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여기 좀 보라니까요!!” 다급한 손님 목소리, 멍∼때리는 알바생!!
“아, 여기 좀 보라니까요!!” 다급한 손님 목소리, 멍∼때리는 알바생!!
  • 승인 2012.09.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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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일본식 라멘식당에서의 생생 알바 체험기-2회

올해 열아홉 살인 기자. 고등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학생은 더더욱 아니고, 직장인이라기엔 너무 나이 많아(?) 보이기도 하고…(하하;;). 어쨌든 이도저도 아닌 위치에서 참 많은 걸 경험하고 배우는 중이다. 취미생활도 즐기고, 배우고 싶었던 악기도 배워보고, 책을 읽는 시간도 많아지고 말이다. 최근엔 처음으로 색다른 경험에도 도전해봤다. 그건 바로 ‘알바’라고도 하는 아르바이트다. 친구의 소개로 들어간 일본식 라멘식당에서의 알바 체험기를 여러분에게 들려드린다.

“여기요!” 바로 코앞에서 손님이 부른다. 아, 또 멍 때렸다. 기자의 특기다. 정말 심할 정도로 넋을 잘 놓는다. 얼마나 심하면 친구들이 ‘멍다은’이라 부를까…. 아빠는 잡생각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냥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여러 가지 생각을 좀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좋게 여기련다. 하지만 알바 할 때만큼은 정신줄을 꽉 잡아야한다. 이렇게 넋 놓고 있다가는 바로 앞에서 한참을 손 흔들며 부르는 손님도 못 알아채는 일이 생기니까. 주문을 받았다. “다은아, 정신줄 잡아~!!” 같이 알바를 하는 오빠가 웃으며 말한다. 그래, 정신 차리자. 여긴 알바를 하는 곳! 뺨을 철썩철썩 때리며, 머릿속 잡념들을 휴지통에 싹 쓸어버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님이 나가신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바로 앞에서 같이 테이블을 정리하던 오빠가 깜짝 놀란다. 알바 시작한 이틀째부터 기자의 목소리가 엄청나게 커졌다. 체구가 작다보니 힘쓰는 일은 오랫동안 하지 못한다. 게다가 이곳의 그릇들은 모두 사기로 돼있어서 무게가 꽤 나간다. 때문에 손님들에게라도 최대한 친절하게 대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일에 임한다. 힘들어도 손님 앞에만 가면 자연스럽게 목소리도 높아지고, 입 꼬리도 올라간다. 칭찬도 많이 받았다.(하하)



기자는 오후 5시까지 출근을 한다. 이른 저녁시간엔 손님이 별로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때가 더 힘든 시간이다. 여유가 있으면 뭔가 눈치도 봐야 하고, 할 일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 것도 보통 고역이 아니다. 본격적인 저녁시간이 되면서 손님이 많아지는데 이때가 오히려 낫다. 가만히 서있을 시간도 없지만 모두가 다 바쁘다 보니 눈치 안보고 열심히 일할 수 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기자가 하는 일은 홀 서빙. 유니폼에 달린 명찰엔 ‘sever 정다은’이라고 쓰여 있다. 테이블 세팅하고, 손님 맞고, 주문 받고, 물 나르고, 음식 나르고, 다 먹은 그릇은 치우고, 계산 받고, 그 외에 주방에서 요리에 전념할 수 있게 돕는 게 우리의 할 일이다. 하지만 아직 초기라 익숙하지 못한 기자는 계산대엔 서지 못한다. 그리고 종류를 제대로 외우지 못해 음식을 내는 일도 능숙하지 못하다. 손님을 맞고, 주문을 도와드리고, 치우고, 세팅하고, 주방 도우는 일을 주로 한다. 때문에 홀에는 기자가 제일 오래 있게 마련. 홀에서만큼은 완벽하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중이다. 다른 알바생(모두 남자)만큼 힘이 세지도, 발도 빠르지 않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 요즘엔 오기가 생겨 힘이 달려도 어떻게 해서든 기자 혼자 하려하고, 키가 안 닿는 곳의 물건도 도와달라기보다 집게나 가위를 써서라도 직접 내리곤 한다. 점점 알바를 하면서 책임감이 늘어나는 모습을 스스로 발견하곤, 나에게도 이런 책임감과 오기가 있었구나 놀라기도 하다.



기자가 제일 실수를 많이 하는 것은 주문할 때다. 사건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아 발생한다. 손님이 주문한 것과 다르게 주방에 주문을 넣는 것이다. 그런 사태에 대비해 종이에 메모를 해놓고도 정작 주방으로 주문을 넣을 때 잘못 찍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루에 한 번씩은 꼭 그런다. 그래도 다행히 손님들이 친절하셔서 그냥 드시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다행히도 실장님께 걸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실장님이 제일 싫어하시는 게 주문 실수다. 걸리지 않아 혼나진 않더라도 실수를 할 때마다 스스로를 혼내고 자책한다. 실수를 많이 하는 날이면 그래서 자연스럽게 표정이 어두워 지나보다. 가끔 그런 기자를 보고 동료들이 툭툭 건들며 기분을 풀어준다. 그 때마다 기자는 또 되새긴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일이 끝나면 마감정리를 하고, 실장님과 잠깐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최근에 기자는 홀에서 인사를 가장 잘 한다는 칭찬을 받았다. 아무래도 여자다보니 기죽기 싫어서 크게 크게 인사하던 게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칭찬을 받고나니 더 힘이 났다. 그래도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이 있구나 싶었다.



