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진단 연속인터뷰> 유명자 재능교육 노조위원장-1

1800일 훌쩍 넘긴 투쟁기간, 대표적 장기투쟁사업장으로
교육기업이란 곳이 상상 초월하는 흉악한 일들 일삼아와
학습지교사, 현행법상 노동자 아닌 자로 돼 마음대로 부려먹어
자본가에겐 꿈의 직종 특수고용직, 민주노조 연대의 힘으로 버텨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생태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공안정국’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교육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심상정 의원, 정세현·이종석·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동생 조용준 선생, 박원순 서울시장,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최종원·문성근·권해효 씨, 지율스님,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 강정구 동국대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박재동 화백, 문정인 연세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철폐연대 대표, 가수 안치환 씨, 김두관 경남도지사,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유시민 의원, 문재인 변호사,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 이호철 작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정연주 전 KBS 사장,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 ‘하얀 정글’의 송윤희 감독, 신율 명지대 교수, 강병화 고려대 교수, 정혜신 정신과전문의, 김명곤 전 문광부 장관,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조헌정 향린교회 목사,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방송인 김미화 씨, 정동익 사월혁명회 의장, 고은·김용택·안도현·신경림 시인, 녹색당 이현주 공동운영위원장, 윤여창 서울대 교수, ‘두 개의 문’의 김일란·홍지유 감독,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정창현 ‘민족21’ 대표,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 이광석 전농 의장, 김정우 쌍용차지부장,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 한홍구 교수, 정지역 감독 등 26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대표적 장기투쟁 사업장인 재능교육 유명자 노조위원장(학습지노조 재능교육 지부장)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재능교육 노조는 1999년 노동부로부터 노동조합설립필증을 교부받았으며, 노사는 2007년까지 임단협 갱신체결로 노사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07년 12월 21일, 노조가 개악된 ‘수수료제도 전면 재개정’을 위한 재교섭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노조는 임단협 원상회복을 통한 노조인정과 해직 조합원 전원복귀 등을 회사 측에 요구하며 투쟁을 전개해왔다.

5년 가까이 계속돼온 투쟁과 지난 9월 2년 만에 재개된 대화와 교섭으로 해결의 물꼬를 트는 듯 보였으나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최종교섭안에서 노사의 간극만 확인한 채 물러서야만 했다. 사측은 ‘최종’이란 말을 붙여 더 이상의 교섭은 없다고 못 박았고, 노조는 교섭안이 사측의 일방적 입장만 강요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섭이 결렬됐지만 조합원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투쟁이 1800일 넘게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다.

“너무 식상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원칙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단순히 투쟁하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진영 전체가 그러해야 한다.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어렵더라도 해야만 하는 것을 일관되게 그리고 끈질기게 추구하는 것이 바탕이 돼야 한다.”

유명자 위원장은 “연대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사자보다 더한 열의로 함께해 준 조합원들에게 결코 부끄럽지 않은 결과를 도출해 낼 것”이라며 “특수고용노동자도 얼마든지 단체협약을 쟁취할 수 있고, 유예기간 없이 해고자 전원이 원직복직 할 수 있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투쟁의 목표에 대해서는 “당연히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노조탄압 분쇄를 통해 현안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지난 공동투쟁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결국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 따라야 하고 이는 개별자본과의 관계를 넘어 정치권력의 문제를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유 위원장은 “사실 대통령이 어떤 분이 되든 상황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노동자들은 공동투쟁을 통해 정치적으로 많은 각성을 했다”며 “공동투쟁을 경험하기 이전보다 보수야당은 물론 이른바 진보정당의 본질에 대해서도 더 명확하게 알게 되면서 진정으로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갈망과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다음은 유명자 재능교육 노조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투쟁 1800일이 훌쩍 지났다. 대표적인 장기투쟁 사업장으로 손꼽히는데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나.
▲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2007년 단체교섭을 통해 재능교육 학습지교사들의 임금이 대폭 삭감되는 안이 포함된 단체협약이 체결되면서 투쟁이 시작됐었다. 당시 집행부는 회사의 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어 협약을 체결했다.
민주노조라면 절대 수용하지 말았어야 할 내용이었는데, 이렇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서 노조에게 불리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후 회사는 노조 죽이기에 매진했고, 변경된 안에 동의하지 않는 현장 교사에 대한 재계약불가 협박, 수수료(임금)제도 재개악, 휴가비?어린이날 선물 폐지, 각종 제도개악에 의한 노동조건 저하 등을 일삼으며 현장을 초토화시켰다.
이에 맞서 저항을 하기 위해 조직된 노조와 새롭게 당선된 노조 간부들에 대해 단체협약 일방파기, 전임자 해고, 수십 건의 민·형사 소송제기, 재산압류?경매처분, 용역깡패들의 성추행과 폭행, 농성장 폭력철거, 조합원 전원해고 등 전방위적 탄압을 자행해왔다.
그야말로 노동탄압백화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재산 가압류가 아니라 압류에 이은 경매처분까지 이어지는 등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일들이 줄줄이 일어났다. 드라마에서나 봤던 빨간 압류딱지가 실제 조합원의 살림살이, 노동조합 사무용품에 붙여지고, 노동조합 방송차량과 조합원 차량이 눈앞에서 압류돼 끌려갔다.

