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일본식 라멘식당에서의 생생 알바 체험기-7회



알바생으로서 손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어쩔 수 없이 ‘알바생’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그저 속으로 속으로만 삭히고 마는 알바생들을 대신해 기자가 이번에 한번 제대로 털어놓아볼까 한다. 굳이 우리 가게 알바생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국의 알바생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가장 먼저 얘기하고 싶은 건 우리는 알바생이기전에 사람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손님이 왕이라지만 알바생들을 지나가는 똥개마냥 취급하는 손님들이 종종 있다. 정말 누가 봐도 일손이 모자라고 바쁜 상황인데 버럭 소리를 지르며 “여기 몇 번 치워 달라 그랬는데!”라며 반말과 욕설을 섞으며 화를 내는 손님, 충격이었다. 울고 싶을 정도로 너무 바빴다. 좋은 말로 해도 충분히 해드릴 것을 무턱대고 화를 내는 것이다.



그래, 우선 우리가 잘못한 일이다. “죄송합니다. 너무 바쁜 탓에 저희가 정신이 없었습니다”라며 정중히 사과를 하고 치운다. 하지만 그 손님은 치우는 내내 뒤통수에 대고 화를 낸다. 울컥한다. 알바생들은 화를 못내는 게 아니다. 웃으며 양해를 구하고 했으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해줘야 하는 게 사람과 사람으로서의 예의 아닌가?

알바생들이 자기들이 마구 부려도 되는 하인이라도 되는 것 마냥 가게 내부의 손님들까지 놀라서 쳐다볼 정도로 소리를 질러댄다. 이를 꽉 깨물고 화를 삭이며 억지웃음으로 끝까지 상냥하게 대하려 노력한다. 나중엔 같이 온 일행이 민망해할 정도.

솔직히 이런데 와서 시급 받으며 일하는 알바생에게 큰소리치는 사람이 밖에서도 그러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잘못은 잘못이지만 우선 알바생이라는 위치를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다. 굳이 소리 지르지 않고 불러서 “우리가 몇 번이고 요청했는데 아직도 치워지지 않았다. 좀 더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라고 얘기해도 알바생들은 정중히 사과하고 받아드릴 것이다.



둘째, 아이들을 보면 부모가 보인다. 식당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건 익히 다들 들었을 것이다. 외국아이들은 가만히 아기의자나 자리에 앉아 엄마가 주지 않아도, 질질 흘리더라도 혼자 먹는다고 한다.

요즘은 우리나라도 상황이 많이 나아져서 가게에 준비된 아기의자에 앉아 얌전히 먹는 아이들이 많다. 치우는데 힘든 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 정도야 괜찮다. 하지만 가게에 있는 식기구는 아이들의 장난감이 아니다. 휴지를 채워 놓으면 있는 대로 전부 뽑아 물에 적셔 테이블에 늘어놓는다. 숟가락이란 숟가락은 전부 꺼내 집어던진다.

그런 모습을 보는 아이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잘 놀고 있다며 흐뭇한 모습이다. 타들어가는 알바생들의 속은 모르고…. 식당은 노는 곳이 아니고 식사를 하는 곳이다. 제발 아이들이 어느 정도는 자제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셋째, 이건 기자의 가게에서 특별히 문제가 많이 되는 것이다. 바로 자리. 이미 전에도 여러 번 얘기했듯이 우리 가게의 진상 손님은 대부분 자리 문제에서 비롯된다. 소파에서 먹나, 나무의자에서 먹나 음식의 양과 맛은 같다. 굳이 젊은 손님이 소파에 앉아야겠다며 화를 낼 때마다 그들보다 나이 어린 알바생들은 속으로 ‘쯧쯧’ 혀를 찬다.

임산부나 아이를 데리고 있거나 연세가 많으신 분들, 몸이 불편한 분들은 알바생들도 선의를 베풀어 둘이 와도 3인 이상 자리로 안내를 한다. 하지만 불편하지도 않은 의자는 싫고 소파를 원한다며 소리 지르는 손님. 마치 장난감 가게에서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는 것만 같다. 그런 손님에겐 두 손 두 발 다 들고 3인 좌석을 안내하고 만다. 그렇게 해서 원하는 자리에 앉으면 과연 기분이 좋을까…. 알바생들도 다 이유가 있어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제발 알바생들에게 그런 사소한 문제로 어린아이 마냥 떼쓰고 화내지 않았으면 한다.

마지막, 식당은 카페가 아니다. 손님이 없을 땐 상관없지만 바쁠 때가 항상 문제다. 식사를 다 마친 뒤에도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자리를 비워줘야 얼른 치우고 다음 손님을 받는데 요지부동이다.



특히 여자 손님들의 수다가 가장 크게 좌우한다. 다 먹은 빈 그릇을 앞에 놓고 길게는 두 시간 넘게 앉아 수다를 떨어댄다. 가끔 손님 받기 귀찮을 때 알바생들에게 이득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마감시간에 자리에 앉아 절대 움직이려 하지 않는 손님들은? 제발 가라고 따가운 시선을 보내도 절대 신경 쓰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남아 마감시간이 한참 지나고서야 간신히 일어나 나가는 손님도 더러 있다. 더 심한 경우는 밥을 먹고 그릇을 치워달란 뒤에 그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손님들이다. 매우 드문 경우지만 말이다. 우리 알바생들도 빨리 일을 끝내고 쉬고 싶다. 미리 사전에 마감은 밤 9시 50분이라 얘기해놓아도 10시가 지나서야 일어나려는 손님들. 우리도 ‘칼퇴’(칼같이 정확한 퇴근)하고 싶습니다!ㅠㅠ

이외에도 불만거리는 많다. 하지만 우선 대표적인 것 몇 개만 나열해봤다. 정말 친절한 손님은 서비스라도 내어가고 싶을 정도지만, 진상손님은 음식에 침을 뱉고 싶을 정도로(절대 그럴 일은 없다;) 싫다.

용돈이 부족해서 적은 시급 받고 땀 뻘뻘 흘리며, 발과 다리 퉁퉁 붓도록 뛰어다는 어린 알바생들을 정말 지나가는 똥개마냥 취급하는 손님들! 우린 당신들의 음식을 서빙하고, 주문을 받는 알바생을 떠나서 한 가정의 자식이고, 학교에선 공부하는 학생이고, 아직은 자라나는 청소년이고, 보호받아야 할 미성년자다.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해줬으면 한다. 알바생들도 그 이상의 서비스로 보답할 테니 말이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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