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지주회사 탄생 가능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달 10일부터 입원 중인 상황에서 3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은 일개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사실상 지주회사인 데다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삼성SDS에 이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추진으로 삼성그룹의 3세 경영권 승계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삼성그룹의 변화를 살펴봤다.









지난달 삼성SDS의 상장 소식이 전해진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삼성 에버랜드의 상장 추진이 발표됐다.

재계 관계자는 “타이밍의 문제였을 뿐 예상됐던 일”이라며 “이 회장의 갑작스런 입원으로 일이 급박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측은 “이 회장이 입원 전에 보고받았던 사항”이라면서 상장이 일정대로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 모두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 계열사 지분 매입 및 상속세 자금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에 두 회사의 상장은 경영 승계와 직결돼 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삼성SDS와 마찬가지로 이번 상장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사람은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그는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각각 11.25%와 25.10% 보유하고 있다. 상장은 액면가 주식을 현금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두 회사의 상장으로 이 부회장이 벌어들일 금액은 2조~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S 주식의 액면가는 500원이지만 현재 장외 주식시장에서 19만 9500원(3일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 회사 주식을 870만 4312주 보유하고 있어 상장만으로 1조 7365억원의 재원을 마련한 셈이다.

삼성에버랜드 주식 역시 액면가는 5000원이지만 실제 가치는 180만~360만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2011년 금산분리법에 따라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 17%를 KCC에 매각할 때 주당 판매가는 182만원이었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 부회장의 삼성에버랜드 주식(62만 7390주) 가치는 1조 1418억원이다. 인터넷 주식 거래 사이트 등에 올라온 평균적인 매수 희망가(240만원)를 기준으로 하면 그 가치는 더 뛰게 된다.

증권가 및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다.

앞으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에버랜드가 이 부회장의 지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인적 분할과 합병, 공개 매수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어느 순서든 최종 종착역은 지주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이재용, ‘최대 주주 확보’

지주회사 전환은 핵심 계열사에 대한 오너 일가의 낮은 지분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현재 오너 일가 및 계열사가 보유한 주식은 삼성전자 17.65%, 삼성물산 14.47%, 삼성SDI 20.56%로 20% 내외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는 오너 일가나 계열사가 아닌 국민연금공단(7.71%)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57%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가 합병해 두 회사의 삼성전자 지분으로 지주회사를 세우면 이 부회장의 이 지주회사 지분은 10%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앞으로 생겨나는 삼성 지주회사의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삼성그룹 지배 구조 개편이 진행될 것이란 시나리오다. 또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등을 중심으로 삼성금융지주를 새로 설립할 가능성이 높다. 이 또한 삼성에버랜드, 삼성물산, 삼성전자와 함께 이 지주회사 밑으로 편입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삼성전자는 삼성SDI 자사주 217만 8399주와 제일모직 자사주 207만 3007주를 총 6562억원에 매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또 삼성카드가 보유한 제일모직 주식 244만 9713주(1690억원)도 사들이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삼성SDS에 이은 삼성에버랜드 상장으로 승계에 필요한 재원이 확보된 이상 이 부회장의 삼성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하지만 대법원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말 최초 매입 당시의 논란이 여전한 데다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3세 체제를 사회로부터 인정받아야 하는 등 난관은 남아 있다. 삼성 내부의 지분 확보보다 사회적 정당성을 인정받는 문제를 더 고민해야 할 것이란 얘기다.

그룹 지배 구조 개편 ‘한창’

한편 상장 발표로 관심이 집중된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으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다. 현재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삼성그룹 지배 구조 개편의 시발점으로 불린다.

지난해 9월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 부문을 1조 500억원에 전격 인수하면서 그룹 지배 구조 개편에 불을 붙였다.

1963년 12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자본금 3억 5000만원을 투자해 동화부동산으로 출발한 삼성에버랜드는 부동산 관리로 시작해 테마파크와 급식업체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인수하고 건물관리용역을 에스원에 양도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 영역을 정비했다. 테마파크, 급식사업, 건설, 빌딩 관리 등 기존 4개 주력 사업은 올 1월 건물관리사업의 에스원 양도와 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의 분사를 통해 테마파크, 건설, 패션 등의 삼각 편대로 재정비됐다.

삼성에버랜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3조 2261억원, 영업이익 1111억원, 당기순이익 452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오너의 영향력이 가장 큰 기업이다. 최대 주주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25.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인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이 각각 8.37%를 갖고 있다. 이 회장 지분은 3.72%다. 삼성카드가 5.0%, 삼성전기, 삼성SDI, 제일모직이 각각 4%, 삼성물산이 1.48%를 갖고 있다.

상장하면 ‘20위권’ 예상

내년 1분기 상장 방침인 삼성에버랜드가 증시에 입성하면 롯데쇼핑 SK 등과 맞먹는 대우를 받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뒤 시가총액은 최대 9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투자는 3일 삼성에버랜드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 회사의 상장 뒤 시가총액을 7조6000억~9조1000억원(주당 304만~364만원)으로 추정했다. 삼성 계열사들이 자체 평가한 장부가액보다 50% 이상 높은 수치다.

증권업계의 예상대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으면 삼성에버랜드는 증시 입성과 동시에 롯데쇼핑, SK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5.10%),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8.37%),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8.37%) 등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4조원을 웃돈다는 결론이다. 또 2011년 삼성에버랜드 지분 17%를 주당 182만원에 삼성카드로부터 사들인 KCC는 3년 만에 두 배 가까운 투자수익을 거두게 된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3세 경영체제로의 전환 움직임이다.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런 입원으로 속도가 붙으면서 순조롭게 이뤄질지를 놓고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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