출근 때부터 단체 손님들이 들이닥친 날. 비가 와서 그런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엄청 많은 저녁이었다. 정신은 홀에서 둥둥 떠다니는 채로 서빙하고, 주문받고, 치우고, 손님 받고, 물 나르고…. 체력은 물론이고 정신력도 정말 중요한 시간이었다. 홀 안이 꽉 차다 보니 손님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밀려들어오고 밀려나가고 했다. 한 팀 나가고 치우기도 전에 새로운 손님이 들어와 앉으면 “죄송합니다”란 말만 뇌까리며 치우고 세팅했다. 물통을 채울 시간도 없어 물은 손님이 직접 떠마시기도 했다.

사건은 그때 터졌다. 음식이 나와서 날라야 되는데 너무 바쁜 탓에 남자 동료 두 명이 다 없는 것이었다. 기자가 홀에 있다가 겨우 가서 라멘 두 개를 받았다. 순간 기자에겐 ‘멘붕(멘탈 붕괴)’이 왔다. 이게… 뭐였더라…. 기자는 그냥 감으로 두 음식을 두 테이블에 각각 내놓았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가 나간 두 테이블의 음식이 서로 바뀌었다. 실장님은 가뜩이나 바쁜데 잘못나간 음식에 주문까지 밀리다보니 엄청 화가 나셨다. 홀도 바빠 기자는 나와 있는 상황이라 오빠와 친구가 혼나고 있었다. 자책하고 자책하며 손님께 “죄송합니다”만 반복했다. 그래도 너그러운 두 테이블의 손님은 “괜찮아요~”라며 웃으며 넘어가주었다. 하지만 이어질 후폭풍이 무서웠다. 바쁠 땐 매출도 많이 오르다보니 실장님의 기분도 좋아진다. 하지만 기자의 실수에 주방 안 실장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있었다. 하루 종일 바쁜 와중에도 실장님의 눈치를 봐가며 손님을 맞아야 했다. 그 뒤로 실수는 다행히도 없었다.



마감시간이 지난 뒤에도 손님들이 몇몇 남아 퇴근시간이 늦어졌다. 저녁밥 먹을 힘도 나질 않았다. 말 그대로 종아리가 부푼 풍선처럼 터질 것만 같았다. 게다가 잘못한 게 있다 보니 밥을 먹겠다는 소리조차 쉽게 나오지 않았다. “너 그러다 쓰러진다”며 동료들이 밥을 시켜주었다. 우리는 팔고 남은 육수에 라멘이나 밥을 말아 먹는 것으로 식사를 대신한다. 이날은 밥을 먹는 내내 좌불안석이었다. ‘실수를 했는데 밥을 먹어도 괜찮을까?;;’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마구 흡입했다. 빨리 일어나 실수 만회차원에서 일을 하나라도 더 할 생각이었다. “잘 먹었습니다!” 인사와 함께 급히 일어나 빈 그릇을 치우고 나머지 마감정리에 들어갔다.

대충 눈치를 보니 실장님도 화는 좀 가라앉으신 모양이다. 그때, 실장님이 우리를 불렀다. 드디어 후폭풍이 몰아칠 시간. 긴장됐다. 자연스럽게 광대뼈가 올라가고 메마른 입술에 침을 묻히려고 입이 앙다물어졌다. 살짝 미소를 지으며 실장님의 잔소리(?)를 들었다. 그래도 실장님은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미소를 짓는 우리에게 “뭐야, 너네 왜 그렇게 웃어. 웃기냐?” 이러면서 ‘내가 졌다’는 듯 끝내 인상을 풀고 활짝 웃고 마셨다. 우린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를 반복했다. 실장님과 ‘화이팅’을 외치며 큰일 없이 후폭풍은 지나갔다.



실장님, 이모님, 어머님(이모님과 어머님은 주방에서 일을 하는 아주머니들이다.)께 인사드리고 퇴근. 나오는 길 같이 일을 한 알바생들끼리 격려차원에서 돌아가면서 한 번씩 음료수를 쏜다.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면서 집이 근처인 알바생 모두 걸어서 퇴근. 밤공기가 상쾌하다. 몸은 지쳤지만 서로 조곤조곤 얘기를 나누며 걷다보면 스트레스는 물론 피로도 싹 풀린다. 그래도 종아리는 터질 것만 같다. 내가 걷는 건지 땅이 움직이는 건지 모르겠다. 집에서 파스 좀 붙이고 자야겠다. 침대에 누우니 기다렸단 듯 눈꺼풀이 내려온다. 꿈도 꾸지 않고 깊은 잠에 빠진 고요한 밤이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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