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일본식 라멘식당에서의 생생 알바 체험기-8회

올해 열아홉 살인 기자. 고등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학생은 더더욱 아니고, 직장인이라기엔 너무 나이 많아(?) 보이기도 하고…(하하;;). 어쨌든 이도저도 아닌 위치에서 참 많은 걸 경험하고 배우는 중이다. 취미생활도 즐기고, 배우고 싶었던 악기도 배워보고, 책을 읽는 시간도 많아지고 말이다. 최근엔 처음으로 색다른 경험에도 도전해봤다. 그건 바로 ‘알바’라고도 하는 아르바이트다. 친구의 소개로 들어간 일본식 라멘식당에서의 알바 체험기를 여러분에게 들려드린다.




토요일 아침 8시. 핸드폰 알람이 귀를 따갑게 때린다. 전날 친구들과 놀이공원에서 폐장시간까지 놀고 온 터라 몸이 천근만근이다. 오전 10시까지 출근하려면 이제 일어나야한다. 잠을 깨는 데는 세수가 최고. 억지로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한다.

아침은 생략. 오픈준비를 하면서 가게에서 먹기 때문이다. 주섬주섬 옷을 껴입는다. 알바 필수품목인 유니폼과 앞치마를 가방에 넣는다. 아차, ‘sever 정다은’ 명찰도 잊어선 안 된다.

출근길. 발걸음이 무겁다. 피로가 양어깨를 짓누른다. 걸어서 30여분 걸리는 거리, 걸을까 하다가 전철을 타기로 한다. 평일에 비해 전철은 한가하다. 단 한 정거장 만에 전철에서 내린다. 라멘가게가 있는 대형쇼핑몰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터벅터벅 올라간다. 푸드코트. 일부 식당들은 손님 맞을 채비에 바쁘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있다.

우리 가게에 도착한다. 출근시간 십분 전이다. 남자 알바생 둘은 이미 출근해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주방으로 들어간다. 아침에 들어온 음식재료들이 박스째 쌓여있다. 박스 나르기는 남자 알바생들의 몫. 고생 좀 하겠다. 먼저 출근해계신 주방이모님에게 인사드리고 옷을 갈아입는다. 머리는 조금 더 있다가 묶기로 한다. 감은 뒤 완전히 말리지 않은 채 출근해 아직 축축하기 때문이다.



항상 그렇듯 첫 업무에 들어간다. 홀 청소다. 빗자루로 바닥을 쓸기 시작한다. 십분 가량 허리도 펴지 못한 채 비질을 계속한다. 허리가 당겨온다. 으랏차차! 몸을 일으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한 뒤 테이블 세팅 작업에 들어간다. 테이블 위에 휴지 등 항상 있어야 할 것들을 갖춰놓는 작업이다.

완벽히 홀 세팅을 마친 뒤엔 주방으로 간다. 이번엔 주방 세팅이다. 주방 세팅은 숟가락과 젓가락 그리고 물컵 등을 닦고 정리해놓는 작업이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배이기 시작한다.

다 마친 뒤에야 아침식사 시간. 주방이모의 솜씨가 한껏 발휘된 맛있는 아침을 먹는다. 항상 이모들은 “오늘도 날아다니려면 많이들 먹어”라고 얘기하곤 하신다.

오픈. 머리를 질끈 묶는다. ‘오늘도 힘내자!’ 속으로 파이팅을 외친다. 잠시 뒤 첫 손님이 들어온다. “어서 오세요!!”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드문드문 들어오는 손님들. 토요일, 여행을 가는 손님들은 전부 커다란 가방을 둘러매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쇼핑을 하러나왔다가 들르는 손님들도 많다.

어느덧 가장 바쁜 점심시간이다. 밀려들어오는 손님들. 알바생들 말 한마디 없어지는 시간이다. 잇따라 알바생들을 불러대는 손님들, 스트레스는 쌓여가고…. 손과 발이 열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손님들이 편히 앉아 식사하는 모습이 마냥 부럽다.



점심 타임인 정오부터 오후 3시 넘어서까진 잠시도 가만히 있을 틈이 없을 정도다. 우리는 그 타임을 ‘고비’라고 부른다. 고비를 넘어서야 우리들의 꿀맛 같은 점심시간이 이어진다. 시간은 벌써 4시가 다돼간다. 주말에는 ‘브레이크(break 영업 휴식 시간) 표지판’을 가게 앞에 걸어놓고 식사를 한다. 손님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자칫 밥 먹을 시간도 내지 못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미 식사를 하던 손님이 계산을 원하면 먹는 도중에 일어나야 되는 수고 정도는 감수한다.
두 그릇을 짧은 시간 안에 뚝딱 해치운다. 식사를 하고 나간 손님들의 자리를 치운다. 밥 두 그릇은 얼마 안가 효용성을 잃어버린다. 계속해서 움직이다 보니 바로 바로 소화가 되는 것이다. 잽싸게 양치질을 한다. 머리도 한 번 더 매만진다. 손님을 맞는 일이니 단정한 외모는 필수다.

