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YTN 기자들 해고 적법 판정' 논란, 노종면 기자

대법원이 지난달 27일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인 YTN 기자들의 해고가 적법하다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민사1부는 이날 노종면 기자(전 언론노조 YTN지부장) 등 6명이 낸 징계무효소송에 대해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며 2011년 4월 서울고등법원이 내린 2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했다.

노종면 기자 등 6명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선거 캠프에 몸을 담았던 구본홍 씨의 사장 선임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이다 해고됐다. 

그후 1심 재판부는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했으나, 2심 재판부는 6명 중 구 사장의 출근방해 등을 주도한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에 대해선 해고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을 내렸고 권석재, 정유신, 우장균 기자에 대해선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2호 선고에서 김소영 대법관은 "원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는 취지로 최종 판결을 내렸다. 6년 동안의 법정 공방이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해직기자 6명(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현덕수) 가운데 노종면ㆍ조승호ㆍ현덕수 기자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고법 항소심이 확정됐다.

이날 선고 내내 눈을 감고 있던 노종면 기자는 법정을 나서면서 "2심 나오고 3년 7개월 동안 (법원은)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단순히 혹독하다는 표현을 넘어선 시간들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재판부는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의 ‘해고’에 대해 “징계대상 행위의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실행에 가담했으므로 결과에 대한 주요 책임을 부담할 지위에 있었다”며 “방송 중립성 등 공적 이익을 도모한다는 목적이 담겨 있다는 사정을 참작한다 할지라도, 해임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회사가 징계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세 기자는 각각 YTN노조의 위원장, 공정방송점검단 단장,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을 맡았었다.

반면 재판부는 권석재, 우장균, 정유신 기자에 대해서는 “노종면 등 3명에 비해 가담 정도가 적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해임은 징계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며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해고의 부당성을 확인했다.

노종면 기자는 "감정을 자제하고 냉정하게 정리해보면 사실 이 사건은 단 한명의 부당징계도 없어야 하는 사건"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배석규 사장 그리고 대통합 운운하면서 해직기자들을 비난했던 박근혜 정부까지 그들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나는 판결"이라고 토로했다. 다음은 노종면 기자와의 일문일답이다.



- 대법원 판결, 어떻게 예상했나.

▲ 쌍용차나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대법 판결이 이 시대의 기준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들긴 했다. 썩 기분좋게 맞이한 상황은 아니다. 결과가 어디로 어떻게 튈지 사실 확신하지 못했다. 승소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지만 한편으로는 `위험사회`라는 우려가 있었고 그런 우려가 지금의 결과로 나타났다.   



- 이번 판결, 어떻게 평가하나.

▲ 2심 나오고 4년 가까이 대법원이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 지독한 시간들이었다. 이명박 정부와 배석규 사장과 현재 YTN 경영진들 그리고 대통합 운운하면서 저희를 기만했던 박근혜 정부까지 그들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난 판결이다.


- 1심에서 해직언론인들이 ‘해고는 무효’라는 판결을 받은 MBC 해고무효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MBC의 경우 판결 직후 해직 동료들과 얼싸안고 방방 뛰었다. YTN 해직기자 등 많은 동료 언론인들에게도 축하인사를 했다. 특히 재판부의 판결문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재판부는 ‘방송이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방송의 결과가 아니라 그 방송의 제작과 편성 과정에서 구성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를 통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정방송은 근로조건이며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은 정당했다’ 등의 판례는 향후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큰 힘이 되었었다.

그러나 당시 MBC 사측은 판결 직후 2시간 만에 항소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판결문이 채 정리돼 나오기도 전이었다. 판결문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항소한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뉴스데스크’를 통해 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기계적 균형조차 갖추지 못한 보도였다. 아무리 편파적으로 방송을 하더라도, 적어도 노조원 멘트는 넣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일방적인 주장만 하니 국민들도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의 MBC 사측 태도가 작금의 사법부 태도 같다. MBC 노조원들도 이번 대법원 판결에 실망감이 클 것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대법원에서, 그리고 우리가 대법원에서 눈물을 흘리고 돌아서야 했다. 앞으로 수많은 해고 노동자들이 이 정치적인 재판 앞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다시 고민해야하는 상황이다. 



- 이번 판결이 정권과도 연관 있다고 생각하는지.

정권의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부터 이미 망가졌다. 자신들을 비판하는 세력을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는 심보다. 현 정권은 정권 유지를 위해 자신들의 방해가 되는 요소를 다 제거하고 있다. 자신들의 영구 집권 내지는 권력 유지에 방해가 되는 집단들을 없애겠다는 것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권력 유지와 통치의 수단으로 언론을 생각하고 있고, 이런 생각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반복적으로 만들고 있다. 얼마 안가서 심판 받을 것이라고 본다. 



- 향후 계획은.

▲ YTN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고난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양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묵묵히 가는 수밖에 없다. 누구는 피를 흘리고 누구는 울분을 삼켜가면서 묵묵히 가면 물이 제 갈 길을 찾듯이 우리사회도 제 길을 찾을 것이다. 이런 시절도 다 지나간다. 길게 보고 멀리 보고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면서 가면 된다. 끈질기게 가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저는 한국사회와 역사에 대해 낙관하는 사람이다. 희망을 가지고 뚜벅뚜벅 걸어가면 우리사회는 결국 좋은 사회로 나아갔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역사가 참 다이내믹하게 흘러왔다. 결국 좋은 결과로 정리되면서 향후 국민들이 역사발전에 궤를 맞춰가는 결정들을 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투쟁은 계속될 것이고 일시적으로 졌다고 해서 절망할 것은 없다. 힘들 때일수록 희망적으로 사고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시점에선 언론보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 내부 종사자들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국민들도 감시한다면 우리사회가 그렇게 보수 획일의 사회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