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은…마치 끝나지 않는 광고를 보는 것 같다!
요즘 세상은…마치 끝나지 않는 광고를 보는 것 같다!
  • 박신영 기자
  • 승인 2014.10.08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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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의 이런 얘기 저런 삶>


요즘의 세상은 마치 커다란 텔레비전 같다. 오만가지 색이, 또 오만가지 빛으로, 저마다 큰 소리를 내어보겠다고 아우성이다. 끝나지 않는 광고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뭐가 중요하다, 뭐가 중요하다.

초등학교 고학년 수학이 제일 중요하다하고, 여자에게는 피부가 제일 중요하다 하고, 글쓰기가 제일 중요하다더니, 갑자기 날씬한 비키니 핏이 중요하다 하고, 한편으로는 속도가 제일 중요하고, 무엇을 타는지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더니, 사실은 노후대비가 제일 중요하단다. 이 모든 것들이 저마다 와글와글하다.

세상은 모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프로그램 중간에 뜬금없이 보여주는 길고 긴 광고 시간보다 더 길고 지루한, 그런 광고로 가득 차 있다. 화려하고 때로 예쁘기까지 하지만,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의 포화 상태.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장뿐으로 근거 없이 우기기만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빈약한 근거를 가려보고자 그저 크게 외치고, 좀 더 화려해지고, 사람의 약점을 노리는 주장들. 유명 아이돌들이 대거 등장해 남자친구가 모공까지 다 보고 있다질 않나, 처음 수학이 어려워지는 4학년 때를 놓치면 평생 공부가 망하는 것처럼 힘주어 말하질 않나, 자기가 제일 중요하다는 주장들은 사람들의 걱정을 파고들어 힘을 얻는다. 자그마한 걱정을 증폭시켜 자신의 말을 진리인양 믿도록 현혹시킨다. ‘너 큰일 났네. 그게 제일 중요한데.’ 사람들이 어쩐지 초조해지는 사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척 슥 자기들 이익을 챙길 무언가를 제시한다. ‘걱정되니? 그럼 이걸 써봐!’ 이런 식이다. 이젠 모두들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버린 건지,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별로 이상할 것도 없이 그저 그대로 받아들인다.

직접적인 상업 광고들 자체만이 시끌시끌한 건 아니다. 뭐가 제일 중요하다고 저마다 역설하는 건 마치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것 같다. 걱정을 자극받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사람들은 끊임없이 걱정하고, 그것도 모자라 걱정할 것을 찾아 걱정하기에 이른다. 별로 걱정할 것이 없는 만족스러운 상태가 행복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됨에도 불구하고, 이런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견디질 못하는 것 같다.

세상에 ‘중요한 것’들이 저렇게 많은데, 이렇게 평온해서는 나태한 것이 틀림없다 여기게 되어 버린 것일까. 서점에만 가도, 아이의 교육과 사회생활, 외국어, 재테크 등등, 다양한 ‘중요한 것’들과, 그에 대한 ‘걱정’, 또 ‘해결책’까지 한방에 패키지로 만날 수 있다.

서점에 들어가서 수많은 책들 중에, 한 책 앞에 서게 되었다고 치자. 대충 표지를 보니 20대엔 공부에 미쳐라, 따위가 적혀있다. 나는 20대고, 또 아직 공부를 해야 하는 사람이므로 나에게 하는 말 같아 표지를 펼쳐보게 된다. 당장에 그 책 안에는 20대가 지나기 전에 공부를 많이 해두지 않으면 어떤 큰일이 일어나는지 아주 과장되게, 하지만 마치 과장이 아닌 진실인척 나의 불안을 자극하는 글귀들이 적혀있다.

내 얼마 남지 않은 20대를 이전처럼 헛되이(사실 이 새로운 불안 앞에서 내 과거의 노력들은 쉬이 과소평가 된다)보내게 되면 어떡하지 싶다. 30대가 되면 큰일인데! 사실 큰일일 것도 없지만, 불안에 흔들리는 내 동공. 남은 20대를 가늠해 보며, 더 늦기 전에 뭘 해야 하는 건지 조급해진다. 가장 중요한 20대의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다급하게 책장을 더 넘겨보면 해결책을 제시한다. 공부에 미치는 방법은 이런 것들이 있다. 블라블라.

