒤늦게 알고 매우 분개하는 대목을 보고, ‘아 내가 연기할 옆집 박씨는, 돈을 아끼고, 약간 쪼잔한 캐릭터구나’ 하면서 만약 후에 여자 주인공과의 연애에 개입하는 파트가 나올 때는 어떤 식으로 반응하면 좋을지(어쩐지 깐족거리면서 작은 것을 트집 잡을 것 같은) 생각하는 것 같은 거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지나면, 서로간의 교류가 쌓인 만큼 상대방의 캐릭터에 대한 데이터도 아주 많이 쌓이게 될 것이다. 아주 작은 단서로도 그 애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있고, 또 어떤 상황에 대한 그 애의 반응도 대충의 예상할 수 있고-내가 만들어 둔 그 친구의 캐릭터를 가상으로 롤플레잉 해보면 되니까- 이미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도 해석하기 쉬울 거다. 어떤 이유로 이 친구가 그런 반응을 보였던 것이었을까, 하는 그런?

남자의 경우는-물론 나는 남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은 나의 주관이 심하게 들어있을지 모른다- 여자가 초점을 맞추는 부분을 거의 근거나 단서 정도로 다룬다.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나중에는 종종 잊히기도 한다. 비교하자면, 이런 거다. 똑같이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와중에 자신의 전화를 무시하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단편적인 상황에서 보면 이 두 경우는 거의 같은 것으로 보이지만, 여자의 저런 사고방식은 다른 상황에도 유연하게 적용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 남자와는 다르다. 내가 다른 사람과 만나고 있는 와중에 내가 본인에게 전화를 건 상황에 대한 해석은 이런 식이 될지 모른다.



물론,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다는 부분에서는 남자의 사고방식을 따라갈 수 없겠지만. 장단점이 있는 거니까. 하지만 연애의 경우에 남자의 사고방식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떠올리기 힘들다. 그 외의 경우는 효율적인데다가 이랬다저랬다 하지 않는 방식이겠지만, 연애는 어떤 관계보다 감정이 중요시되는 관계이다 보니 그 특유의 냉철한 이성이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닐까 싶다. 여자들은 상대방의 입장으로 생각해보는 ‘감정이입’이 특기인데다가, 더 나아가 연인에 있어서는 어떤 관계보다 더 집중해서 감정이입을 하곤 하니까.

사람은, 내가 아는 것을 당신도 알길 바라고, 무의식적으로 그러겠거니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남자가 상황 상황을 분석하느라 잘 모르는, 하지만 여자들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한다면 뭐 그렇게 유추하기 어렵지 않은 ‘어떤 부분’을 남자가 놓치고 말았을 때, 어째서 그것을 모를 수 있지? 하고 생각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내가 당신이 이러이러할 것이라는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알 수 있는 건, 내가 당신에게 관심이 있어서라고 생각하는 여자들에게, 이 상황은, 남자가 ‘관심이 없어서’ 모르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거다. 싸움이 안 나고 배기겠는가. 남자가 보기엔 너무나 작은 부분에 왜 저렇게 크게 화를 내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고, 여자는 그렇게 어이없어하는 남자의 적반하장 태도에 더 화가 나는 것을 느끼면서, 그렇게 사랑이 식었느니 마니 헛소리가 가득한 갈등의 막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는 중에 나같이 불쌍한 희생양들은 남자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친구의 얘기를 구구절절 들어주느라 고생해야 할 것이고.

지금까지 한 말들이 과연 맞는 이야기일지, 그저 헛소리일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어느 정도 그럴싸한 이야기라면 말이다, 이것을 통해 남자와 여자가 어떤 식으로 다른지도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에게 감정이입해서 감정적인 부분을 공유하는 것, 짧게 말하면 그것이 바로 ‘공감’이다. 여자들은 공감을 통해 사고한다. 자꾸 상사가 나를 짜증나게 해! 확 때려치우고 싶어! 하고 말하는 친구에게, 여자는 어머, 진짜 짜증나겠다! 하고 친구의 ‘감정’에 공감해준다.

남자들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추론한다.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상황을 ‘분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면, 뭔가 개선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 남자라면, 그런 말을 하는 친구에게 야 상사한테 아부를 해야지 아부를! 그래도 자꾸 괴롭히면 커피에 침 뱉어! 하고 해결 방도(?)를 제시해 줄 것이다.

여자는 공감을 원하는데 남자가 분석을 하고 있으니 가끔은 야속하고 그렇기도 하겠네, 싶다. 이렇게 다른 두 부류가 만났으니, 서로를 의아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르겠다. 뭐 그렇다고 내 말이 맞는다는 건 아니지만.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쓴 모든 얘기는 그저 헛소리고, 사실 남자나 여자나 다 똑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다르든 같든, 어쨌거나 여자는 남자 없이 살수 없고 남자도 여자 없이 살 수 없으니, 우리는 서로를 계속 알려고 노력하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계속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저 헛소리일 뿐인 이 이야기도, 누군가가 자신의 연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내 남자친구가 눈치 없이 내 신경을 거스르는 것이 나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라는 이유보다는, 남자의 사고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편이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선 훨씬 더 좋은 일이지 않을까.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말이다.



psy5432@nate.com <박신영님은 경희대 학생입니다. `위클리서울` 대학생 기자로 멋진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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