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진단 연속인터뷰>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1

23번째 죽음… 쌍용차 대한문 농성장 무기한 단식 돌입
쌍용차 사태 해결 촉구 ‘국회 청문회’ 큰 진전 없어
동영상에 다 찍혔는데도 폭력 없었다고 거짓말
회계법인과 공모해 회계 조작, 의도적으로 부도 내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생태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공안정국’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교육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심상정 의원, 정세현·이종석·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동생 조용준 선생, 박원순 서울시장,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정지영 감독,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최종원?문성근?권해효 씨, 지율스님,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 강정구 동국대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박재동 화백, 문정인 연세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철폐연대 대표, 가수 안치환 씨, 김두관 경남도지사,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유시민 의원, 문재인 변호사,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 이호철 작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정연주 전 KBS 사장,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 ‘하얀 정글’의 송윤희 감독, 신율 명지대 교수, 강병화 고려대 교수, 정혜신 정신과전문의, 김명곤 전 문광부 장관,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조헌정 향린교회 목사,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방송인 김미화 씨, 정동익 사월혁명회 의장, 고은?김용택?안도현?신경림 시인, 녹색당 이현주 공동운영위원장, 윤여창 서울대 교수, ‘두 개의 문’의 김일란?홍지유 감독,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정창현 ‘민족21’ 대표,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 이광석 전농 의장 등 25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지난 10일부터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한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쌍용차 사태가 벌어진 이후 3년 동안 23명이 사망했는데도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고 정의를 찾아보기 어렵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최후의 수단인 단식을 선택했다. 이제 늘어나는 희생자 숫자가 아니라 낱낱이 파괴되는 개인들의 삶에 주목해야 한다. 아파하고 고통 받는 이 사회 모든 노동자의 목소리를 가슴열고 들어달라. 정부는 개인과 노동자의 존엄성을 보장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국회 청문회에서 대량해고가 애초에 불법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정부는 현 사태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김 지부장은 쌍용차 사태 관련 최근 국회 청문회에 대해선 “의혹만 제기되다가 끝나버린 청문회”라고 꼬집었다.

“아무것도 진전된 게 없다. 의혹만 제기되다가 끝나고 말았다. 기획부도, 기획파산, 또 상하이차의 인수, 철수과정의 문제, 이런 질문에 대해서, 지금 공동관리인으로 있는 사람은 청문회에 참석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했다. 아쉬움으로 남지 않으려면 국정조사 등 후속조치가 빠르게 전개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진상을 밝히는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희망이 없다며 지금도 골방에 갇혀있는 친구들과 동료들이 이 소식을 듣고 살 수 있는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쌍용차 사건은 한마디로 기획부도, 회계조작으로 인한 정리해고와 사회적 타살이다. 쌍용자동차의 자산 평가가 1조3000억원과 8000억원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이는 정리해고를 정당화하기 위한 조치다.”

김 지부장은 “억울한 죽음과 고립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쌍용차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는 불가피하다. 기획 파산과 회계 조작, 공권력의 부당한 진압과 폭력을 지금 당장 벗겨내지 못한다면 향후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에 대한 답은 불 보듯 뻔하다”며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후보가 공개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해야 한다. 쌍용차 국정조사에 대한 당신들의 의견이 어떤지 묻고 싶다”고 촉구했다.

쌍용차 사태는 2009년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약 76일간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사측의 구조조정 단행에 반발해 쌍용자동차의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을 비롯 64명의 노조원들이 구속됐고, 파업과 해고 후유증으로 쌍용차 해고자 가족 23명이 자살이나 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최근 청문회가 열렸지만, 상황은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음은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쌍용차 사태 사망자가 23명으로 늘었다. 
▲ 3년 동안 23명이 사망했는데도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최후의 수단인 단식을 선택했다. 이제 늘어나는 희생자 숫자가 아니라 낱낱이 파괴되는 개인들의 삶에 주목해야 한다. 아파하고 고통 받는 이 사회 모든 노동자의 목소리를 가슴열고 들어달라. 정부는 개인과 노동자의 존엄성을 보장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달부터 국회에서 열린 쌍용차 청문회가 끝났다. 어떻게 평가하나.
▲ 의혹만 제기되다가 끝나고 나오고 말았다. 한편으론 그동안 쌍용자동차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이었다고 여겨졌던 문제들이 공식화되고 객관화된 것에 대해선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아쉬움으로 남지 않으려면 국정조사 등 후속조치가 빠르게 전개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진상을 밝히는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희망이 없다며 지금도 골방에 갇혀있는 친구들과 동료들이 이 소식을 듣고 살 수 있는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 쌍용차 평택 공장 진압 사건에 대해선 어떤 얘기가 오고갔나.
▲ 청문회 자리에서 동영상도 틀고 사진도 보여줬다. 경찰이 벽돌을 들고 던지는 장면이 있었고, 특공대가 진압하던 장면도 있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찰이 많이 당했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는 식의 항변을 하는데 너무나 어이가 없었고 한편으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 쪽에서 테이저건과 고무총이 날아오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지….
노동자들이 지붕 위에서, 옥상 위에서 경찰들이 치고 들어오면 막을 방법이 없다. 방패가 있나 뭐가 있나. 완전 무장한 특공대가 내려와서 최루액을 분사하고 고무총을 쏘면 노동자들 입장에선 엄청 공포스럽다. 사실 고무총이라는 게 살상무기다.
그걸 갖다가 그대로 진압했다는데 자기들은 진압장비가 없었고 오로지 방패하고 곤봉밖에 없었다, 라고 거짓말을 하는데 분노를 금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동영상이 있는데도 궤변을 늘어놓더라.

