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분신 44주기, 대법원은 쌍용차 해고 유효 판결

대법원이 13일 쌍용차 노동자들의 해고가 유효하다고 판결해 노동계가 술렁이고 있다. 2000일 동안 법정 투쟁을 벌여온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이 사실상 어렵게 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이날 오후 쌍용차 해고노동자 노모(41) 씨 등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제금융위기와 경기불황에 덧붙여 경쟁력 약화, 주력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제 혜택 축소, 정유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량 감소 등 계속적·구조적 위기가 있었다"며 "해고를 단행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존재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의 적정 규모는 상당한 합리성이 인정되는 한 경영판단의 문제에 속하는 만큼 경영자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사후에 노사대타협으로 해고인원이 축소됐다는 사정만으로 사측이 제시한 인원 감축 규모가 비합리적이거나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회사가 정리해고에 앞서 부분휴업과 임금 동결, 순환휴직, 사내협력업체 인원 축소, 희망퇴직 등의 조치를 한 만큼 해고회피 노력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실 과장 논란을 일으켰던 2008년 재무제표상 유형자산 손상차손의 과다 계상 여부에 대해서도 "신차 출시 여부 및 시점이 불확실한 상태였고 단종이 계획된 기존 차종의 경쟁력과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 매출 수량 추정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는 지난 2009년 사측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노동자 2646명을 구조조정하자 노조가 공장으로 들어가 77일간의 파업투쟁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100여명의 구속자를 발생하며 끝난 파업투쟁 이후 노조는 5년간 광화문, 여의도에서 농성 투쟁을 벌이고 송전탑 농성, 단식투쟁도 멈추지 않았지만 여전히 희망퇴직자 1900여명이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무급휴직자로 승인돼 고용관계를 회복한 노동자는 489명에 불과하다.

해고노동자들과 가족들은 파업투쟁 이후 지난 5년간 스트레스성 외상 증후군과 우울증으로 고생했고, 이 과정에서 2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질병으로 사망했다. 이 기간중 진행된 1심은 "금융위기 등으로 유동성 부족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회생절차를 밟게 된 사측이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고 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고를 단행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은 "정리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거나 사측이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다했다고 볼 수 없다. 해고는 무효"라며 노동자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면서 1900여명의 복직 길은 사실상 막혔다. 금속노조 쌍용차지회는 지난 5일부터 대법원의 이성적 판결을 요구하며 2000배와 24시간 농성을 진행해왔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대법원 앞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 날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대규모 정리해고로 길거리에 내몰린 지 2002일 되는 날이자, 전태일 열사 분신 44주기를 맞은 날이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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