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왕따는 나쁜 것이다, 동의하는가?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왕따는 나쁜 것이다, 동의하는가?
  • 승인 2012.09.03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신영의 이런 얘기 저런 삶> 아이돌 걸그룹 왕따사건




유난히 시끄러운 8월이다. 이제 20여일 지났을 뿐인데, 그동안 무슨 일이 그렇게도 많았는지. 7월 말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길지도 않은 그 기간 동안 뭐 하나 진득하게 떠들 틈도 없을 정도로 다사다난의 끝을 보여줬다. 이렇게 쓰고 있는 지금도 당장 무슨 일 하나 더 터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올림픽 시즌 동안 부당한 심판 등에 대한 이슈가 끊임없었고, 또 그로 인해서 생긴 유행어들도 상당히 많다. 예를 들자면 네버 엔딩 1초라든지.

올림픽이야 세계인의 축제다 보니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만, 모든 이들의 이목이 올림픽에 집중되어 있는 와중에도 참 많은 일이 동시에 화제가 되었다. 시작은 단순히 아이돌의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논란이었다. 연예계에 그다지 관심 없는 나로서는, 아 그랬구나, 싶을 정도의 일이었을 뿐이지만 워낙 인기 아이돌이다 보니 제법 뜨거운 이슈가 되어버렸다.

어? 생각보다 더 크게 이슈가 되는 구나 싶을 때쯤, 또 하나의 사건이 더 터졌다. 일명 ‘티아라 사건’. 사실 이렇게 쓰고 있는 것도 조금은 두려울 만큼, 8월 초중반의 논란의 핵인 사건이다. 골조는, 그다지 흥미로울 것도 없는 연예계 가십이다. 내가 흥미가 없는 분야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와 비슷한 분들은 잘 모를지도 모르겠다.

티아라는 아이돌 걸그룹으로, 고 예쁜 아이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은 딱히 관심 없는 내가 보기에도 눈이 참 흐뭇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종종 어머니와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 그네들이 나오면, 내가 보기엔 쟤가 참 예쁘네, 저기 있는 키 작은 애도 얼굴이 참 예쁜데 파트가 적네, 뭐 이런 얘길 나눴던 기억이 있다. 어머니는 딸만한 여자애들이 그렇게 예쁘게 총총 거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으셨던 모양이다. 어디 하나 인물 빠지는 애가 없다하시며 멤버들의 이름을 나보다 더 잘 알고 계셨다.

그런데 그 그룹 ‘티아라’에 새로 영입된 멤버가 퇴출된 사건 앞에, 사람들이 ‘왕따’를 당한 것이 아닌가 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어 했던 그룹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좋게 봤던 그룹이 논란이 된 것이 조금은 찝찝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일종의 배신감? 배신감이라고 하면 너무 강한 느낌이고, 실망감 정도가 적당할까? 사실 실망감이라고 하기에도 어쩐지 너무 가벼운 듯한 감정이지만, 어쨌거나 약간 찝찝한 감정이 미간을 찌푸려지게 했다.

새로운 멤버가 영입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던 나조차 기분이 이러할진대, 평상시 좋아하던 팬들은 아마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일 게다. 인터넷은 곧 티아라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되었다. 어딜 가나 퇴출된 멤버의 왕따 증거들, 다른 멤버들의 인간성을 의심하게끔 하는 자료들, 그리고 그녀들을 욕하는 글들이 없는 곳이 없었다.

요즘 네티즌들의 하루일과가 낮에는 티아라, 밤에는 올림픽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였다. 인터넷에 접속만 할라치면, 거의 반 강제적으로 티아라 소식을 접해야 했다. 내가 작정하고 궁금해 한 것이 아님에도, 중간 중간 스마트 폰에 접속하면 포털사이트에서 이 이야기를 떠들고, SNS에도 온통 이 얘기이고, 심지어 도서관 휴게실에서도 사람들이 이 주제로 수다를 떨었다. 알고 싶지 않았지만, 대충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알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나 할까.

