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일본식 라멘식당에서의 생생 알바 체험기-5회

올해 열아홉 살인 기자. 고등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학생은 더더욱 아니고, 직장인이라기엔 너무 나이 많아(?) 보이기도 하고…(하하;;). 어쨌든 이도저도 아닌 위치에서 참 많은 걸 경험하고 배우는 중이다. 취미생활도 즐기고, 배우고 싶었던 악기도 배워보고, 책을 읽는 시간도 많아지고 말이다. 최근엔 처음으로 색다른 경험에도 도전해봤다. 그건 바로 ‘알바’라고도 하는 아르바이트다. 친구의 소개로 들어간 일본식 라멘식당에서의 알바 체험기를 여러분에게 들려드린다.




손님들의 옷차림이 점점 두터워진다. 홀에 서 있다 보면 닭살이 돋기도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앞머리가 다 젖을 정도로 땀 흘리며 일했는데 말이다. 가을이다. 알바를 시작한지 어느덧 두 달이 넘었다. 벌써 두 번째 월급을 받았다. 이젠 모든 게 몸에 익었다. 출근길, 홀, 주방, 이모들, 실장님, 같이 일하는 친구들까지…모두 익숙하다. 허구한 날 하던 실수는 이젠 발견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이젠 손님, 동료들에게도 일 잘한다는 소릴 자주 듣는다.(하하)

두 달을 넘게 일하다보니 웬만한 손님의 얼굴은 쉽게 기억할 수 있다. 굳이 기억할 필요가 있나 싶겠지만 손님과 알바생 모두에게 아주 좋은 일이다. 손님은 손님 나름대로 자신을 알아봐주니 기분이 좋을 테고, 알바생들은 전에 왔던 손님이 다시 찾아주니 반갑다. 단골손님은 특히 더 신경 써서 음식이 나가고, 더 좋은 서비스를 하려고 노력한다.

항상 한 가지 메뉴만 고집하는 손님도 있다. 그 손님이 올 때면 알바생들은 “어, 단골손님 오셨네! 오늘도 나가사끼(해물라멘)겠지?”라고 입을 모은다. 쿠폰을 다 모아 라멘을 공짜로 먹고 가는 손님도 있다. 단골들만 아는 쿠폰제랄까? 모든 손님에게 쿠폰을 다 주는 건 아니고, 자주 오시는 손님들이 쿠폰을 원하면 주기 때문이다.



모든 게 익숙해졌지만 아직까지도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진상손님’. 기자가 아무리 능수능란하게 일을 해도 진상손님만은 어쩔 수 없다. 가게는 의자가 푹신한 소파 형태로 된 곳과 나무로 된 곳이 나뉘어있다. 이 때문에 나무의자에 앉는 손님들이 불평을 할 때가 많다. 그냥 안내해주는 곳은 싫다며 굳이 3인 이상의 자리를 원하는 손님들이 많아 알바생들의 제일 큰 스트레스다. 차라리 모두 나무의자로 바꿔버리는 게 낫겠다고 한탄할 정도다. 특히 젊은 손님들이 심하다.

한 번은 손님이 너무 많은 주말이었다. 이미 안 쪽 자리(편한 소파로 되어있다)는 손님으로 가득 찼고, 바깥 자리(일반 나무의자)만 남은 상태였다.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커플이 들어왔다. “손님, 안에 자리가 꽉 차셔서 바깥 쪽 자리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이 끝나자 마자 남자가 심하게 욕을 해댔다. 그리고는 여자의 손을 잡고 나가버렸다.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했다. 가뜩이나 손님도 많아 정신이 없는 상태였는데 그 손님 때문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나이도 젊은 사람들이 나무의자가 뭐가 그리 불편하다고 저러는 것인지. 오히려 나이가 지긋하신 손님들의 경우 안내하는 대로 아무 불평도 없이 따라 앉으시는데 젊은 사람들이 더하다.

