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의료 이어 교육계까지 “안녕들 못하십니다”
철도, 의료 이어 교육계까지 “안녕들 못하십니다”
  • 승인 2013.12.1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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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태풍’ 쓰나미



철도노조에 이어 의료계까지 ‘민영화’ 논란에 휩싸였다. 연말 연시를 앞두고 곳곳에서 불안한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가운데 다른 분야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며 민영화가 최대 이슈로 등장했다. 각 분야를 휩쓸고 있는 ‘민영화 논란’을 살펴봤다.





의료 민영화 논란에 불이 붙었다.

지난 15일 전국 2만여명의 의사들은 “의료악법,의약분업 철폐와 영리병원,원격의료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이 추운 겨울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단순히 원격의료와 영리병원을 막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다”며 “잘못된 의료제도와 이를 만들어낸 관치의료를 타파하고 올바른 의료제도를 우리 의사들의 손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노 회장은 대회사 중 미리 준비한 칼로 자해해 목 부위 등에 상처를 입어 의무실에서 치료를 받고 다시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의료계는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통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약사들이 법인을 만들어 대형약국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정부 정책이 의료민영화 ‘준비 단계’가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미 많이 말아먹은건가”

네티즌들도 의료 민영화 논란에 가세했다.

네티즌들은 “의료민영화, 철도민영화, 안녕들하십니까. 월요일부터 마음이 무겁다” “다 팔아먹어야할 만큼 많이 말아먹은건가”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의료 민영화 반대 서명에 참여한 누리꾼은 이미 3만명을 넘어 시시각각 들어나고 있다. 애초 제시한 목표인원 1만명을 훌쩍 뛰어넘은지 오래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발표한 보건의료서비스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노조는 먼저 의료기관의 자법인 설립 허용은 “주식회사 영리병원 허용의 전단계로서 사실상 주식회사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통로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부대사업의 범위를 연구개발, 의료관광, 의료연관사업으로 대폭 확대할 경우 “부대사업이 무제한으로 늘어나고, 돈벌이 영리행위가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연관사업은 피부관리, 미용, 건강증진, 목욕?온천, 헬쓰, 의료기기 판매, 외국인환자 유치를 위한 의료상품 판매 등 건강?보건?의료와 관련된 각종 사업을 모두 포괄할 수 있어 의료기관들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투자하기보다는 환자를 대상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각종 부대사업에 투자를 집중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노조는 의료법인간 합병을 허용한 것도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의료기관간에도 기업사냥, 먹튀와 같은 인수합병전쟁이 벌어질 것이고 의료기관 수직계열화, 규모키우기 경쟁,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며 “특히, 재벌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인수합병을 통해 전국 주요도시에 거점병원들을 계열화시키고 의료시장을 독식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또 의료광고가 허용되면 “과잉의료를 부추기게 될 것이고, 특정의료기관 환자쏠림현상을 더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곧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이렇듯,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보건의료서비스산업 육성정책은 우리나라 의료를 영리화?상업화로 내모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철도민영화에 이어 발표된 의료영리화정책에 대해 결사 반대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MB, 대운하 대신 4대강”

철도노조와 정부의 관계도 이미 쑥대밭이 됐다.
“수서 발 KTX 자회사는 민영화 수순”이라는 노조 입장과 “민간 참여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하겠다”는 정부 입장은 평행선을 유지하며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코레일은 민간 회사의 참여 가능성을 완벽히 차단해 더는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지만 노조는 이를 믿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4대강 사업이 절대 대운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했던 국토부가 결국은 대운하를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지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철도 민영화’ 논란은 지난 2011년 말 새로 만드는 수서발 KTX 사업 노선을 누가 운영할지 논의하면서 본격화됐다. 2016년 개통하는 수서발 KTX는 서울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 노선이다.

이 노선을 서울의 지하철 9호선처럼 민영화해 경쟁 체제로 가자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코레일 노사와 시민단체들은 강력히 반대했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동의 없는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토부는 대신 코레일 자회사를 설립해 한 지붕 안에서라도 경쟁을 시키는 방안을 내놨다. 지난 6월 국토부가 내놓은 ‘철도산업 발전 방안’의 ‘지주회사제’ 운영 방안이 그것이다.

이에 따른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은 결국 지난 10일 코레일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이사회 의결 이후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이사회 개최 중단 등을 요구하며 지난 9일 총파업에 돌입한 철도노조의 반발은 시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노조는 정부와 코레일의 핵심 주장은 지분 일부 조정, 민간매각 금지 정관 명시 등으로 민영화가 아니라는 것인데 이는 그동안 국토부가 추진한 철도민영화 정책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에서 그동안 누차 민영화 안 한다고 발표했는데도 민영화하지 말라고 파업하는 것은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국민 경제에 피해 주는 전혀 명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조와 뜻을 같이하는 시민단체들은 이와 관련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는 안한다고 하면서 4대강 사업을 하더니 결국 전국을 황폐화시켰다”며 “박 대통령도 같은 방법을 하는 것 같다”고 반발하고 있다.

빛바랜 ‘메리 크리스마스’

교육 분야의 투자활성화 대책 역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교육분야 투자활성화 대책이 교육을 돈벌이 상품으로 전락시켰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제주국제영어도시에 들어선 국제학교들이 남긴 결산상 잉여금의 배당을 허용한 것이다.

당초 잉여금 배당을 불허했던 것은 영리법인의 지나친 이익추구를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부는 이 때문에 해외직접투자(FDI)를 동반한 외국학교를 유치하지 못한다며 잉여금 배당을 허용했다.

또 이들 학교가 방학 중 어학캠프 등 교육상품으로 이윤을 낼 수 있도록 추가로 규제를 풀었다.

이같은 규제완화로 수익 창출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국내 대기업의 국제학교 설립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의 자본이 교육시장에 진출한 경우 값비싼 교육상품이 만들어지는 등 교육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어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이와 관련 “지난 8월 불법 어학캠프를 단속하더니 불과 3개월만에 이를 뒤집었다”며 “정부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이 세운 자사고처럼 기업들이 ‘값비싼 교육상품’을 만들어 팔 수 있는 물꼬를 터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네티즌들도 “교육의 양극화가 진행되면 사회계층간 양극화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며 ‘교육 민영화’를 우려하고 있다. 가스나 전기 등의 민영화도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초겨울을 앞두고 몰려온 ‘민영화’ 먹구름이 서민들의 근심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이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는 다른 사람의 얘기일 수 밖에 없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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