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경축사,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 미치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내놓은 대북 제안들이 지지부진한 현 남북관계를 다소 진전시킬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비 정치분야와 관련한 내용들로 북측에 손을 내민만큼 성사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박 대통령의 제안을 잇달아 깎아내리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지는 아직 미지수다. 박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내놓은 대북 메시지는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다소 실무적인 차원의 제안이다. 이른바 `작은 통로`를 통해 남북이 융합해나가는 노력을 시작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올해 10월 평창에서 열리는 `유엔생물다양성협약(UNCBD)` 당사국총회에 북한 측이 참석해줄 것을 희망하면서 한반도의 생태계를 연결하는 환경협력을 제안했다. 또 문화유산의 남·북한 공동 발굴 및 보존을 통해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특히 내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공동 기념식 행사를 추진할 것을 에둘러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지난 11일 제안한 남북 고위급 접촉과 관련해서도 북한이 응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시급한 현안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이번 경축사에서는 다소 작은 차원의 대북 메시지를 내놓음에 따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부분도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일단 북한은 잇달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어 당장 이 같은 제안이 즉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북한은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관련 17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5·24조치에 대한 해제 등이 빠졌다는 점을 들면서 실질적인 해결책이 없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서도 박 대통령의 경축사를 폄훼하는 글을 내놨다.





아울러 이날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서는 한·미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이 18일부터 실시되는 데 대해 `북침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하면서 선제타격을 위협하기도 했다.

앞서 광복절 전인 지난 14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맞춰 동해상으로 300㎜ 방사포로 추정되는 발사체 5발을 발사하기도 해 긴장국면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다소 우회적인 광복절 제안에 북측이 호응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향후 남북관계 개선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남북 고위급 접촉 개최 시점으로 제시한 오는 19일을 전후로 한 북한의 반응도 함께 지켜봐야 어느 정도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향후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박 대통령의 현실적 제안을 전격 수용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아직 상황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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