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원 노동자들, 총파업 예고

송전탑 등에서 배전작업을 하는 비정규직 전기원 노동자들이 5월 말 파업투쟁을 선포했다. 원청인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비용절감을 이유로 전기원 의무고용인원을 지속적으로 축소해 왔기 때문이다. 전기원 노동자들은 지난 10년간 인력 40%가 감축된 현장에서 중노동과 안전사고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건설노동조합과 전기원 노동자들은 8일 한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은 시민 안전과 노동자 생존권을 위협하는 의무고용인원 축소를 중단하고 전기 안전과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파업투쟁을 선포했다.

한전은 지난 2001년 15명이었던 전기 배전현장 의무고용인원을 10년간 10명으로 축소했다. 오는 6월에는 내년도 적용될 의무고용인원 기준을 확정할 방침이다. 노조 측에서는 한전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또 다시 의무고용인원을 축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한전은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따라 ‘부채과다 중점관리 기관’으로 선정된 상황. 이 때문에 배전현장 의무고용인원 축소로 부채 절감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노조는 “15명이 할 일을 10명이 하게 될 경우, 중노동으로 노동자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전기 시설이 부서지고 넘어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결국 희생되는 것은 시민들이며 노동자들”이라고 비판했다.




72년도부터 40년 넘게 전기원 노동자로 살고 있는 김인호 건설노조 경기도전기원지부장은 “전기원 노동자가 2만 2000 볼트의 고압선을 만져야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며 “이제는 15명이 해야 할 일을 10명이 위험을 감수하며 일해야 한다. 동료들이 감전돼 쓰러지는 것을 보며 가슴이 아프다. 한전은 전기원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인원을 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특히 현장에 가면 노동자 혼자 2만 2000 볼트 고압선을 만진다. 밑에서 안전관리자가 감독을 해야 하지만 이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전은 전기원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철저한 현장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원희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은 “우리는 정규직이 뭔지 모른다.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아왔다. 그럼에도 한전은 자신들의 부채를 마치 노동자들 때문인 것처럼 떠들어댄다”며 “심지어 전기원 노동자들은 십 수 년 간 한전에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요구해 왔지만 아직까지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기원 노동자들은 한전과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소속 2년제 계약직 노동자들이다. 한전은 2년마다 배전공사 협력업체 선정 기준을 마련한다. 이에 의거해 하청업체 추정 도급금액별 의무고용 인원수를 발표하고 있다.

전기원 노동자들은 만약 한전이 적정 의무고용인원수를 배정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건설노조는 오는 15일 확대간부 상경투쟁을 진행한 뒤 한전 앞에서 간부 노숙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부와 한전이 노조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5월 말~6월 초 전기원 노동자들은 총파업 수순을 밟게 된다.

건설노조는 “우리는 전기공급이 중단되는 파국이 벌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시민들에게 안전한 전기를 공급하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며 “총파업 투쟁을 통한 전기 공급 중단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한전과 정부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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