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대북전단' 김포에서 살포

결국 대형 풍선들은 북으로 날아갔다. 25일 보수단체의 임진각 대북전단 살포 시도가 파주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의 저지로 일단 무산되는 듯했지만 전단은 김포에서 살포됐다. 

임진각에서 주민 저지로 대북 전단을 날리는 데 실패한 보수단체들 가운데 일부가 경기도 김포로 이동해 전단을 살포한 것이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 등 보수단체 회원 7명은 이날 오후 7시 20분께 김포시 월곶면의 한 야산에서 대북 전단 2만장을 풍선 하나에 담아 북한으로 날려보냈다.





전단에는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임진각에 있다가 전단을 살포하지 못하게 돼 우리 단체 회원 7명과 함께 김포로 이동했다"며 "북한이 잔인한 폭력을 동원해 거짓과 위선으로 억압하더라도 진실은 끝까지 막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의를 보여주기 위해 오늘 전단 살포를 강행했다"며 "앞으로도 전단 살포를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40여 명은 이날 오후 1시께 임진각 망배단에서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대북전단 5만~10만 장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으로 날려보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민주회복 파주시국회의` 등 진보 시민단체 회원들과 파주 지역 주민들이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양측은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양측은 경찰을 사이에 놓고 30여 분간 승강이를 벌이며 집회를 하다 오후 6시께 해산했다.

앞서 이날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대치 상황 후 300여m 떨어진 임진각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겨 반대 집회를 열었다. 대북전단 살포 및 애기봉 등탑 반대 주민 공동대책위원회 대표인 이적 목사는 "김포 애기봉 등탑이 철거됐을 때 온 국민이 기뻐한 이유는 등탑으로 인해 남북 갈등, 남남 갈등, 생존권 위협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대북전단 살포도 이와 마찬가지로, 갈등만 유발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북 전단 살포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랙터를 몰고 온 주민 전 모(81)씨도 "전단 뿌리는 것 때문에 군에서 비상을 한번 걸면 일을 할 수가 없어 피해가 크다"며 "전단을 뿌린다면 무조건 막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북한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인들의 모임인 (사)남북경협경제인연합회 회원들도 오전 10시 임진각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전단 살포는 통일을 위한 것이 아니라 5천만 국민에 불안감을 주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1000여 개 남북경협 기업인들의 피눈물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기업인협의회도 낮 12시 30분 예정된 기자회견이 여의치 않자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해치는 대북전단 살포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취재진에 배포하고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경찰은 양 측간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임진각 주변에 14개 중대를 배치하기도 했다. 경찰은 또 가스통 적재 차량 뒷편에서 전단과 풍선을 훼손한 것으로 보이는 용의자를 긴급체포해 연행했다.

한편 이날 임진각은 보수단체 회원과 대북전단 반대 주민·시민단체 400여 명 외에 경찰, 내·외신 취재진, 관광객 등이 뒤섞여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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