- 당시 현장에서 부상자가 많이 나온 것으로 안다.
▲ 당시 경찰이 일부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해서 노사협의가 이뤄졌다.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우리 지도부조차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연행이 잇따랐다. 경찰로 인해 다친 동지들도 옥상에서 연행되었다. 일부 동지들은 병원을 가야함에도 가지 못했다. 경찰이 보는데 가면, 현행범으로 잡혀 들어갈 수 있는 위험이 있었던 것이다. 체포가 두려워 병원도 못 간 것이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경찰 1000여 명이 다쳤고 쌍용차 노동자들은 다치지도 않았다고 하는데, 정말 어이가 없었다.

- 정리해고가 있기 전 사측이 회계법인과 공모해 회계를 조작, 의도적으로 부도를 냈다는 얘기도 있다. 이른바 기획부도, 기획파산 여부가 청문회 쟁점이 되기도 했다.
▲ 당연히 그것은 기획이다. 중국 상하이 자동차가 무슨 목적으로 들어왔겠는가. 근본적 목적은 쌍용차를 인수해 쌍용차에 대한 기술을 가져가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었다. 그 과정에서 상하이 자동차는 쌍용차에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다. 상하이 자동차에서 신규 자금이 들어오고, 신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돈이 들어와야 이것을 투자라고 할 수 있는데,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랫돌 빼서 윗돌 메우고, 그러니까 자력갱생을 해라는 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끝내는 사측이 노동자를 쫓아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이명박 정부는 중국과의 대무역 관계 속에서 봤을 때 중국은 건드릴 수 있는 조건이 안 된다, 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순차적으로 봤을 때, 2646명의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하고 여기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탄압으로 일관하고, 그래서 폭도로 매도하고, 이런 식으로 매도해버리면서 중국 상하이 자동차는 자연스럽게 떠나갈 수 있도록 상황이 정리된 것이다. 노동자들은 짓밟아서, 무력으로 짓이겨서 끝내는 제압하는 과정으로 치달았다. 
이렇듯 쟁점이 되었던 기획부도, 기획파산, 또 상하이차의 인수, 철수 과정의 문제, 이런 질문에 대해서, 지금 공동관리인으로 있는 사람은 청문회에 참석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쌍용차가 구조조정의 근거로 삼은 생산성지수가 회사와 삼정KPMG에 의해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쌍용차가 2646명 정리해고 근거로 삼은 것은 2009년 3월 회계법인 삼정KPMG가 작성한 쌍용차 정상화 계획서다. 삼정KPMG는 미국경영컨설팅사인 하버리포트가 쌍용차의 생산성지수가 낮다고 평가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나 정작 하버리포트에는 쌍용차 생산성지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이 인용한 쌍용차 생산성지수는 쌍용차에서 제출한 자료에서 바탕한 것들이다. 결국 삼정KPMG가 쌍용차가 제출한 생산성지수를 근거로 2646명 구조조정안을 제시했고, 쌍용차는 다시 이를 근거로 정리해고를 한 셈이다.
삼정KPMG가 또 다른 구조조정의 근거로 삼았던 쌍용차의 경영 악화에 따른 유동성 위기 또한 조작됐다. 2008년 말 쌍용차의 의뢰를 받은 안진회계법인은 쌍용차의 자산 평가액을 전년도보다 5177억원 감액한다. 건물의 손상차손 누계액이 2007년 약 23억원에서 1년 사이 약 2000억원으로, 기계장치의 손상차손 누계액이 약 8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증가하는 식으로 2007년 총 70억원에 불과했던 손상차손 누계액이 5177억원으로 급증했다. 손상차손은 자산이 낡아가기 때문에 미래에 그것을 팔았을 때 현재보다 헐값을 받게 되는 손해액을 말한다. 이에 따라 2008년 9월 168%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561%로 증가했다.
그리고 2009년 당시 쌍용차는 상하이차로부터 받기로 한 1200억원 중 약 600억원의 기술료와 약 260억원의 미수금이 있었다. 중국에 2400억원 상당의 대출계약도 있었다. 기획파산이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정황들이다.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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