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영의 이런 얘기 저런 삶>



인기 여가수의 사진 한 장으로 온라인이 떠들썩하다. 참 곱고 노래도 잘하는 여가수, 나도 그녀를 참 좋게 보고 있었다. 그녀가 나이가 어리고, 또 그만큼이나 순수한 이미지가 있다는 점이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 중 일부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그녀의 대중적 이미지라는 것이 ‘국민여동생’ 그 자체였다. 영원히 순수한 요정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어린이(?)로 남을 거라고 믿었던 탓일까.

그녀가 SNS에 실수로 올렸다는 사진 한 장으로 사람들은 돌연 그녀를 지탄하고 나섰다. 잠옷차림으로 얼굴이 반쯤 나온 그녀의 사진 안에는, 동료 남자가수가 나란히 얼굴을 맞대고 있다.

언제나 연예계 소식엔 영 한걸음씩 늦는 본인은, 이미 이 사진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극성팬이 안티팬으로 돌아서고, ‘진실을 요구한다’는 커뮤니티 카페마저 개설되고 난 후에야 이 사진을 처음 보게 되었다. 무엇이 그렇게 분노할 만한 일일까.

물론, 본인이 의연하게 이 사진을 접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헐” 소리가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이 친구들 연애하는 구나, 충격적이었다. 인기에 타격 좀 받겠네, 싶었다. 아이돌 팬심이라는 것이 조금 극성스러운 구석이 있으니 누가 누구랑 사귄다더라 하는 열애설 정도로도 들고 일어나고 그러지 않던가. 게다가 여가수 쪽은 ‘국민 여동생’이었으니 아무래도 삼촌 팬들이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리라, 예상 못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반응이라는 것이 조금, 내 예상의 정도를 넘어서는 정도로 과하다고 해야 하나. 믿었던 가수에 대한 ‘배신감’, 자신을 기만한 것에 대한 ‘분노’, 그리고 뒤이어지는 ‘지탄’들. 기존에 왕왕 있어왔던 인기 아이돌의 ‘열애설’에 대한 팬들의 반응 양상보다 훨씬 과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다. 선배가수의 ‘병문안’이라는 해명이 있고 난 후에는, 이런 분위기는 더 심화되었다. 순진한 척, 이미지로 모두를 기만하고, 실은 행실이 이러이러 했다는 근거 없는 추측들이 마치 진실처럼 이야기되고, 그로 인해 실망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의 고조된 욕설들.

단지 한 장의 사진일 뿐이다. 딱히 외설적이라고 보기 힘든 한 장의 셀프 카메라. 여가수가 화장기 없는 얼굴에 잠옷차림을 한 채로, ‘병문안 온 선배’와 찍었을 뿐이라고 해명한 사진. 뭐 솔직히 그 말을 죄 믿는 건 아니지만, 뭐 또 좀 아니면 어떤가. 인기를 먹고 사는 아이돌인데,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연애 사실을 쉽사리 인정하기도 어려운 일일 테고. 그냥 친한 오빠 동생사이라는 말도 식상한 이 와중에 그거 뭐 대수라고, 싶기도 하다. 두 명이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사진을 올린 것도 아니거니와, 그 사진을 통해 추측 가능한 것도 기껏해야 둘이 연애 중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일 뿐인데. 둘 모두 어엿한 성인이고, 남녀 둘이 교제하는 것이 나쁜 일도 아니건만, 고작 셀프카메라 사진 한 장으로 행실이 어떠니저떠니 해대는 것은 조금 오버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내가 팬이 아니라 이렇게 쉽게 생각하는 것일까. 뭐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닌 게 아니라 이런 가십들은 아주 크게 화제인 것처럼 보여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없어지고 그러니까, 딱히 관심
없는 제 3자의 입장에서 매번 일일이 호들갑 떨기도 뭣하다. 관심이 없으니 사건의 중한 정도를 알 수가 없다고 해야 할까. 그러니 그냥 시끄럽든 말든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지, 곧 사그라지겠지, 하고 쉬이 넘겨버리게 되는 것이다. 하여, 아무리 놀라운 소식을 들어도, 큰일이라도 난 듯이 호들갑스러운 이 사람들의 무리에는 차마 끼지 못하고 멀리서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게 된다. 밖에서 무리를 바라보는 사람 특유의 무심함을 색안경처럼 쓰고 있어서일까, 그 호들갑들이 쓸데없어 보이는 거다.

