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일본식 라멘식당에서의 생생 알바 체험기-첫 알바를 마치며

올해 열아홉 살인 기자. 고등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학생은 더더욱 아니고, 직장인이라기엔 너무 나이 많아(?) 보이기도 하고…(하하;;). 어쨌든 이도저도 아닌 위치에서 참 많은 걸 경험하고 배우는 중이다. 취미생활도 즐기고, 배우고 싶었던 악기도 배워보고, 책을 읽는 시간도 많아지고 말이다. 최근엔 처음으로 색다른 경험에도 도전해봤다. 그건 바로 ‘알바’라고도 하는 아르바이트다. 친구의 소개로 들어간 일본식 라멘식당에서의 알바 체험기를 여러분에게 들려드린다






평소와 다름없다. 다만 첫 출근 때와 달리 겹겹이 옷을 껴입고 두터운 패딩점퍼까지 걸친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빙빙 돌아갈 필요가 없다. 땀을 흘릴 필요도 없다. 집을 나서니 허연 김이 입술을 비집고 나온다. 몇 달 전, 그러니까 알바를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더워서 고생이었는데, 이젠 추워서 고생이다. 큰 길로 나오니 쌩쌩 지나가는 차들이 만들어내는 찬바람이 따귀를 후려친다. 얼얼하다. 마치 ‘알바가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라고 야단치는 것 같다. 아차, 이렇게 늦장부리다간 지각이다. 1∼2분 정도는 자주 지각하는 기자지만 오늘은 절대 금물이다.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가게에 도착하니 다른 알바생 친구들이 이미 도착해있다. 기자를 대신해 알바를 하게 될 언니도 왔다. 기자는 하루 전부터 이 언니에게 가게에서 해야 될 일을 빠르게 알려주고 있다. 다행히도 전에 서빙알바를 해봤던 언니라 금방금방 익혔다. 이틀 만에 어려운 메뉴와 테이블번호 등등을 모두 외울 수 있을까 염려가 많았다. 하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어리바리한 기자와 달리 일하는 게 빠릿빠릿하다.

유니폼을 갈아입기 전, 출근하는 길에 사온 초콜릿 맛 파이와 감귤 맛 주스를 나눠준다. 마지막이다 보니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알바하다 중간 잠시 쉬는 시간에 나눠먹는 간식은 정말 꿀맛이다. 실장님, 주방에 근무하시는 분들, 알바생들 전부 맛있게 나눠먹고 알바를 시작했다.



언니가 아직 배우지 못한 부분을 좀 더 타이트하게 가르쳐주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마음도 조급하고 이것저것 코치해줄 게 많았다. 주말알바는 바쁜데다가 정신이 없어 능숙하게 일 잘하는 알바생도 실수를 많이 한다. 게다가 12월, 연말이다. 손님이 몇 배로 불어날 것이다. 아무리 착착 잘해내는 언니라지만 걱정이 된다. 잔소리가 늘어난다. 유난히 손님도 많다. 언니도 슬슬 힘들어하는 것 같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분위기가 무겁다.

기자가 누군가? 알바의 꽃(?)이자 분위기메이커 아닌가! 알바생들에게 파이팅하자며 장난을 건다. 다들 힘을 내기 시작한다. 전쟁 같은 점심시간이 지나자 손님이 줄어들었다. 이제 행복한 ‘영업 준비 시간(BREAK TIME)’, 다시 말해 직원들만의 식사시간이다. 오늘의 메뉴는 실장님의 특식, ‘카레 돈까스’다. 마지막이라 가게의 일본식 라멘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돈까스 역시 그에 못지않게 맛있으니 만족한다. 라멘은 실장님의 특별배려로 저녁에 먹을 수 있었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언니와 손을 잡고 양치질을 하러갔다.(^^) 양치질을 하는 중에도 언니에게 알바를 하면서 알면 좋을만한 팁을 몇 개 알려주었다. ‘실장님과 주방 일하시는 분들께 잘해야 한다. 나쁘게 보여서 좋을 것 하나 없다’, ‘알바친구들 모두 착한 아이들이니 빨리 친해지면 일하는 게 더 즐거워질 것이다’, ‘손님에게는 첫째도 친절, 둘째도 친절이다’ 등등 어린 선배의 진정어린 충고가 이어졌다.(하하;)



영업 준비 시간이 끝나고 다시 문을 열었다. 다행히 오전과 다르게 손님이 몰리진 않았다. 언니도 제법 훌륭히 일을 소화했다. 덕분에 기자는 좀 쉬엄쉬엄 일을 할 수 있었다. 밤 10시를 넘긴 시간 별 탈 없이 하루 영업이 끝났다.

이제 마감만하면 모든 게 끝이다. 서로서로 협력을 해서 여자들은 홀을 정리하고, 남자들은 주방을 맡았다. ‘깨끗하고 빠르게!’ 이것이 마감 때의 슬로건이다. 마감을 빨리하면 빨리 할수록 퇴근시간이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오늘은 손님도 우리를 도와 일찍이 빠졌다. 마감을 하다 문득 텅 빈 가게를 보니 시원섭섭한 기분이 몰려왔다. 워낙 정이 많은 기자. 정든 가게, 실장님, 알바친구들, 주방분들을 떠난다는 게 아쉽기만 했다.

마감을 마치고 다같이 가게를 나섰다. 찬 밤바람이 분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뭐든지 첫 만남도 어렵지만 헤어지기는 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역시나 첫 만남과 다름없이 실장님은 내일이라도 다시 또 만날 것처럼 쿨하게 인사를 건네셨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이 없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오히려 기자는 꼭 다시 만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더 좋았다.



집에 돌아오니 실장님의 애교 넘치는 문자메시지가 전화기를 타고 울려 퍼진다. “수고 많았고, 착한 마음씨 덕분에 모두들 좋아했던 거 알지”라며 “다음에 ‘땜빵(대타로 일을 해주는 것)’ 부를 때 와~ 맛난 거 해줄게ㅎㅎ”라고 했다. 역시 실장님이다.(^^) 앞에서는 리더로서 항상 쿨한 모습이지만 뒤에서는 항상 따뜻하게 우리를 챙겨주신다.

기자의 첫 아르바이트는 여기서 끝이 났다. 하지만 기자의 이야기가 끝이 난 건 아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남아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이제 성인이 되려면 채 며칠이 남지 않았다. 성인이 되면 더 폭넓고 많은 자리의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고, 그만큼 더 많은 것을 경험도 할 수 있으리라. ‘청소년 기자’에서 ‘청소년’이란 타이틀을 완전히 떼어내는 것은 물론이다. 기자가 쓰는 기사도 그만큼 더 성숙해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 모두들 즐거운 연말 보내시길!!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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