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노동자들, 면담 투쟁 나서

오는 11일이면 정리해고 2000일을 맞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새누리당사 앞 길거리에서 6번째 겨울을 맞게 됐다. 2012년 대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약속했지만, 2년의 기다림에도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노조는 “집권 여당 새누리당의 직무유기가 쌍용차 사태를 공회전이 반복하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며 “김무성 대표는 전향적인 입장으로 면담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선을 앞둔 2012년 12월 5대 종단 원탁회의와의 간담회에서 “노사정 외에 정치권, 종교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사회 통합적 관점에서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 테이블 마련에 조속히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대선 직후 열리는 첫 국회에서 쌍용차 문제를 다루는 동시에 해고자와 무급휴직자의 복직 등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촉구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7일 서울고등법원의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 판결에도 정치권은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김무성 대표는 대선 이후부터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쌍용차 노동자와의 만남에 나서지 않고 있어 당시 약속이 대선용이었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2012년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장은 종교계 등과 함께 쌍차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집권한 후 돌아온 것은 김정우 전 지부장에 대한 구속과 대한문 분향소 침탈뿐이었다”며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또 다시 6번째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시민사회, 정당 등과 힘을 모아 쌍용차 정리해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포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문기주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도 “정리해고 이후 6년 동안 25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목숨을 잃었고, 남은 노동자들은 경제적 고통과 가정불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아직도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수십 명의 노동자, 가족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은 국정조사뿐”이라며 “새누리당의 진정한 혁신은 노동자들과 약속했던 국정조사 실시와 정리해고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김무성 씨는 자신의 이야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대한문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국정조사를 요구해 왔던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 1년 7개월 만에 합동분향소를 평택 쌍용차 공장 앞으로 이전하고 현장 조직화 투쟁에 나섰다. 하지만 정치권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어, 노동자들은 1년 만에 다시 서울로 상경해 거리 투쟁에 나서게 됐다.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노동자들과 연대해 왔던 시민사회와 정당, 노동계 등도 다시 한 번 힘을 모을 채비를 갖추고 있다.

김태연 쌍용차범대위 상황실장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공장 노동자 조직을 위해 대한문을 떠난 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공약 파기로 이제 다시 각계각층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 왔다”며 “쌍용차 범대위는 다시 한 번 각계각층을 조직해 2000일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는 13일에는 대법원에서 쌍용차 정리해고 판결을 내릴 예정이라,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위 등 약 40여 명은 오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새누리당사와 대법원 앞 등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은 쌍용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던 1심결과를 깨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쌍용차 정리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거나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선고 이후인 15일에는 오후 4시부터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정리해고 2000일 집회를 개최한다.

한편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치권이 쌍용차 국정조사를 약속하고 아직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이유는 집권 여당 새누리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우리 쌍용차 해고자들은 김무성 대표와의 직접 면담을 요구한다. 이제 더는 기다릴 시간도 인내도 남아 있지 않다. 정치권 특히 새누리당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쌍용차 문제가 계속해서 차가운 거리에서 시간만 맞는다면 우리는 다른 결심을 할 수 밖에 없다. 2000일 벼랑에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쌍용차 해고자들은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이번 면담촉구 투쟁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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