나무의자라고 해서 그렇게 불편한 것도 아니다. 설사 소파에 비해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곳은 음식을 먹으러오는 식당이지 잠을 자는 데가 아니지 않은가. 나무의자에 앉나, 소파에 앉나 음식의 맛도 양도 똑같다. 서비스도 같단 말이다. 정말 요즘 젊은 손님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우리도 시급 받고 일하는 알바생들인데 어쩜 그렇게 밑도 끝도 없이 욕부터 내뱉곤 하는지…. 만약 그가 알바생이고 내가 손님의 입장이었다면 그는 기분이 좋았을까?



그래도 친절한 서비스에 화답을 해주는 손님들이 많아진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기자는 아무리 바빠도 손님 모두에게 최대한 친절하려고 애쓴다. 최대한 웃고, 최대한 귀를 열고, 한 사람 한 사람 대충 지나치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가끔 그런 노력을 알아봐주시는 손님들이 있다. 한 번은 늙은 부모님을 모시고 온 아저씨가 있었다. 오랜만의 외식인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참 훈훈해 보였다. 메뉴 이름이 워낙 어려워 선택하기 힘든 모양. 기자를 부른다. “아가씨~!!” 달려갔다. 메뉴를 하나하나 설명 드리면서 드시기에 괜찮을 것 같은 메뉴를 추천했다. 기자의 설명이 마음에 들었는지 추천하는 음식을 먹겠다고 했다. 식사를 하던 중에도 몇 번 반찬을 더 가져다 달라고 했다. 아주 흔한 일이지만 너무 미안해하고 고마워하셔서 기자도 최대한 정중하게 서비스를 하고 계산도 도와드렸다. 아저씨의 아버지로 보이는 분이 계산대 앞에 서서 기자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 반찬에 있는 고추가 참 맛나더라고, 허허. 이름이 정다은이구먼~ 얼굴도 예쁜 아가씨가 서빙도 친절하게 잘해줘서 너무 고마웠어~. 내가 일본 갔을 때 먹은 것보다 음식이 훨씬 맛있고 좋았어. 다음에 내 가족들 데리고 또 올게. 허허.”


#친구 가영이와 쉬는 날 가게에 손님으로 가서 라멘과 돈부리를 먹었다.



# 감기에 걸린 알바 친구들이 손님이 드문 틈을 타서 주방구석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다.


참 기분이 좋았다. 뭐 팁을 주거나 기자에게 물질적으로 득이 된 것은 없지만 맛있게 기분 좋게 드셨단 사실 하나만으로도 참으로 뿌듯하고 기뻤다.

평일에서 주말로 알바 시간이 바뀌었다. 같이 일하던 친구들도 바뀌게 된 셈이다. 두 친구에서 세 친구가 되었고 기자의 중학교 때 친구도 포함돼있다. 총 네 명. 주말은 12시간을 내내 서있어야 돼서 체력소모가 장난이 아니다. 그만큼 네 명의 호흡도 아주 중요하다. 두 명은 홀을 맡고, 나머지 두 명은 주방을 맡는다. 아무래도 야무진 건 여자가 낫고 힘은 남자가 더 세다 보니 남자 한명, 여자 한명이 짝을 이룬다. 일하다 보면 아주 호흡이 잘 맞아 떨어진다. 모두 동갑이라 그런지 코드도 맞고, 힘들 때마다 서로 격려를 해주면서 신나게 일을 한다. 일한다는 생각보다는 넷이서 협력운동을 하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가끔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그럴수록 더욱 정이 두터워진다.

아직 열아홉 살의 미성년인 친구들. 정말 말도 안 되게 개구쟁이인 친구, 바보 같은 친구, 기가 센 친구 등 제각각이지만 일을 할 때면 하나같이 친절하고 열심히 하는 멋진 알바생의 모습으로 변한다.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또래의 친구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더더욱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자 친구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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