이 책을 읽고 이를 바이블 삼아 실천하면 내 초조함을 해소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막연한 신뢰가 형성된다. 이 최면이 끝나기 전에 계산대로 이 책을 가져가면 우리 집의 책꽂이에 또 하나의 주장이 더 추가되는 것이다. 서점 곳곳에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서점은 하나의 큰 주장집합소처럼, ‘내가 제일 중요해’ 외치는 책들이 빼곡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니 어쩌면 유치원 때부터 우리는 계속해서 뭐가 제일 중요하다는 거짓말에 속아왔다. 제일 중요하다는 건, 말 그대로 ‘제일’이기에 동시에 여러 가지가 ‘제일 중요’ 할 수는 없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모든 선생님들은 저마다, ‘지금 학년이’, ‘지금 배우는 과목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 하셨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4학년 수학 같은 게 인생에서 제일 중요할 수가 없는 일인데, 초등학교 4학년의 여자아이와, 그런 여자아이를 딸로 둔 어머니는 초등학교 4학년 수학을 놓치면 평생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로 살아야 한다는 논리 빈약한 주장에도 사시나무 떨듯 떨게 되는 것이다. 빈약한 논리를 개인적인 두려움과 불안으로 채우며, ‘맞아, 초등학교 4학년 수학도 못하는데 고등학교 수학을 어떻게 하겠어.’

그렇게 손쉽게, 수업시간에 고분고분해지고, 실력을 쑥쑥 올려준다는 학습지를 사고, 그렇게 5학년이 된다. 그럼 또 다시 누군가가, 5학년 수학이 제일 중요하다는 주장을 하겠지. 마치 학습능력이 없는 것처럼 같은 현상의 반복이다. 딸아이의 앞날이 걱정되는 부모의 마음과, 뒤처지고 싶지 않은 아이의 마음이, 이런 것들에 의연할 수 없게 만든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는 주장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그날까지, 아니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어제 봤던 인터넷 강의에서도, 강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더라. 다른 과목도 중요하지만, 이 과목에서 점수를 벌어놓지 않으면, 시험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아 이 얼마나 수험생의 원초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말인가. 그간 그렇게 속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다시 그 말에 걱정하고, 동시에 그 걱정을 해결해줄 유일한 구세주가 된 강사님을 신처럼 떠받들며 한 강의를 들었더랬다.

빌게이츠는, 현대사회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사람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로,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세계적 갑부’다. 그의 재산으로,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시의 모든 주택을 살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을 정도다.

재산이나 그의 성공이 그의 삶이나 생각이 진리임을 증명해주진 않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하버드 법학과를 중퇴하며,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업해 지금과 같은 성공을 얻게 된 그의 인생 스토리는 꽤 유명하다. 그냥 얼핏 생각하기로는 그가 어떤 OS를 쓰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역설하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가 싶다. 딱히 근거를 달지 않아도 된다. 왜냐면 그는 빌게이츠니까!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빌게이츠! 고시 3관왕이 공부의 중요성과 공부 방법에 대해 역설하려니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그가 OS의 중요함을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에 길들여졌고, 그 분야의 최고로 손꼽히는 사람은, 당연히 그런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전쟁이나 기아, 질병에 비하면 어떤 OS를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이 얼마나, 당연하고도, 충격적인 말인가. 전쟁이나 기아, 질병에 비하면 초등학교 4학년의 수학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군가 불안감을 조성하며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하면, 그렇구나 현혹되는 사람들이 여기 있는데, 명실 공히 최고로 추대 받는 자리에서 ‘어떤 OS를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이 한마디 말이 그의 모든 생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이야기는 꽤 의미가 있는 말이다. 그의 이야기가 주는 어떤 충격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반성하게 만든다.

모든 것이 저마다 자기가 중요하다고 외치는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뭔지 아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인간은 불안한 존재다. 누가 뭐라 하든 굳건하게 자신의 신념을 흔들리지 않는 건, 여간한 정신력으로는 힘든 일이 분명하다. 때문에 무엇이 정말 중요한 것인지 늘 생각해야 한다. 이게 중요하다, 저게 중요하다, 이런 말들에 휩쓸리지 않고, 정말로 중요한 것들을 생각할 수 있다면, 삶은 파도 위를 항해하는 배처럼, 물살을 가르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정말로 중요한건 재테크나 수학 따위가 아니라, 당신의 행복, 당신 주변 사람들의 행복, 당신의 주변의 주변 사람들의 행복, 더 나아가 모든 이들의 행복이다. 가까운 곳에서 중요하다고 떠들어대는 것들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조금 더 중요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자. 삶의 여유와, 진정성은 거기서 부터가 시작이다.



psy5432@nate.com <박신영님은 법학전문대학원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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