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삼성 공장 노동자들, 각종 위험속 고통 당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도 삼성을 향한 노동자 처우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 삼성 공장과 삼성 하청공장 노동자들이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신음하며 작업장에서는 화학물질, 가스 누출, 농약, 벤젠 중독 등 각종 위험 속에서 고통 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처럼 노조파괴 공작도 어김없이 보고됐다.

11일 오후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중국 노동운동단체 활동가들이 ‘글로벌 슈퍼갑 삼성’의 살인적인 착취를 한국에 와 고발했다. ‘해외한국기업감시’와 ‘아시아다국적기업감시네트워크’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아시아 활동가들은 자국 내 삼성 공장 또는 하청기업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운동 탄압의 사례를 밝히고 이에 대한 삼성의 책임을 물었다.

5개국 내 삼성공장과 하청기업 노동자들은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노동계약, 살인적인 노동 강도, 인체에 위해한 작업장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조합 등 자신을 대표할 조직이 없거나 노동조합이 있을 경우에는 사측의 탄압에 시련을 겪고 있다.

삼성 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은 태국에 이어 삼성 아시아공장이 2번째 들어선 인도네시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현지 사례를 전한 아부 무팍히르(Abu Mufakhir) 인도네시아 스다네노동정보센터(LIPS) 활동가에 따르면, 삼성은 1992년 인도네시아 서부자바 주 베카시 시에 위치한 자바베타 공업지대에 공장을 설립했으며 이듬해는 동부자바 주 수라바야에 냉장고 공장을 서립했다. 두 공장은 인도네시아 법에 따라 PT. 마스피온사와 50대 50 합작 회사로 세워졌지만 5년 후 양사는 두 공장을 100% 지분으로 나눠 소유한다.

인도네시아 삼성전자(SEIN) 노동자들은 모두 2800명으로, 800명은 외부 파견 노동자, 다른 800명은 계약직 노동자로 57.1%가 비정규직이자 전체 노동자 중 80%는 여성이며, 파견직과 계약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에 비해 다양한 차별을 받고 있다.

파견직과 계약직 노동자들은 작업복도 다르며, 정규직에 비해 저임금, 개근 보너스, 후생 혜택, 식사, 교통수단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받고 있다. 게다가 삼성의 파견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삼성 측 또는 파견업체와 노동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




또한 학생 신분으로 고용된 견습생들은 17세에서 19세로 사실상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업무를 한다. 하루 8시간 근무에 종종 초과근무를 강요받지만 견습생 임금은 월 30달러(약 3만1640원) 뿐이다.

삼성은 생산목표 시스템을 도입하고 목표를 매년 상향조정하고 있다. 생산성을 측정할 수 있는 특수기계도 사용된다. 지난해 블루레이 생산의 경우, 로봇 하나와 노동자 12명으로 구성된 생산조 하나 당 포장과정을 포함해 8시간 교대근무 시간 동안 4000개를 생산해야 했다. 이는 한 세트 조립에 할당된 시간이 7.5 초뿐임을 의미한다.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도 자행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삼성전자의 파견노동자 및 계약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 노동조합을 결성, 금속노동자연맹에 가입했지만 노조 간부 및 노조원들은 노조 결성 직후 해고, 심각한 위협을 받고 노조를 해산하고 만다.

이외 삼성 인도네시아 공급업체는 최소 80개소로, 이 가운데 확인 가능한 사례 28개 중 22개는 전자 생산 전담업체(EMS)이며 나머지 6개는 비-EMS 업체다. 공급업체의 75%는 모두 치카랑 공업단지에 있는 한국 기업이어서 삼성은 인도네시아 업체가 아닌 현지에 동반 진출한 한국기업에서 부품을 주로 공급받고 있다.

아부 무팍히르 활동가는 28개 삼성 공급업체 중 17개에는 인도네시아 금속노동자조합연합(FSPMI)에 소속된 지부 등 노동조합이 결성돼 있지만 삼성 공급업체들은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례로 찌까랑에 위한 5개 노조는 파견제 폐지를 요구하며 공장 점거 시위를 벌였지만 삼성 공급업체들은 지역 폭력배를 고용해 노조 간부 및 노조원들을 위협, 협박하고 폭력을 가하고 있으며, 주변 지역사회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통제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삼성 공급업체에 서립된 금속노동자조합연합 소속 8개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 거의 모두는 위협, 전환배치, 해고 등 노조 파괴를 위한 공격을 받았다. 아부 무팍히르 활동가는 이러한 노조 파괴 공작의 배후에 삼성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본다. 주문 삭감 또는 심지어 주문 계약 해지 위협과 함께 공급업체로 하여금 노조를 탄압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의 압력이 모든 공급업체에 동일한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그는 전한다. 이는 해당 공급업체의 삼성에 대한 주문 의존도와 노조의 힘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금속노동자조합연합 소속 노동자 1만여 명은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에 항의, 삼성 공장 점거 시위에 나서는 한편 이후 12월 초에는 한국대사관 앞에서 인도네시아 국내법을 위반한 한국기업 처벌을 요구하며 항의행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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