어째서 화가 나는 걸까. 뭐가 그렇게 분노할 만한 일일까. 사람들을 이만큼 흥분하게 하는 그 사람들은,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 과연 그 잘못이란 것이 이정도로 지탄받을 일일까. 정말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 ‘잘못’을 저지른 것이 ‘사실’이긴 한 것일까.

연예인은 내 인생과는 아주 떨어져있는 사람들이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조차 의심하게 될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네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서만 접할 수 있는 그들의 삶은, 어쩌면 당장 내일부터 내 인생에 영원히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의 삶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멀리 멀리 동떨어져 있는 그 어떤 것이다. 주목받고, 화제가 되는 것이 그들의 직업이라면, 우리네 삶과는 별 관계도 없는 그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기가 쉬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은 참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특히 연예인들에 대해서는, 아주 거리낌이 없다. 연예인의 외모나 개인적인 일상을 비난하는 데는 조금의 죄의식도 필요하지 않다. 마치 ‘예쁘지 않은’, 혹은 ‘사생활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은’ 것이 크나 큰 죄이며, 그것을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듯.

사실 사전적인 의미로는 ‘공인’도 아닌 연예인들에게 ‘공인’이라는 이름표를 달아놓고 이러쿵저러쿵 깎아내리고 헐뜯는 것을 정당화 하는 것도, 남말하기 좋아하는 습성이 만들어 낸 문화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남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연예계 이야기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주변 사람들까지도. 누구는 어떠니저떠니, 과거에 무엇을 했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그 사람의 앞날에 대한 추측까지도 너무나 쉽게 입에 오르고 내린다.

완전히 홀로인 사람이 없다지만, 참으로 쉽게 남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것을 보면 단지 인간이 외로운 존재라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좋은 이유로 자신의 이야기가 인구에 회자되는 것이면 또 몰라, 그다지 좋지 않은 이야기가 내 뒤에 따라다닌다고 생각하면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더러워진다. 당연하다. 그렇지 아니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신경 쓰이는 일이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하는 말은 더더욱 신경 쓰인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마음대로 날 판단하고 그를 험담하고 다닌다면 굉장히 화가 난다. 지금보다 더 어릴 적에는 거짓말이나 과장으로 내 험담을 하고 다녔던 친구들과 크게 다투기도 했었다. 다들 그런 경험 하나쯤 있을 거다. 대체 어쩜 그렇게 쉽게 말하고 다니는지 그 치들을 향해 이도 갈아보고, 따져도 보고, 싸워도 보고.

하지만 ‘피해자’였던 우리는 그만큼이나 쉽게,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었던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렇다. 남 이야기는 그리도 쉽다. 그저 시간을 때우려고, 다른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서, 아주 가볍고 가벼운 이유로, 이유만큼이나 가볍게 입을 놀린다. 이런 행동이 당사자를 얼마나 상처 입힐지, 모두들 경험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당장 내가 아니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

어떻게 보면 참으로 역설적이다. 혼자 살지 못하는 존재로 태어나, 남이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얼마나 큰 무게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이라고 그리 쉬이 이야기한다는 것이. 그 가벼운 판단과, 가벼운 입놀림에 누군가가 그만큼 쉬이 다칠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우리는 혼자 살수 없다. 우리가 끊임없이 남들의 일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결코 혼자 살 수 없는, 남과의 관계에서 완전히 독립될 수 없는 존재다. 나는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나는 남들과의 관계 밖에서 완전할 수 없다. ‘남’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서 기인한 만큼, ‘남’을 쉽게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위험한 일이다. 남이 없으면 나도 없다. 우리는 대체 누구를 겨누고 있는가. 남인가. 아니면, ‘나’인가.



psy5432@nate.com <박신영님은 경희대 학생입니다. `위클리서울` 대학생 기자로 멋진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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