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결실의 계절, 남북관계도 수확을 거둬야”

북한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 등 북측 고위 인사들이 지난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명분으로 전격 방한, 남북관계 개선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황병서, 최룡해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이끌어가는 양대 실세여서, 북한이 그동안 우리 정부가 주장해온 고위급회담 제안에 응하면서 남북대화에 더없이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돼 향후 남북관계가 급류를 탈 전망이다.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 11명의 북한 고위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 평양을 출발, 서해직항로를 통해 오전 10시1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북한은 전날 밤 우리측에 이들의 방한 계획을 알려왔고, 이에 우리 정부를 이를 수용해 이날 방한이 성사됐다.

북한 고위대표단 일행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인천 송도 오크우드프리미엄 호텔로 이동해 류길재 통일부장관과 천해성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 김기웅 통일정책실장 등 우리측 관계자들과 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눴다.

류 장관은 "우리 남북이 같은 민족이고 거리고 따져도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인데 멀리 오랜 시간 돌아오시게 되어서 반갑고, 귀한 손님으로 오찬을 하게 됐다"고 환영했다. 이에 김양건 비서는 "인천 아시안게임은 조선민족의 힘을 세계에 과시한 뜻깊은 대회였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북과 남이 독차지했다"면서 "개막식도 아니고 폐막식이지만, 우리 총정치국장이 불시에 오게 되셨다"며 황병서 총정치국장 참석에 의미를 부여했다.

최룡해 비서는 "남측 응원단과 선수들이 사심없는 응원을 했다"며 "이번 경기대회 편리를 남측에서 보장했기 때문에 우리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조국통일을 위한 사업에서 체육이 제일 앞서지 않았는가 하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다"며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구호도 부르고 `통일기`도 흔들면서 응원하는 것을 보고 체육이 조국통일을 위한 데 앞섰구나 하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 대표단은 20여분간 환담을 마친 이후 인천의 한 식당으로 옮겨 오후 1시50분부터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장관,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과 오찬 회담을 가졌다.

김관진 실장은 모두 발언에서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며 "남북관계도 그 수확을 거둬야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방한을 환영했다. 김 실장은 또 "아주 특별한 위치에 계신 분들이 대표단으로 오셨기 때문에 아주 남북관계도 잘 발전이 될 수 있도록 서로 노력을 해야 되겠다"고 덧붙였다.

김양건 비서는 이에 "오늘 여러분과 자리를 같이하고 따뜻한 식사를 같이한 데 대해서 사실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기회가 우리 북남 사이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해서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왔다"고 화답했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