- 지난 9월 회사에서 제시한 안이 있었다. 내용이 무엇이며 이를 거부한 이유는 무엇인가.
▲ 회사는 용역깡패를 투입한 2010년 3월 이후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고 무자비한 탄압으로 대응해왔다. 교육기업이라고 하는 곳에서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흉악한 일들을 일삼아 왔다. 그래서 교육?여성?인권?종교?법률단체와 학생들이 모여 ‘재능교육 OUT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하게 됐고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회사를 압박한 결과 지난해부터 재능교육 대표이사와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몇 차례의 만남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했다.
우여곡절 끝에 9월 사측이 제시한 최종교섭안의 내용은 해고된 11명과 위탁사업계약 체결 및 계약해지 이전 소속지국으로 배치, 위탁사업계약 체결 즉시 단체교섭 시작,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및 처벌불원 탄원서 제출, 생활안정지원금과 노사협력 기금 1억5000만원 지급 등이다.
그러나 이는 사측이 외부에 사태를 포장하기 위한 기만이었다. 또한 해직자는 11명이 아니라 12명이며, 해직돼 투쟁을 이어가다 올해 초 사망한 고 이지현 조합원의 명예회복과 복직, 사망보험금 지급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전원 복직이 아니다. 사측이 제시한 최종안은 단지 말장난에 불과한 과대?허위 광고이며, 노조가 지금껏 투쟁하며 요구했던 단 한 번도 바뀐 적 없는 ‘단체협약 원상회복, 해고자 전원복직’ 요구를 기만적으로 변질시킨 우롱이었다. 

- 현재 재능교육에선 단체협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측이 단체협약 불가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바로 학습지교사들이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은 자본가들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직종이다. 실상은 노동자이지만 현행법상 노동자가 아닌 자로 돼있기 때문에 자본가들은 어떠한 의무도 부담도 지지 않은 채 맘대로 부려먹을 수 있다. 필요가 없어지면 언제라도 계약해지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정리해고 문제로부터도 자유롭다. 최저임금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지난해 1월부터는 강종숙 학습지노조 위원장의 급여가 100% 압류되고 있다. 왜냐하면 학습지교사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급여의 50% 또는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만 압류가 가능하다는 제한으로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이 거품 물고 ‘무노동 무임금’을 넘어 ‘유노동 무임금’을 지금 이 순간에도 버젓이 아무 일 없이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환상적인 특수고용직을 자본가들이 포기하겠는가. 몇 년 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앞으로 이러한 추세에 가속도를 붙이려 할 텐데 특수고용직인 학습지교사들로 이루어진 학습지노조와 단체협약을 맺게 될 경우 그 파장을 우려하는 것이다. 일례로 이명박 정권 초기에 레미콘과 덤프트럭 운전을 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이유로 그들이 가입돼 있는 건설노조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했고, 지금까지 노동조합 설립신고사항 변경신고증을 교부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도 못하겠다는, 그래서 어떠한 의무도 지지 않고 무한착취를 하겠다는 선전포고인 것이다.

<기사 이어집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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