다시 홀과 주방 세팅을 한다. 브레이크 표지를 뗀다. 기다렸단 듯이 손님들이 몰려들어온다. 고비는 다시 시작된다. 오후엔 더 힘이 든다. 특히나 휴일엔 영화를 보러오거나 기차를 타려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 그 수는 몇배로 불어난다.

하루는 브레이크 표지를 떼기도 전에 손님이 들어오는 날도 있었다. 그런 손님들에겐 항상 “죄송합니다. 저희가 영업 준비 시간입니다. 잠시 뒤에 오픈합니다”라고 친절히 얘기한다. 그런데 아뿔싸, 이번엔 진상손님이다. “자리 좀 잡고 앉아있으면 안돼요?”라는 손님. 주방 오빠가 “저희가 주방에 물 갈고 있는 중이라 음식 주문하시려면 삼십분 정도 걸리세요”라고 얘기해본다. 하지만 무조건 자리를 잡고 있어야겠다며 우기고 들어오는 손님. 그런데 어라? 이 손님의 뒤를 따라 줄줄이 들어오는 다른 사람들. 무려 16명이나 되는 단체 손님이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자리를 안내해주면서도 찌푸려지는 미간. 잽싸게 주방으로 들어가 불똥이 튀듯 나가야 할 반찬들 세팅. 궁시렁 궁시렁, 단체손님이라면 치를 떠는 알바생들. 게다가 아이들만 8명, 기가 세 보이는 아주머니 8명…. 이날은 알바생들 사이에서 최악의 날로 정식 지정되었을 정도다. ‘지옥의 16명 단체손님’이라며 기념사진도 찍었다. 음식 주문과 동시에 아이들은 시끌시끌, 아주머니들은 왔다갔다…. 아이들 챙긴답시고 주방까지 함부로 들락날락하는 아주머니들, 화는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고. 아이들은 굳이 챙겨주지 않아도 앉아서 잘들 먹고 있는데 아주머니들이 더 난리다. “맥주잔 좀 줘요”, “병따개 좀 줘요”, “앞접시도 줘요”, “추가 좀 더 할게요”라며 알바생들의 혼을 완전히 빼놓았다.

그렇게 단체손님들은 지난여름에 왔던 태풍 ‘볼라벤’처럼 한바탕 무섭게 들이닥쳤다 사라져갔다. 그들이 떠난 자리는 참혹함 그 자체였다. 다행히 알바생들의 능숙한 협력으로 짧은 시간에 정리할 수 있었지만 이제 단체손님이라면 치가 떨린다.

휴일엔 마감시간이 상당히 늦어진다. 전에도 얘기했듯 마감시간이 지나도 나가지 않는 손님이 많기 때문이다. 항상 주말엔 녹초가 되어 마감 시간이 지나서까지 가지 않고 앉아있는 손님들, 알바생들 눈엔 그저 밉상일 뿐이다. 그래도 끝까지 ‘스마일(^_^)’로 계산을 마무리한다.



이제 마감! 평일은 오전, 오후 타임이 나뉘어져있어 오전엔 이모들이 오픈을 하고, 오후 타임 마감은 알바생들이 하지만 주말엔 알바생들이 오픈, 마감을 다해야 한다. 그래도 다들 끝났다는 생각 하나에 들떠서 콧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마무리를 한다. 역시나 주방 정리는 남자 친구들의 몫. 컵을 씻고, 장국기계를 씻고, 식기구를 씻고, 반찬통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다. 남자 친구들이 주방을 정리하는 동안 기자는 홀을 쓸고, 세팅종이와 컵과 메뉴판을 걷어 정리한다. 마무리로 숟가락과 젓가락, 냅킨을 테이블마다 부족함 없이 꽉꽉 채워주면 끝! 쓰레기를 버리러 간 남자 알바생을 대신해 뒤늦게 깨끗하게 씻은 젓가락, 숟가락들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이렇게 주말 알바생들의 일은 끝이 난다. 토요일 12시간, 일요일 12시간, 이틀간 총 24시간이 넘는 알바를 하고나면 몸은 천근만근이 된다. 종아리는 퉁퉁 붓고, 온몸에 힘은 하나도 없고, 무릎은 쑤시고…. 알바생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렇다. 손님은 왕이라고 생각하고 일하는 알바생들이지만 그들보다 손님들의 수가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엔 알바생 한명이 그만두는 바람에 더욱더 힘이 든다.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알바생들이지만 손님들에게 다른 대접을 바라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조금만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해줬으면 하는 마음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가운 바람이 땀에 젖었던 몸을 오싹하게 만든다. 겨울이다. 알바는 계속된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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