새로운 멤버가 영입된 후에 기존의 멤버와 새로운 멤버사이에 약간의 골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그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져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존 멤버들이 SNS에 아무래도 신규멤버를 겨냥한 듯 한 글을 올리고, 곧 새로운 멤버가 퇴출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사람들이 혹시 신규멤버가 왕따 피해자가 아닐까 의혹을 제기하던 때에, 기존 멤버 중 한명이 SNS에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글을 올려 왕따 당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고, 사람들은 ‘왕따는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나쁜 일’이라며 분개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티아라 사건이 왕따 문제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단지 연예인 가십에 불과하던 이 사건이, ‘왕따 문제’로 덧씌워지면서, ‘왕따’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죄 이 걸그룹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사실 나는 연예인에 대해 인간적인 기대는 하지 않는 사람이다. 연예인은 겉보기에 천사같이 아름다우면 그뿐이지, 진짜 천사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래서인지 그녀들이 그렇게 예쁜 미소로 브라운관에서 노래하고 춤췄다 하더라도, 나는 그로 인해 어떤 오락을 제공받았으면 그뿐이지 그녀들이 정말 보이는 그대로 참하고 예쁜 아가씨들이라고 기대했다가는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린애들이, 자신의 자아가 채 영글기도 전에, 전선에 뛰어든 셈이다. 그것도 ‘상품’으로서. 영악하지 않고서야 견뎌낼 수가 없을 테다. 정말 천사같이 연약했다면 그네들을 브라운관에서 보기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기대를 안 한다는 것이 결코 그들이 ‘나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단지 비치는 것만큼 착하고 여리여리하고 올바른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는 것일 뿐. 그렇기 때문에 그 예쁜 여자애들이 실은 카메라 뒤에서 같은 멤버를 괴롭히고 따돌렸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내게도 제법 충격적이고 기분 나쁜 일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직 ‘따돌렸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기 때문에, 네티즌들이 올리는 이런저런 ‘정황증거’에도 불구하고, 아직 나는 그녀들이 완전히 나쁜 악의 무리이고, 또한 피해자가 완전히 불쌍하고 선량한 희생자라고 확신하진 않을 생각이다. 단지 평상시에 인사도 곧잘 하고 예의 바른 소녀였던 멤버가 태도 불량을 이유로 퇴출된 사건에 의혹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사실 내가 불만인 것은, 그들이 정말 ‘왕따 가해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남아있는 지금, 사람들이 그녀들을 완전히 ‘가해자’로 확신하고 그녀들을 비난한다는 사실 그 자체는 아니다. 가십은 지금까지 계속 ~카더라 하는 일만으로도 누군가를 비난하고 손가락질해왔고, 그게 맘에 들지는 않지만 어쩌면 그것도 일종의 연예계 가십의 특성 중 하나라고 해도 큰 비약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세계에서 ‘이미지’라는 게 그토록 중요한 것이겠지. 싫다면, 관심을 끊으면 그만이다. 그것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비난하는 만큼, 사실 그 시장의 훌륭한 소비자이기도 하니까.

나는 그저 그게 맘에 안 들기 때문에 연예계 소식에 무관심한 것뿐이다. 그들에게 비난도 안 하지만 또한 크게 이익도 안겨주지 않는 사람들 중 하나일 뿐. 어쩌면 그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안티팬’보다 더 나쁜 종류의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녀들을 비난하는 지금의 사람들은, ‘팬문화’의 흐름에 동조하고 있을 뿐, 내 눈에 그게 괴이해 보인다고 해서 문외한인 내가 무턱대고 그들을 비난하는 것도 어쩌면 생각이 짧은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발언이 조심스러운 거다.

그래서 난 여기서 그녀들이 잘못했다거나, 그녀들을 섣불리 비난하는 것이 잘못했다거나, 뭐 그런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사건이 ‘왕따 문제’로 확대해석 되고 있는 이상, 나는 이 과열된 분위기에 조심스럽게 내 생각을 이야기 하려하는 것이다.

티아라고 뭐고, 다 떠나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왕따는 나쁜 것이다. 동의하는가. 아마도 다들 동의할 테다. 그럼 하나 더,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왕따는 나쁜 것이다. 동의하는가. 처음 한 멤버가 이런 논리를 이유로 비난 받았으니까, 아마 동의들 하실 거다. 왕따에 무슨 이유가 있냐고,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왕따를 합리화 할 순 없는 것이라고 한 분들이 지금 분개하고 계실 테니까, 동의 하실 거다. 그리고 난 이 문장이 상식적으로도 아주 합당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왕따는 나쁜 것이다.

왕따라는 것이, 다수가 소수(한 명인 경우가 많지만, 다수에 비해 지나치게 소수인 경우에도 왕따가 성립한다)를 따돌리고 괴롭히는 것을 일컫는 것 아닌가. 티아라 멤버 여럿이 한명을 괴롭히고 왕따 한 것이 진실이든 진실이 아니든, 그건 여기에서 다룰 문제는 아니다. 설령 진실이었다고 해도,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의 결론을 바꿀 변수가 되지 못한다.

사람들은 그녀들이 ‘이유가 있었다고’ 항변하는 글을 비난했다. ‘왕따’를 합리화 시킬 수 있는 이유는 없다고 말이다. 옳은 말이다. 그것이 진짜로 네티즌들이 해석한 대로라면 비난해 마땅한 글이다(물론 진실은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들의 ‘죄악’을 ‘심판’하기 시작했다. 그녀들에게 진실규명을 요청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녀들이 활동하는 CF, 드라마 등을 테러하고, 일부 그녀들을 욕하고, 그녀들의 과거를 공개하고….

팬들의 배신감이 팬들을 안티 팬으로 돌아서게 하는 것이 구나,를 넘어서서 어 이것은 조금 지나치게 과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 나는 팬들의 ‘심판’의 경계가 어쩐지 조금 오락성을 띄고 있는 쪽으로 살며시 넘어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문외한이라서 그들에게 공감을 못하기 때문에 느끼는 거부감을, 조금 넘어선 기분이다.

이 걸그룹은 전 국민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왕따 가해자들이 왕따를 당하는 것을 두고 ‘자신들이 자초한 일’, ‘준대로 받는다’, ‘복수와 심판’ 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람들의 추측이 전부 진실이고, 또 그게 정말 진실이기 때문에 왕따 피해자를 거짓말로 희생시켜서 가해자들이 계속 뻔뻔하게 활동하려 했다는 것이 괘씸하다 해도, 우리가 그것으로 그녀들을 왕따 시켜도 되는 것일까. 팬문화를 이해하고 그 시장의 흐름을 이해 못 한다고 비난해도 좋다. 그녀들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잘못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감정적으로는 아무래도 그녀들이 잘못한 게 아닐까하는 쪽이라고 밝혀둔다.

하지만 우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왕따는 나쁘다. 어떤 이유에서도 왕따는 나쁜 일이다. 어떤 이유도 왕따를 합리화 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설령 대상이 ‘왕따 가해자’라는 이유로도, 왕따는 합리화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얘기를 하는 것이 나는 꽤 조심스럽다. ‘너무 과열된 것 같다’는 의견이, 어떤 식으로 비난에 시달리는지 줄곧 봐왔기 때문이다. 나랑 상관도 없고 내 인생에 중요하지도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한마디 해본 것은, 왕따를 방관하는 것도, 또 다른 가해자라는 ‘상식’적인 내 생각 때문이다.

아무쪼록 잘 해결되길 바란다. 바란다. 잘못한 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진실한 반성과 스스로 그 책임을 갖도록, 지켜보는 우리는 상식적인 문화인답게 그를 어른스러운 목소리로써 이야기하고 지켜볼 수 있도록. 



psy5432@nate.com <박신영님은 경희대 학생입니다. `위클리서울` 대학생 기자로 멋진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